5월, 500여 명의 예맨 난민이 제주도에 들어왔다. 이들과 관련한 이슈는 연일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국’인 대한민국은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

 

한국은 난민에게 우호적이다?

ⓒ 2018 난민인권센터 통계자료집 / 난민법 시행 이후, 점점 떨어지는 난민인정률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을 맺고, 2013년부터 난민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2017년 기준 1.51%. 2017년 한 해 동안 총 약 1만 건의 난민 신청이 있었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120여 명뿐이다. 그 중 법무부의 실질적인 심사와 무관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의 난민을 제외하면 실제 심사를 통해 인정받은 사람은 단 55명에 그친다. ‘한국이 허락한 난민’은 약 1만 명 중 55명뿐이라는 말이다.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을 제외하면 2010년부터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육지와 공항, 진짜와 가짜 사이 : 그 경계의 난민

난민이 국내 공항에 들어오면, 출입국항 난민신청을 한다. 이후 면담 조사를 통해 회부 심사가 결정되고, (난민 신청) 이유가 있으면 난민 인정 심사에 회부를, 없으면 본국으로 송환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이때 회부 심사는 ‘이 사람이 난민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입국을 허가할 것인가’를 따지는 약식절차이다. 공무원의 자의로 본국 송환이 이뤄질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그러나 그 취지가 무색하게, 실제 회부 심사가 이뤄지는 과정은 난민에게 보호막이 아닌 벽이다.

 

한편 난민법은 ‘난민인정신청서가 제출된 날부터 7일 이내에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공항에 들어온 난민들은 신청서 자체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신청서를 제출하면 7일 이내에 회부 결정을 해야 하니, 신청서 제출부터 하지 못하게끔 교부를 미루는 것이다. 언제 공항을 나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 상황. 이들은 남녀공간 분리만 겨우 되어 있는 송환대기실에서 무기한 대기를 할 수밖에 없다. ‘불만이면 본국으로 가라’는 셈이다.

 

ⓒ 한국일보 / 창문도 없는 송환대기실. 시리아 난민들은 여기서 8개월을 갇혀 지냈다

 

겨우 신청서가 통과된다 해도 벽은 여전히 높다. 면담 조사를 받는 난민은 녹음 및 녹화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녹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조사 신청자의 권리가 사전 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통역인과 심사관 교육도 제대로 없다. 특히 심사관의 경우, 난민 교육을 받은 정식 심사관이 아닌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전담하기 때문에 난민에 대한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엉터리 통역과 악의적 난민심사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인도적 체류자(난민지위를 인정받진 못한 상태이나 한국에 임시로 머무를 수 있는 지위) A씨는 두 번의 난민심사에서 모두 탈락했다. 심사를 맡은 출입국관리 공무원과 통역자가 허위로 작성한 조서 때문이다. 이들이 작성한 조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단순히 일 때문에 한국에 왔다’, ‘신청서에 적은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등 A씨가 하지도 않은 말이 적혀 있었다. 이렇게 조작된 사례는 현재 발견된 것만 19건. 이를 해당 공무원과 통역자 두 명의 일탈로만 보기는 힘들다. 난민 신청자의 권리 고지도, 녹음/녹화도, 조사과정 전반에서 필요한 조력자도 없는 환경 아래선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 연합뉴스

 

난민심사는 신청자와 면접관, 통역자가 함께 협력하여 신청 사유를 검토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자료를 일일이 번역하여 제출하지 않으면 검토를 해주지 않는다. ‘이것도 제대로 된 자료라고 가져왔냐’라면서도 모든 자료를 챙겨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자료를 다 챙겨왔느냐”라며 의심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엄격하다 못해 지독한 심사다.

 

아시아 최초 난민법 제정 국가? 난민 혐오 선도 국가 대한민국

공항엔 몇 백 명의 외국인이 몰려 있고, 이들은 위생도, 청결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작년, 송환대기실에서 지내던 한 난민이 웃통을 벗은 채 공무원에게 소리를 질렀다. 당시 그의 요구는 단 하나, ‘씻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에게 일상마저 사치다.

난민법이 제정될 당시, 우리나라는 자국의 선진적이고 인도적 행위를 광고했다. 불과 몇 십 년 만에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자리매김한 것은 언제나 한국의 큰 자랑거리다. 그러나 법과 현실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 난민법이 결국 우리 사회의 난민 혐오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진 않은지 다시 한 번 재고해봐야 할 때다. ‘진짜’ 난민과 ‘가짜’ 난민 그 사이, 난민은 한국 어디서도 ‘진짜’가 아니다.

 

글. 제인(dbswls5087@naver.com)

특성이미지. ⓒ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