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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과 팬덤, 누가 죄인인가?

 

연예인이 연애를 한다. 그것도 한창 주가를 올리는 중인 아이돌스타가. 언론은 앞다투어 보도한다. 팬덤은 충격에 빠진다. 분노와 슬픔이 각종 sns를 뒤덮고, 기사 댓글 창은 상처받은 팬들의 성토로 가득하다.

연애 소식이 알려진 아이돌 역시 결코 무사하지 못하다. 소속 그룹의 팬덤 전체가 흔들리고, 악플과 항의 세례에 직면한다. 소속사와의 마찰도 피하기 어렵다. 이후 음원 성적과 음반 판매량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 말 그대로 가수로서의 입지가 통째로 위협받는 것이다.

얼마 전 아이돌 그룹 펜타곤의 멤버 이던은 “팬들에게 솔직하고 싶다”라며 선배 아이돌 현아와의 연애를 스스로 밝혔고, 그 여파로 인해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소속사 측에서는 해당 가수들의 ‘퇴출’을 언급할 만큼 강력한 제스처를 취했고, 끝내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

 

ⓒ 큐브엔터테인먼트

 

솔직이 기만이 되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팬덤 바깥의 여론은 한결같다. 많은 ‘머글’(덕후들 사이에서 덕후가 아닌 사람을 칭하는 은어)들이 아이돌이 겪은 부당한 시련에 대해 그의 팬덤을 비난한다. 숨겨오던 연애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커리어에 타격을 입은 아이돌이 피해자인 건 분명하다. 때문에 팬덤을 손가락질하는 것은 꽤 쉬운 일이다.

그렇다면 팬덤은 왜 분노하는 걸까? 혹자의 평면적인 분석처럼 아이돌 가수를 ‘유사 연애’의 대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일까? ‘미연시’의 주인공인 주제에 현실에서 연애를 해서? 많은 돈을 쓴 소비자의 갑질인가? 그런 종류의 질투와 분노가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오로지 그것만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아이돌 팬덤 문화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이 분노의 이유가 그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상호 동의에 입각한 연애 관계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화가 난 팬들조차 연애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팬들은 다른 이유를 댄다. 아이돌이 연애를 함으로써 소속 그룹에게 해를 끼쳤다거나, 일하는 곳에서 사적인 감정을 앞세워 ‘프로’답지 않았다거나. 개중에서도 유독 자주 등장했던 것이 있다. 바로 ‘팬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핑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팬들이 느낀 배신감만은 확실하다. 팬은 무엇을 믿었고, 아이돌은 무엇을 기만했나?

 

네이버 기사 댓글 캡처

 

머글만 모르는 ‘그 세계’의 상도덕

아이돌 산업에서 팬덤을 상대로 거래되는 것은 음악과 퍼포먼스 이상의 무엇이다. 매 시즌마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프로듀스 101>는 한국 아이돌이 어떤 서사를 팔아 돈을 버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소속사도 알고 아이돌도 알고 팬도 알지만 ‘머글’만 모르는 ‘아이돌 판’의 룰을 은유한다. 그 규칙이란 가수로서의 성공을 위해 다른 것들은 모조리 제쳐두고 달리는 ‘당신의 소녀/소년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팬은 재능 있고 노력하는 아이돌을 지원한다. 감정적·물질적 지원은 물론이고, 취미와 착취를 오가는 팬의 고강도 무급노동이 있어야만 k-pop 아이돌은 성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팬들은 아이돌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 스트리밍을 하루 종일 돌리고, 아이디를 수십 개씩 만들어 음악방송 투표수를 올리고, 공개방송을 뛰고, 조공을 바친다. 팬이 아이돌에게 들이는 정성과 노동력, 시간, 돈은 ‘머글’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팬덤은 마치 투자자처럼 아이돌의 성공에 매달린다.

팬들의 막대한 노력과 정성을 투자 받은 아이돌에게도 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 지워진다. 아이돌은 삶의 모든 다른 것을 제쳐두고 연습에만 매달려야 한다. 연애는 이기심, 프로답지 않음, 팬에 대한 기만, 심지어는 ‘그룹 말아먹는 일’이 된다.

팬으로 하여금 엄청난 비용과 노동을 감수하게 한 ‘아이돌 판’의 암묵적인 규칙들 가운데 하나가 문제를 만든다. 연예 기획사의 연애 금지 규정, 투철해 보이는 관리, 열애설에 발작적으로 반응하는 소속사와 관계자들, 혼성 그룹은 애초에 씨가 마른 그룹 메이킹의 문법 등은 팬들에게 무언의 약속을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돌 판에서 연애는 금기라는 암시가 그것이다. 결국 팬들이 믿은 것은 결국 ‘아이돌 판’의 암묵적인 룰이다. 처음부터 지켜질 수 없는 룰인 셈이다.

 

ⓒ MBC 섹션tv 연예

진짜 ‘기만자’는 누구인가

한국 아이돌 산업은 애초부터 이뤄질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 돈을 번다. 아이돌 산업 자체가 ‘팬 기만’ 위에 얹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약속이 너무 빨리 깨질 때 피를 보는 것은 아이돌 가수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팬들이 화를 낼 때, 소속사는 아이돌 개인에게 그 모든 분노의 화살을 돌린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이돌 판’의 기형적인 구조다.

아이돌은 팬을 속일 때에만 성공할 수 있고, 팬에게 솔직할 때는 ‘기만자’가 되어 퇴출된다. 이런 아이돌 판에서 팬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자기 관계에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규칙 자체가 틀렸음을 인정하자. 처음부터 부당하게 만들어진 룰을 어겼다는 이유로 아이돌을 비난하는 건 팬에게도 아이돌에게도 상처만 남긴다. 아이돌이 연애하는 것이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팬들의 댓글도 여럿 눈에 띈다. 그렇다면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만드는 폭력적인 룰에 화살을 돌릴 때다. 팬들에게 (이제부터라도) 솔직하고 싶었다는 아이돌의 고백이 조롱 대신 응원을 받는 날이 올 수 있도록.

 

글. 헤스터(hester114@naver.com)

특성이미지 ⓒ큐브엔터테인먼트

 

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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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Avatar
    ㅇㅇ

    2019년 6월 3일 16:41

    유사연애 감정까지만 적었으면 괜찮았을텐데 너무 많이 갔네요. 언급하신 ‘고강도 무급 노동’ 의 대가가 ‘연애하지 않는 다는 약속 혹은 아이돌로성 성공에 대한 지분’ 으로 이어진다는건 비약입니다. 지분을 얻고 싶거나 해당 아이돌의 사생활에 관여할거면 고강도 무급 노동을 하지 말고 건설현장 같은데 가서 고강도 유급 노동으로 소속사 주식을 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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