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의 나체 사진과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여기까지 듣는다면 누군가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유포 사건인가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건은 불법 촬영-유포 범죄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바바리맨’ 사건에 가깝다. 남성의 나체가 피해의 대상이 아닌, 가해의 수단이 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수치심은 항상 여성의 몫?

20대 남성 박 모 씨는 동덕여대 강의실과 여자화장실 앞에서 알몸 상태로 음란 행위를 하는 동영상을 찍어 트위터에 게시했다. 이로써 남성의 벗은 몸이 촬영되었고, 온라인에 게시되었고, 여성들의 시선 앞에 드러났다. 그런데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이는 ‘알몸남’이 아니다. 수치심과 모욕감을 호소하는 것은 노출된 남성이 아니라, 촬영물이 찍힌 여대의 학생들이다.

여성의 나체 사진 및 영상이 유포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그녀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성희롱과 성적 대상화를 당하는 것은 물론,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이라는 부당한 낙인과 비방에 시달릴 것이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와 수치감은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의 몫일 것이다. 해당 동영상의 배경이 된 공간의 소유자 혹은 사용자가 ‘내 공간에서 여성이 나체 사진을 찍었다’며 수치심을 호소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건과 관련해 ‘여성들의 안전권 보장’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스스로를 현 동덕여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그 강의실에서 직접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으로서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지 모른다”라며 “다른 학생들도 … 학교 전반적인 생활을 두려워하고 불쾌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덕여대 김명애 총장 역시 16일 “이런 일이 발생해 너무나 참담하고 치욕적이었다”고 말 했다.

동덕여대 학생들과 총장이 느낀 수치심, 불쾌감과 치욕감은 남성의 나체가 여성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여준다. 여성에게 남성의 나체는 공포의 대상이자, 모욕을 주는 수단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고함20

 

가해자 남성 역시 자신의 나체가 성적 침범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을 벌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나체보다, 여대 건물이 더 성적인 함의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격증 갱신 교육을 받으러 동덕여대에 갔다가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갑자기 성적 욕구가 생겼다’고 진술했다.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넘어, 이제는 ‘여성’이라는 기호가 붙은 학교 캠퍼스마저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되었다.

반대로 여성이 남성들의 공간에서 나체를 노출하는 것이 남성에 대한 침범, 혹은 공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는 남성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 불균등은 여성과 남성의 ‘나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비교할 때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바바리맨과 시선 강간

두 나체가 있다. 둘 모두 단지 인간의 몸일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나체의 의미는 정 반대이다. 하나는 타자를 공격하고 침범하는 무기가 되고, 하나는 그 자신의 치부가 된다.

바바리맨시선 강간이라는 대조적인 두 단어는 몸과 섹슈얼리티가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전자는 남성 신체가 ‘무기’가 되어 여성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후자는 남성의 성적 대상화를 통해 여성의 신체가 그녀 스스로에게 ‘치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여성과 남성의 나체가 동시에 화면에 잡혀도 여성의 나체가 ‘성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불법 촬영물의 경우, 유포자 남성이 자신의 나체가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나체를 전시하기 위해 영상을 유포할 수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누구의 나체가 더 성적 대상화에 취약한지 알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구성된다. 우리는 여성의 나체와 남성의 나체를 결코 같은 몸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소극성, 수동성, 대상 등으로 과소평가되고, 반대로 남성의 섹슈얼리티는 적극성, 공격성, 주체 등으로 과대평가된다. 이 불균등한 섹슈얼리티의 지평을 문제 삼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대안도 여성에 대한 빈번한 성폭력을 근절시킬 수 없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We DWE’

 

동덕여대 조롱할 자격, 우리 사회엔 없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학교에 외부인의 출입 관련 규정 신설, 각 건물마다 카드 리더기를 설치 및 경비 상주, 강의실 책걸상 교체 등을 요구했다.

학생들이 요구한 대책들은 물론 무력하다. 이상적인 대안은 오히려 모두가 여대에 들어올 수 있고, 모두가 모두에게 존재 자체로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위협과 공포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이상과 동떨어졌다 해도 이 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먼 이상을 위해 현실의 위험을 감수하라고 말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여대’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공간이 성적 모욕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부당한 현실은 동덕여대 구성원들의 잘못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방치하다 못해, ‘여대’라는 공간조차 성적 대상으로 느끼는 남성을 길러낸 사회의 잘못이다.

17일, 조선일보는 학생들이 요구한 대책에 대해 [동덕여대 총학 “알몸男 앉았을 수 있으니 책상·의자 7000개 바꿔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학생들을 ‘프로불편러’ 취급하는 투다. 이는 누군가의 부당한 현실을 들여다볼 생각도 의지도 없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폭력적인 무관심이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멈출 방법이 전무한 이유가 아닐까.

 

글. 헤스터(hester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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