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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폭행사건’의 핵 ‘메갈’, 메갈은 볼드모트?

‘이수역 폭행 사건’이 이슈가 된 배경엔 ‘메갈’이란 키워드가 있다. 어느덧 한국 사회에서 시한폭탄과 같은 단어가 되어버린 ‘메갈’이란 대체 무엇인가.

 

13일, 이수역의 한 술집에서 남성 네 명이 두 명의 여성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곧바로 각종 SNS, 포털 사이트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 관련한 청와대 청원은 하루 만에 30만 명을 넘어섰고, 관련한 다른 청원 역시 잇따르고 있다.

 

한편, 남초 커뮤니티 등지에선 ‘맞아도 싸다’, ‘메갈은 다 죽여야 한다’ 등의 표현이 서슴없이 등장 중이다. ‘이수역 사건 새로운 영상’이라는 글과 함께 래퍼 산이가 올린 동영상엔 ‘형님 최고다’라는 식의 댓글이 줄을 이뤘다. 이 이슈의 한가운데엔 이미 폐쇄된 ‘메갈’이 있다.

 

등장부터 폐쇄까지 … ‘메갈’의 역사

메갈리아의 줄임말인 ‘메갈’의 탄생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일부 언론은 메르스 확진자와 함께 비행기를 탄 여성 두 명이 격리를 거부했다는 보도를 냈고,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에서는 “역시 김치녀”, “한국 여자들이 나라 망신 다 시킨다”는 식의 비난과 조롱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는 오보로 밝혀졌다. 제대로 확인도 되지 않은 가짜뉴스로 온갖 멸시와 비난을 받았음이 드러나자, 여성들은 분노했다. 이들은 넷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여성혐오 게시글을 주체만 바꿔 올리기 시작했다. ‘미러링’이라 불리는 이 전략에 대해 한국 사회 내 여성혐오, 페미니즘을 가시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 위키백과

 

‘김치녀’란 단어에 침묵하던 디시인사이드는 ‘김치남’이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자제 요청을 했고, 여성들은 ‘메르스’와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을 합친 ‘메갈리아’라는 독립적 사이트를 만들었다. 남성중심주의적 사회에서 여성혐오를 드러내기 위해 여성혐오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미러링 전략은, 누군가에게는 쾌감을, 누군가에게는 불편함과 불쾌함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메갈리아는 미러링 운동 방식에 대한 회의, 내부의 견해 차이 등으로 인해 멈춘 상태나 다름없는 사이트로 머물다가 2017년 폐쇄의 길을 걷는다.

 

‘메갈’을 향한 두 가지 대응

그 존재는 사라졌지만, ‘메갈’의 영향력은 아직도 한국사회에 강력히 남아 있는 듯하다. 이는 “메갈년 처음본다”며 이미 죽은 메갈을 되살려 내고야 만 남성의 발화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이들에게 메갈은 응징의 대상이자 처벌받아 마땅한 존재다. 사회는 메갈이 사용한 ‘미러링’ 전략을 용서할 수 없는 사회악으로 치부한다.

사회악으로서의 메갈은 ‘극단적 여성주의자’, ‘남성혐오자’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이에 대다수의 남성들은 분노하고, 적지 않은 수의 여성들이 운동 방식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메갈에 대한 불쾌감은 성의 구분 없이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정동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감정이 현실에서 행동으로 가시화되는 방식은 사뭇 달랐다.

이미 사라진 메갈. 많은 여성들은 메갈이란 이슈가 등장했을 때 거리두기의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은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방어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가부장제가 싫어하는 것, 남성중심주의적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끊임없이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나는 아님’을 증명해야만 그 사회로부터 배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거리두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을 취하든, 여성들의 목표는 대체로 비슷하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 뉴스1

그렇다면 남성들은 메갈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메갈이 사라진 후, 그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환기하고 불러온 것은 다름 아닌 남성들이다. 페미니즘의 ㅍ만 나와도, ‘메갈년’, ‘메갈 쿵쾅’, ‘메퇘지(메갈+멧돼지)’ 등의 표현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이들에게 ‘메갈’이란 표현은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여성인권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통쾌하게’ 공격하면서도 동시에 그 이슈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다시 말해, 남성에게 메갈은 남성의 권력에 도전하는 페미니즘의 도전이 유효하다고 느껴질 때, 남성중심주의적인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을 만한 힘이 태동한다고 느껴질 때 이로부터 야기되는 갈등을 순식간에 전치시킬 수 있는 마법 같은 단어다. 이 갈등의 전치를 통해 본래의 이슈가 담고 있던 가치는 힘을 잃고 갈등의 축은 ‘이걸 말한 사람이 메갈이냐 아니냐’, ‘남혐vs여혐’으로 호도되고 만다.

 

볼드모트와 메갈리아

한국 사회에서 메갈은 일종의 볼드모트 같은 존재가 됐다. 어떻게든 ‘그 사태’만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그 어떤 남성도 자신이 메갈 취급을 받게 될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혹시나 남성혐오자로 낙인찍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경계하는 것은 언제나 여성들이다. 조금이라도 남성의 서사에 어긋나는 이슈가 나오면, 최대한 ‘부드럽게’ 설명해내야 하는 것 역시 여성들의 책무가 됐다.

메갈과 볼드모트의 차이가 있다면, 볼드모트로 명명되면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지만, 메갈로 명명되면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 영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메갈이 남성혐오를 한다’며 이를 욕하는 남성들은 메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해리가 론에게 ‘너 볼드모트니?’라며 낄낄거리고 비웃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남성들의 언어는 여전히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언어를 넘어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결국 다시금 힘에의 위계를 드러내고 불평등을 도모하는 것은 금기어 ‘메갈’이 아니라 아직도 시대의 흐름과 과제를 읽지 못하고 가부장제에 매달린 남성들이다.

 

법은 ‘맞아도 싼 짓’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수역 폭행 사건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건의 정황은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자신이 힘의 우위에 있음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함을 아는 사람은 싸우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이때 우위를 점한 사람이 동원하는 방식으로서의 폭력은 조롱과 멸시를 넘어선 억압의 최고단계다. 이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입을 막고,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제를 공고히 해왔던 방식과 다름없다.

법은 ‘당연히 맞을 짓’, ‘맞아도 싼 짓’을 허용하지 않는다. 더불어 메갈이란 이유가 ‘당연히 맞을 짓’에 속하지도 않는다. 논의가 돼야 할 것은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느냐’, ‘사건의 시작이 무엇인가’에 있지 않다. 쟁점은 폭력의 결과와 사회가 이 사건의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글. 제인(dbswls5087@naver.com)

특성이미지. ⓒ 영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제인

뿌리에게

7 Comments
  1. 김김

    2018년 11월 16일 18:45

    글을 읽다 의문점이 들어 댓글을 남깁니다.

    본문 처음부분은

    “이수역의 한 술집에서 남성 네 명이 두 명의 여성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

    중간은

    “이수역 폭행 사건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건의 정황은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라고 돼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남성이 여성을 폭행했는지가 아직 양측이 다투고 있는걸로 아는데요.

    폭행을 했다고 쓰게된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 Jipvegan

    2018년 11월 16일 19:23

    “메갈과 볼드모트의 차이가 있다면, 볼드모트로 명명되면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지만, 메갈로 명명되면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 너무 좋아요!!

  3. 예?

    2018년 11월 16일 19:29

    한국 사회에서 메갈은 일종의 볼드모트 같은 존재가 됐다.

    메갈과 볼드모트의 차이가 있다면, 볼드모트로 명명되면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지만, 메갈로 명명되면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해리포터를 평소에 좋아해서 들어왔는데
    당최 뭘 얘기하시려는지 모르겠네요.

    • Spicyrib

      2018년 11월 16일 22:09

      예????????????
      잘못 오셨네요

    • 쿵쾅이

      2018년 11월 16일 22:54

      ㅋㅋ 님
      여기 해리포터 팬페이지 아닌데요?

  4. 지건

    2018년 11월 16일 20:03

    메갈과 볼드모트를 연결짓는 비유 신선하네용! “메갈”로 낙인찍으며 여성 인권과 관련된 모든 논의를 잠식시키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메갈이라는 단어에 민감해하고 쉽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현실이 저는 확 와닿았는데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계시나봐요ㅎㅎㅎ

  5. jbdu

    2018년 11월 17일 21:47

    메갈이라는 낙인으로 모든 사건을 후려치면 안된다는 점은 이해하겠고,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의 대응또한 분명한 권력 구조를 보여주는 것 또한 알겠는데, 마지막 결론은 좀 의문스럽습니다.. 왜 이번 사건에 대해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지면 안되는거죠? 남녀 갈등구조 이전에 이건 개개인의 존엄성 문제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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