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제재’는 단연 2018년 가장 주목 받았던 의제다. 그러나, 2019년 첫날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불법 촬영물이었다. 바로 카이와 제니의 열애설이다. 한쪽에서는 몰카 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불법 촬영물을 가십 거리로 소비한다. 물론 이 두 가지가 완전히 같은 성격의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피해자의 동의 없이 촬영된 ‘몰카’라는 본질은 같다.

ⓒ 여성가족부 공식 페이스북

 

지난 1일 이 열애설을 터뜨린 디스패치는 이미 전적이 화려하다. 어느 샌가부터 매년 말 사람들은 ‘이번에는 누가 터질까’하는 은근한 기대감을 내비친다. 심지어 디스패치는 이미 촬영된 지 꽤 돼 보이는 사진을 1월 1일에 맞춰 열애설로 터뜨리곤 한다. 디스패치도, 그리고 디스패치의 ‘특종’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이미 이 언론사의 ‘특종’이라는 이름을 쓴 불법 촬영물 유포를 이벤트처럼 여기고 있는 상황이다.

 

‘공인’이고, ‘공공장소’니까

물론 ‘디스패치’만 불법 촬영물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불법 촬영물’이라고 인식조차 되지 않는 사진과 동영상들을 소비하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연예인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서 ‘공인이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라고 말하곤 한다. 연예인은 사전적 의미로서의 공인이 아니지만,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이 공적인 일이라고 본다면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논리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인이라면 사생활에 대한 권리마저 반납해야 하는가? 그 누구도 남의 사생활을 알 권리를 가지지 않았고, 누구라도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만약 마땅히 공공연하게 알려져야 하는 정보라면,그것은 이미‘사私’생활이 아니다.

 

ⓒ 언론중재위원회 네이버 블로그

 

누군가는 불법 촬영 당하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이며, 이 역시 ‘관심’이기에 오히려 해당 연예인에게 득이 되지 않냐고 말한다. 하지만 논란이 일곤 하는 ‘사생활’이 담긴 사진 속 연예인들은 어떻게서든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고 싶어 하는 듯이 보인다. 흔히들 연예인은 ‘찍히는 직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찍힌다는 것이 그들의 삶 전체는 아니다. 연예인은 어디서든 찍혀야만 하고 찍혀도 아무 말 하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라, 직업적으로 찍히는 순간들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불법 촬영물의 공포에 시달리는 것은 유출 사건의 피해자나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ㅇㅇ에서 ㅁㅁ하는 커플”과 같은 사진 혹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저 장소에는 공원, 옥상, 음식점 등과 같은 공공장소가 들어가곤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공연 음란죄가 있어, ‘공공연하게 음란한 행위를 하는 죄(형법245조)’를 저지르는 자를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이 있는 것과, ‘공공연하게 음란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불법적으로 촬영하고 그 촬영물을 소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공장소에서 누군가가 음란한(?!) 짓을 하고 있다면, 경찰에 신고하면 그만이다. 그 사람이 음란한 짓을 한 덕분에 우리에게 촬영할 권리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언론’이라면

디스패치는 이런 불법 촬영물을 유포시키면서 당당하게 자신들은 대중들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고 말한다. 디스패치 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의 특정 행위에 대한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는 날이면 각기의 언론들은 이 불법 촬영 행위를 비판하기는 커녕 ‘촬영물’만을 기삿거리로 소비하기에 바쁘다. 종종 더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높은 조회 수를 노리기까지 한다. 이런 기사를 발행하는 것에 대해 애써 ‘권리’라는 말로 포장하고는 있지만, 이는 진실을 숨기기 위한 말 그대로 ‘포장’일 뿐이다.

ⓒ 디스패치 홈페이지 캡처

 

어쩌면 디스패치는 사람들의 ‘알 권리’로 포장된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것뿐일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디스패치의 ‘신년 특종’은 하나의 이벤트가 되어버렸고, 연예인의 사생활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개되는 것은 자신을 어필할 좋은 기회일 뿐이며, 공공장소라면 무슨 짓을 하든 찍힐 각오를 해야만 하는 게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다수의 재미를 위해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행태가 언론의 바람직한 역할인가? 그저 다수의 재미를 위해 어떤 피해와 차별, 억압을 생산해오는 것을 우리는 질리도록 해왔다. 사실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 역시 언론의 역할이다. 불법 촬영물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대중들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대중들의 비판을 받으며 퇴행할 것인지 진보할 것인지는 자명해 보인다.

 

글. 부추(ehdnsr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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