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마저 다 끝나가는 방학 시즌이다. 잠시 멀어졌던 넷플릭스를 다시 꺼내 볼 시간이지만, 이미 오리지널 드라마의 긴 호흡을 놓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탐방할 차례다. 나날이 높아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퀄리티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저번처럼 불편하지 않을 작품만 선별해 여러분께 소개한다. [연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편하게’ 골라 보자 Part.1 드라마

 

1.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2018) / 하이틴, 로맨스, 멜로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포스터 / ⓒ 넷플릭스

 

하이틴 로맨스의 장점만 모아 모아

넷플릭스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 보았을 추천작. 짝사랑하던 남자들에게 몰래 썼던 편지가 동생의 장난으로 잘생긴 주인을 찾아가게 된다는 하이틴 전개의 정석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만나오던 영화들과는 다르다. 하이틴의 고질병인 여성혐오적 시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 마디로 거의 빻지 않았다는 것. 한국계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여타 할리우드 영화처럼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려내지 않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야구르트, 마스크팩 같은 소소한 한국식 설정은 덤! 엄청난 흥행으로 이미 속편 제작까지 확정이 났다. 불편한 마음 없이 오리지널 영화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킬링타임 영화.

 

2. 제럴드의 게임(Gerald’s Game, 2017) / 공포, 스릴러

영화 <제럴드의 게임> 포스터 / ⓒ 넷플릭스

 

호불호 주의! 하지만 극복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처음 이 영화를 골랐을 때, 포스터만 보고 그저 그런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작품의 진가는 남편이 여주인공(이하 여주)을 수갑으로 묶었을 때가 아니라, 그런 그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서서히 드러난다. 침대에서 탈출하기 위해 스스로의 공포와 싸워야 하는 여주. 결국 잠들어 있던 어린 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된다. 답답할 정도로 정적인 연출이 전개되며 이야기는 캐릭터의 내면을 따라간다. 다만, 인물이 공포를 느낄 때 이미지로 표현되는 무서운 장면들이나 막바지의 고어 요소가 영화를 끝까지 시청하는 걸 방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행하는 폭력에 저항해 나가는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수작 스릴러.

 

3. 서던 리치 : 소멸의 땅(Annihilation, 2018) / 판타지, SF, 스릴러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 포스터 / ⓒ 넷플릭스

 

시각적인 체험이 스토리를 앞서가는 좋은 예

실종되었던 남편이 목숨만 겨우 부지한 채 돌아오자, 주인공은 그를 살릴 방법을 찾아 팀원들과 함께 미지의 땅으로 향한다.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기괴하고 징그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환상적인 비주얼의 그래픽은 우리에게 이를 견뎌낼 만한 경이로움을 선물한다. 조금 난해하게 느껴지는 스토리는 작품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끌고 가기에, 이 장르의 마니아들은 꽤 만족할 영화다. 그러나, 이따금 나오는 자기파괴에 대한 내용처럼 인간 심리를 탐구한 깊은 각본이기도 하다. 주인공 모두 여성이면서 과학자다. 작품 내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전면적으로 두드러지는 점도 특징! 꿈을 꾸는 기분으로 편하게 감상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 자체제작은 아니지만, 넷플릭스가 글로벌 배급을 맡았다.

 

4. 프라이빗 라이프(Private Life, 2017) / 코미디, 드라마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 포스터 / ⓒ 넷플릭스

 

지극히 사사로운 이야기가 주는 ‘어색한’ 재미

제목에서 알려주듯, 이 영화는 40대 부부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보여주고 있다. 불임을 겪고 있는 부부의 ‘TMI’ 같은 일상의 단면들이 2시간 내내 지나간다. 임신을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오던 그들은 벼랑 끝에서 자신들을 존경하는 조카에게 난자 기증을 부탁하고, 어색하고 불편한 순간들이 불쑥불쑥 찾아오게 된다. 소소하게 흘러가는 코미디와 이 작품만의 덤덤한 화법이 이토록 개인적인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함께 병원에 가거나 개와 매일 산책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감독의 시선이 느껴진다.  남편 캐릭터가 조금 거슬릴 수 있지만, 관객들이 가족과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숨겨진 명작. 작게 스포일러하자면, 감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내 최고의 엔딩이라 말하고 싶다.

 

+) 번외. 영화관에서 보면 더욱더 좋을 영화

로마(Roma, 2018) / 드라마

영화 <로마> 포스터 / ⓒ 넷플릭스

 

연대의 가치는 흑백에서도 빛날 수 있음을

영화 <그래비티>를 만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으로, 2018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1970년대 초, 빗발치는 개발과 정부의 폭력적인 권력으로 혼란스러운 멕시코에서 백인 중산층 집안의 보모로 일하는 ‘클레오’의 삶을 섬세하게 이야기한다. 단순한 줄거리와 흑백 처리는 관객들이 오롯이 주인공에게 감정을 몰입하도록 한다. 남성을 넘어 여성들이 가족처럼 서로 연대하는 모습이 더욱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풍부하게 녹음된 수많은 소리와 특유의 롱테이크 연출로 생생하게 담아낸 화면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영화관을 찾아야 한다. 아직 남아있는 상영관이 있으니, 어서 가까운 독립영화관을 찾아가자.

 

글. 채야채(chaeyachae@gmail.com)

특성이미지. ⓒ고함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