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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유감] 20대男 지지율…여자 좀 그만 걸고넘어지실래요?

[언론유감 시즌5] 고함20은 기성언론을 향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자 한다. 한 주간 언론에서 쏟아진, 왜곡된 정보와 편견 등을 담고 있는 유감스러운 기사를 파헤치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 20대 남성 지지율이 낮아졌다!’ 이 문장이 요즘 그렇게 화두다. <중앙일보>는 지난주 15일, 20일(월간중앙) 두 차례에 걸쳐 원인 진단에 나섰다. 그런데, 논조가 조금 이상하다.

 

“남성중심사회가 아니라 남성’책임’중심사회”, “남성이 여성보다 현실적”

이 기사는 일단 제목부터 느낌이 온다. [“20대 남성 보수화, 현실 생계에 책임감…문재인에 등 돌렸다”(1/15)] 물론 내용은 더 가관이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사회를 남성중심 사회라고 얘기하는데, 살짝 뒤집어보면 남성 책임 중심 사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20대라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이 갖는 중압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가장 역할, 부모에 대한 부양책임 등 여러 부담이 전체적으로 남성에게 쏠리다 보니 여성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경제적인 이슈에 굉장히 민감해진다”고 말했다. (기사 인용)

 

순식간에 여성은 중압감도, 책임감도, 현실감도 없는 사람이 됐다. 이때 기사의 논조는 남성 가장이 가족을 모두 먹여 살린다는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을 따라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결혼 후 맞벌이는 이제 당연하다. 여성이 취업 시장에서 겪는 무수한 차별과 일-가사 이중부담 역시 현실이다. 지난 몇 년, 여성 청년들이 ‘성차별 철폐’를 외친 건 시간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처절하게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성은 책임감이 없으니 속 편하다’는 투의 분석은 한참 구식이다. 이쯤 되니 더치페이 안 해줘서 이러나, 싶다.

 

능력은 여성에게도 있다

15일 기사로만은 부족했는지, <월간중앙>에선 집중 분석 기사(1/20) 까지 냈다.

 

           여성우대정책, ‘능력주의’ 역린 건드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성을 내건 정부가 실제로 그러지 못하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한다. 일자리만 해도 ‘취업 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대한 만큼의 실적을 못 내면서 여성우대정책에 집착하는 정부가 곱게 보일 리 없다. (…) 한 누리꾼은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의 지속가능 여부를 두고 여론이 시끄러운 마당에 ‘젠더 성평등’에 기준한 투자를 하겠다니 분노를 느낀다”며 반발했다. (…)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들의 마음의 행로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병역을 견디고 취직을 위해 자기계발을 해왔다. 경기가 어려워졌지만 내 차례가 오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또래 여성이 ‘새치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기사 인용)

 

15일엔 책임감 없는 여성이었는데, 20일이 되니 ‘새치기’하는 여성이 됐다. 기사가 회심의 단어로 꼽은 것 같은 ‘능력주의 역린’은 남성에게만 있는 걸까. 이런 세계를 상상해보면 어떨까? 알 만한 정, 재계 인사들은 모두 여성이고, 고위 공직자의 남녀 비율이 1:9쯤 됐을 때, 우리는 이를 ‘남성차별’이라 명명할 테다. 그러면 이때 ‘남성 취업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확대하자’라는 말을 우리는 ‘역차별’이 아니라 ‘차별을 없애는 과정’이라 해야 한다.

여성우대정책이란 말은 성차별이 없는데 여성을 우대한단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현실감 없는’ 소리다. ‘남녀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 뽑으면 되지’는 차별을 겪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여기서 잠깐 기본 상식. 능력이 있어도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는 현상을 ‘유리천장’이라 한다. 1970년에 처음 쓰였고, 이는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유효하다. 지금은 역차별, 남성차별, 남성책임중심주의 (표현 참 많기도 하다) 아니냐고? 자료를 보면 어떨까.

 

왜 가지고 싶은 것만 가져와요?

월간중앙 기사는 ‘집중분석’을 위해 한국고용정보원의 2018년 3월 고용동향브리프 자료를 내놨다. 20대 채용시장으로 초점을 좁히면 여성이 특별히 차별받는 것도 아니란 지적이다. 말만 보면 그럴듯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당 자료 전체를 보면 여성이 받는 차별은 더욱 눈에 띈다. 심지어 <청년층 내 비정규직 고용, 직업, 산업 등 일자리 속성의 성별 분업 현상, 청년층에서도 나타나는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30대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현격한 낮은 고용률, 높은 비정규직 비율, 현격한 임금 격차>는 이 자료가 최종적으로 꼽는 시사점이다. 스물아홉까지만 살고 말 것이 아님은 여성도 알고, 남성도 알고, 한국고용정보원도 아는데, 그 자료를 본 언론만 모르는 걸까? 역차별과 남성차별이 있단 근거로 여성차별을 지적한 자료의 ‘일부’를 가져온 셈이다. 섣부른 발췌와 ‘아는 척’이 이렇게 위험하다.

고용동향브리프 2018년 3월호 발췌 ⓒ 한국고용정보원

 

여성을 탓하는 게 아니라 정부를 탓하는 거라고 말하면서 은근히 여성을 깎아내리는 이 기사들은 말 그대로 ‘유감’스럽다. 분석의 틀을 쓰고 일부만 보여주는 행위도 유감스럽긴 매한가지다.

물론, 이는 비단 이 두 편의 기사, 하나의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언론과 미디어가 ‘20대 남성들의 불만’을 말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20대 여성이 처한 차별적 현실은 평가절하되고, 축소된다. 수많은 언론이 ‘20대 젠더갈등’을 사회문제로 꼽지만, 이 같은 논조의 기사는 결국 갈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지표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원인을 보다 적확하게 진단하는 기사들이 나오길 바란다.

 

글. 제인(dbswls5087@naver.com)

특성이미지. ⓒ 고함20

제인

뿌리에게

9 Comments
  1. 물고기

    2019년 1월 24일 14:0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2. 상어

    2019년 1월 26일 02:43

    정말 논리정연하게 잘 쓰신 글이네요,

  3. 익명

    2019년 1월 31일 06:14

    좋은 글 잘읽고갑니다

  4. 아기상어

    2019년 1월 31일 09:50

    논리정연하네요

  5. 불꽃

    2019년 2월 10일 10:13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6. RE

    2019년 2월 27일 10:41

    좋은 기사 잘읽고갑니다.

  7. Ohh

    2020년 2월 13일 10:09

    간만에 좋은기사네요 잘읽고갑니다

  8. 김수민

    2020년 2월 13일 10:47

    좋은 기사 읽고 갑니다!

  9. 지옥에서온취준생

    2020년 2월 13일 14:44

    정말 좋은 기사입니다. 정부를 까는 것에 몰두해서 오만 데서 부정적이다 싶으면 다 가져오더군요. 서강대 저 교수가 하는 말은 진짜 어이가 없네요 그놈의 군대 ㅋㅋㅋ 이미 호봉으로 진정받고 연봉 차이로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해줘야 아가리를 다물지 궁금합니다. 은행권에서 성차별로 채용했다는 기사가 나온게 불과 작년인데 말이죠 우리가 그 난리를 쳐도 여전히 성차별은 존재하는데 고작 몇개 해줬다고 배아파 죽을 깜냥이면 진즉 죽었어야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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