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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 택배업계의 전망과 택배기사의 전망이 다른 이유

‘000님의 택배가 오후 4~6시 사이에 배송됩니다.’ 택배로 상품을 주고받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상이다. 다가오는 설, 택배업계는 어김없는 성수기를 맞이했다.

 

유통업계는 배송 전쟁 중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간 경쟁이 심해지고, 상품만으로는 변별력이 없어지는 추세다. 이제 관건은 ‘누가 얼마나 더 빨리 상품을 고객의 손안에 쥐여주는가’다. 쿠팡, 티몬 등 기존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편의점, 기업형 슈퍼마켓, 대형마트, 홈쇼핑 등까지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롯데마트는 이르면 내달 혹은 3월부터 ‘30분 배송’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새벽배송, 로켓배송, 원더배송, 신데렐라배송 등 배송 시간을 반나절 이하로 단축한 서비스는 이미 시행 중인 것이기도 하다. 이제 당일배송은 ‘기본값’인 셈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기본값도 있다. 택배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임금이다.

 

성장의 동력은 어디에

택배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택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1992년 이후, 택배 물량이 감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산업의 성장과 함께 종사자 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택배 단가는 꾸준히 하락 중이다. 2000년대 초반 3,500원이었던 택배 단가는 2016년 2,3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명 중 9명이 집화 및 배송실적에 따른 건당 수수료를 수입으로 가져가는 택배기사 입장에선 더 많은 배송을 해야 이전의 수입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니 정부가 말하는 주 52시간, ‘워라밸’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는 택배기사에겐 허황된 소리와 다름없다. 지난달 10일,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표한 <서울지역 택배기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 분류 잡업, 집화, 배송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은 안정적인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을 일하는 셈이다. 명절이나 가을, 겨울철 등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성수기엔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하는 일상이 일정 기간 반복된다. 사실, 굳이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택배업계의 극악한 현실은 이미 공공연하다.

 

향후 10년, 택배업계의 전망과 택배기사의 전망은 다르다?

“향후 10년간 택배원의 고용은 다소 증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온라인쇼핑이 확대되면서 택배 운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구매 즉시 제품을 배송받고자 하는 고객의 심리로 인해 택배업계의 인력은 증가할 것이다”, “온라인 쇼핑 물품의 90%가 택배로 배달되고 있어 택배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고용정보원 2017 한국직업전망 발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2017 한국직업전망에 실린 자료다. 틀린 말은 아니다. 드론 배송 기술이 떠올라도 향후 10년간 택배원 고용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고, 온라인 구매는 줄지 않을 것이며, 택배업계의 성장은 고꾸라지지 않는 그래프를 유지할 것이다. 모든 산업이 하향세를 우려하는 경제 위기 속, 몇 안 되는 안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다. 아, ‘택배기사’ 말고 ‘택배업계’를 말하는 거다.

ⓒ 한국고용정보원 ‘2018 서울지역 택배기사 실태조사’

택배기사 일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보통(3점)’을 넘는 것은 10개 항목 중 단 한 건(동료 간 인간관계)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중간을 겨우 넘은 3.1점이다. 노동시간 만족도는 2점도 채 되지 않는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비율(50.6%)이 이직을 생각해본 일이 있다고도 답했다. 그 사유는 ‘지나치게 노동시간이 길어서’, ‘노동 강도가 너무 심해서’, ‘작업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등 순이다. 날로 늘어나는 물량에 택배업계의 만족도는 높아지지만, 택배기사의 만족도는 바닥을 밑도는 모순이다. 

 

ⓒ 고함20

 

택배 산업의 극성수기인 설 연휴, 다수 온라인 쇼핑몰엔 ‘명절 배송량 급증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문구의 안내 창이 떴다. 하지만, 노동환경의 개선 없이 좋은 서비스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동 착취를 기반으로 한 성장은 결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 ‘이윤보다 생명’이란 뻔한 구호를 다시한 번 떠올려야 하는 이유다.

 

글. 제인(dbswls5087@naver.com)

특성이미지. ⓒ G마켓 홈페이지 화면 캡쳐

제인
제인

뿌리에게

1 Comment
  1. Avatar
    익명

    2019년 2월 1일 18:05

    좋은 포스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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