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대신으로 받은 건 빈 종이컵이었다. 전시장 한 쪽에선 입장권에 로스팅 커피를 내려 줬다. 커피를 받은 사람들은 전시실의 대합실에 모여 앉았다. 탁 트인 공간에선 원두 향이 났다. 대합실 중앙에는 빈 책상이 딱 하나 놓여 있었다. 관람객들은 그곳에 앉아 함께 커피를 마신다. 옆에 앉은 사람들과 이야기가 오고가고, 앞에 앉은 사람과는 따뜻한 눈빛이 스쳤다. 추운 날에 손에 쥔 커피 한 잔이 지닌 힘 ㅡ <커피사회> 전시회를 다녀왔다.

 

ⓒ 전시 <커피사회> 포스터

 

‘커피가 나오는 자리에는 우호적인 분위기와 행복이 있다’

‘커피 예찬’에 나오는 문구다. 그런 면에서 커피는 사교에 가장 충실한 음료이기도 하다. 사교성이 별로 없는 나도 앞자리에 앉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과 대화를 이어갔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같은 커피를 마신다는 구심점 덕분이었다.

전시회에서는 ‘커피’에서 탄생한 문화를 느껴 볼 수 있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전시는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이상의 ‘제비 다방’과 관련된 문학적 사료들을 모아놓은 전시였다. 두 번째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함께 꾸며놓은 가상 다방이었다. 두 전시 모두 다방이라는 이미지가 신선했다. 지금의 카페 문화와 함께 성장한 20대 청년으로서 다방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었다. 혹은 도시 어귀의 비밀스러운 공간 정도? 그러나 전시회에서 가장 세련되게 내 이목을 끌었던 건 ‘다방 문화’였다.

 

예술과 사회적 만남의 교차로, 시인 이상의 ‘제비 다방’

전시회 출입구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전시다. 다양한 문예 다방과 그곳을 둘러싼 문학가들의 사료가 모여 있다. 1930년대 경성의 다방이 미술가와 문인 등 모더니스트 예술가들의 교류의 장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제비 다방’은 시인 이상이 직접 운영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예술가들은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고,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갔다. 이상과 관련된 다양한 예술가들의 시, 수필, 소설 등 당시의 문학 자료를 만날 수 있다. 과거에 작가들은 다방을 직접 만들었다. 그곳에는 동료 작가들과 협업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흔적들이 남았다.

ⓒ 고함20

 

지금도 서울에는 ‘카페꼼마’라는 출판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출판사는 그 장소를 통해 사람들을 모아서 작가를 초청한다. 현재까지도 커피를 중심으로 한 공간이 문화적 소통 공간이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커피는 최근까지도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해주고 사람들을 모아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커피는 음료다. 그렇지만 커피잔을 든 사람들이 똑같은 공간에 모이면 그것은 문화가 된다.

 

신촌 기차 사이와, 연대 사이에 청년 문화로써 다방

다음은 아기자기한 소품과 함께 가상으로 꾸민 다방 공간이다. 50년대와 70년대 사이에 다방 문화는 청년 문화와 어우러졌다. 명동을 벗어난 신촌이나 대학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다방들이 들어섰다. 지금은 다방이 있던 자리를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대신했다. 그 사실이 전시의 가상 공간을 더욱 빛나게 하기도 한다. 없어진 공간은 사라진 시대에 대한 상징물이 되기 때문이다. 전시는 어딘가 촌스러운 장식품들과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그 감성은 사라진 시대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그러면서 ‘오래된 것’ 이상의 의미를 냈다. 당시 다방의 아기자기한 소품과 인테리어를 돌아보는 것만으로, 커피를 마시며 몰려들었던 당시 사람들의 패션이나 음악이 흐르는 것 같았다.

 

다시 탐앤탐스와 스타벅스로

전시회의 여운을 가진 채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학교 근처 카페에 들렀다. 21세기에 우리가 향유하는 커피 문화는 어떨까. 책을 필두로 하는 다양한 카페들이 문을 닫고 있다. 홍대에 위치해서 인기를 끌었던 ‘카페꼼마’ 또한 분점 한 곳은 문을 닫았다. 골목의 상권보다는 카페의 프랜차이즈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카페 문화보다는 획일화된 간편함이 사람들의 소비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각자의 공부를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로 창밖을 봤다, ‘국가고시 합격’ ‘공무원 합격’이라는 대학가의 현수막이 보였다.

 

글. 흰(aaa341717@naver.com)

특성이미지.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