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제 일과는 이러하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브이로그(vlog)를 보고, 질릴 즈음 인터넷 쇼핑을 했다. 평소 눈여겨 봐 둔 책 한 권을 곧바로 ‘앱카드’를 통해 지문 결제했다.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주변 버거킹 매장으로 향했는데, 직원이 바빠 보여 키오스크로 주문했다. 버거를 한 입 먹으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종로 맥도날드에 모여 있던 노인들이 요즘 안 보인다 생각했다. 그들은 키오스크가 들어찬 뒤 매장에서 사라졌다.     

 

‘디지털화’에서 소외되는 노인들

사회 곳곳에서 대면 창구를 대신해 무인 기기들이 하나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최근 패스트푸드점엔 무인주문기,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기기가 들어섰다. 지난달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3대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60%를 넘어섰다. 패스트푸드점은 보통 매장 내 손님에 대한 집중도가 적고 가격이 저렴하단 점에서 소득이 적은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기 최적의 장소였다. 그러나 기계로 하는 주문이 서툰 노인층은 매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패스트푸드점만의 일이 아니다. 은행에도 만만치 않게 무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13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를 도입한 은행 점포 수는 123곳(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2016년 말(39곳)보다 215.4%나 급증한 수치다. 대신 은행의 오프라인 점포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문제는, 60대 이상의 연령층은 인터넷 이용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대면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지배적이란 점이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대면 창구의 수로 인해 이들이 은행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통 이용면에서도 노인들은 어김없이 소외되고 있다. 기차나 고속버스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려면 해당 회사의 모바일 앱(이하 ‘앱’)으로 표를 예매하는 편이 편리하다. 그러나 다수의 노인은 앱 사용에 미숙하거나 존재 자체를 몰라 주변(주로 젊은 층)의 도움을 받아 예약하거나, 예매 창구에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하기 일쑤다.

 

‘코레일톡’? 직접 예매하고 말아

디지털화에서 소외되는 집단은 노인층뿐만이 아니다. 이달 5일, 50대의 박모 씨는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갈 때를 위해 처음으로 KTX 예매 앱 ‘코레일톡’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앱을 실행하자 박 씨는 곧바로 승차권 예매 화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먼저 도착지를 설정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박 씨는 여러 가지 탭(tab) 중 어느 부분을 눌러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옆 사람의 도움을 얻어 도착지 설정 화면으로 넘어갔지만, ‘주요 역’에 뜬 지역들을 한참이나 살펴봐야 했다. ‘주요 역’ 탭이 무얼 말하는 지도 잘 모를 뿐더러 선택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기차표를 예매하고 있는 50대 박 씨 / ⓒ고함20

 

박 씨는 1분여 뒤에야 화면 상단부에 위치한 <가까운 역> 탭(위치정보 서비스 기반)에서 목적지인 ‘진주역’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 난관은 출발일 설정이었다. 출발 시간대를 고르는 숫자 옆엔 ‘시’라는 글자가 아주 작게 적혀있어 시력이 좋지 않으면 무슨 글자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없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나 최종 관문에선 뜻밖의 화면이 나타났다. 바로 로그인이 필요하다는 창이었다. 예매를 다 했다 싶은 참에 회원가입을(역시 많은 정보를 기입해야하는) 해야 해 허탈감마저 느껴졌다. 박 씨는 결국 앱을 끄며 ‘혼자선 절대로 못 하니 차라리 직접 가서 예매하고 만다’며 자리를 떴다.

스마트폰 화면 크기의 제약으로 작은 글씨도 문제였지만, 전반적으로 기본적인 앱 사용법의 미숙으로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 일이 빈번했다. 사실 중장년층을 포함해 고령 세대에게 스마트기기나 무인기기 등을 마주하는 일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환경을 태어나면서부터 생활처럼 사용하는 세대)가 아니고서 생경한 기기에는 미숙할 수밖에 없고, 친절하게 알려줄 사람도 잘 없기 때문이다. 처음 접하는 외래어(예를 들어, 앱카드 결제, 사이렌 오더), 빠른 화면 전환, 오직 카드 결제만 가능한 시스템 등은 불친절하고, 불편할 뿐이다.

 

시작부터 ‘낙오자’가 발생한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꽤 근사하게 들리는 용어는 사실 우리 옆에 바짝 다가와 있다. 은행, 교통, 식당 등에 도입된 키오스크와 관련 모바일 앱 서비스 등은 디지털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허나 많은 사람이 반짝이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는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중 하나로 산업 운영 전반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서비스 이용에의 ‘낙오’ 계층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소외’ 현상 속 중장년층과 노인층의 낙오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진행되는 신체적 둔화(노안, 느린 물리적•정신적 반응속도 등)로 빠르게 전개되는 디지털화를 따라가지 못해 기기 등의 이용을 포기하면서 ‘주류’에서 ‘자진 하차’ 한다. 허나 그 누구도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스스로를 고립시키진 않는다. 디지털 소외 계층의 자진 하차는 결국 기업과 정부의 ‘따라올 사람만 와라’ 식의 태도에 의해 ‘타의적’으로 내몰린 셈이다.

 

청년층은 지금도 스마트 기기와 서비스로 편리함을 누리며, 시시각각 수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있다. 반면 디지털시대에 소외된 집단, 주로 노인층과 많은 수의 중장년층은 소외감을 느끼며 부당함을 호소한다. 일부만 누리는 편리함은 공평하지 못하다. “시작일 뿐이니 지켜봐야 한다”는 너무나 안일하다. 오히려 시작일 뿐인데 상대적 디지털 약자 계층이 ‘따라가볼 만하다’는 판단을 세우지 못한다면 이는 차별이 아닐까.

 

글. 네오(sylim9944@gmail.com)

특성이미지. ⓒ 고함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