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 대학의 신입생 A씨의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은 수강신청 날 산산이 조각났다. 수업을 세 개 밖에 신청 못 한 것이었다. 다른 동기들도 사정은 비슷비슷했다. 원하는 수업의 반도 신청 못 한 사람이 태반이었고 국가장학금 수혜 조건의 신청학점(12학점)을 못 채워 좌절하는 사람도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학교 커뮤니티를 뒤지던 A씨의 눈에 이런 글이 들어왔다. ‘강사법 시행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

 

강사법이 뭐길래?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은 2010년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故 서정민 씨 사건 이후 시간강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 요구가 커지면서 발의되었다. 강사법은 2011년 국회를 통과했으나 이후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되었다. 대학 측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강사들은 해고 등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몇 차례에 걸쳐 개정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 9시간 이상 수업하는 강사에게 교원 지위 부여 ▲1년 이상 임용 기간 보장 ▲3년까지 재임용 절차 보장 ▲방학 중에도 4대보험 가입 및 임금 지급 ▲퇴직금 지급 ▲부당한 처분에 대한 소청심사권 등 주로 안정적인 고용 환경과 복지에 대한 보장을 담고 있다. 

강사법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작년 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학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올 9월 법안 시행을 앞두고 많은 대학이 늘어날 재정 부담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시간강사 해고, 전임 교수에게 강의 몰아주기, 졸업학점 축소, 강의의 통폐합•대형화를 추진하였기 때문이다.

 

실제 19학번 새내기의 시간표/ⓒ페이스북 성공회대 개강현타 직접행동

 

마땅한 대책 없이 고전하는 정부…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

이러한 조치의 폐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개강 전에서부터 많은 학생들이 줄어든 강의 수로 인해 수강신청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교양강의를 많이 수강할 시기인 19학번 신입생들이 시간강사 해고로 인해 교양강의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충분한 학점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교가 시간강사의 빈 자리를 전임 교수로 대체하면서 전임교원의 강의 시수가 늘어났다. 강의 질의 하락이 염려되는 부분이다. 또한 모자란 강의 수를 커버하기 위해 기존 강의의 수강정원을 늘려 강의를 대형화했는데, 강의를 듣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당초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55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국회의 예산안 심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288억원으로 삭감되었다. 이에 학교 당국은 예산 지원에 차질이 생길 것을 염려하고 있다.

 

학교는 정말 돈이 없을까?

대학은 ‘몇 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입학정원 축소로 학교 재정이 감소한 상황에서 강사법 시행으로 인해 연간 3500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강사 해고와 강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연간 3500억원이라니, 이는 짐짓 심각하게 들린다. 학생 입장에서는 이러다 등록금도 인상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탐탁지 않은 구석이 많다. 첫째로 연간 3200억원이라는 추정 예산부터 잘못되었다. 이 추정 예산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고등교육 기관의 교원 및 시간강사 등 현황 분석>을 통해 발표한 것인데, 이는 현재의 시간강사 강의료(4년제 국·공립대 시간당 평균 7만1300원/ 사립대 5만2500원, 2017년 통계)교육부 권고 수준(시간당8만5700원)으로 인상했을 경우를 가정해 계산된 것이다.  법안에 강의료 인상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데, 강사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대학이 몇 년째 동결해온 강의료를 갑자기 인상하리라고는 보기 어렵다. 전국대학강사노조의 계산에 따르면 강사법 시행 비용은 연 1600억원으로 충분하다.

둘째로 재정난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서울 사립대 곳곳에서 건물 올리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대의 경우, 현재 안암캠퍼스에서 7개의 건물 신축계〮획과 더불어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면서 수백억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중앙대는 2008년 이후 25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5개 건물을 신축했고, 연세대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에 1100억원을, 송도 캠퍼스에도 수천억의 예산을 들였다. 위 대학의 공통점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 해고, 수업 축소, 강의 통폐합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분노한 학생들: 우리는 더 이상 참지 않아!

이러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새로 지은 건물만 많으면 뭐 하냐, 들을 수업이 없는데’라는 불평이 나온다. 학생사회는 대학의 시간강사 해고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부터 ‘강사법관련 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지속적으로 활동해왔다. 이에 고려대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해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작년에 비해 교양강의 수가 200개 이상 감소했음이 드러났다.

개강 이후 염려했던 상황을 마주한 학생들은 학교의 비민주적 의사결정과 학습권 침해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성공회대는 ‘개강현타 직접행동’을 꾸려 지난 3월 7일 학교의 불통과 수강신청 과정에서 겪은 혼란을 비판하는 문화제 ‘개강현타 한마당’을 진행했다. 연세대학교 강사법관련 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14일 신촌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의 학습권 침해에 항의하며 2학기 강의 원상 복귀를 촉구했다.

“비정규직 강사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대학이 앞장서 학습권을 침해하는 상황에 맞서서, 저희는 계속해서 연대할 것입니다. 비정규직 교수, 정규직 교수, 학생이 더불어 숲이 되는 대학이 되도록, 저희는 함께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그리고 교원의 노동권,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정부와 청와대가 하루라도 더 빨리, 강사 고용 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시간강사 대량해고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고발대회 발언 중

강사법 시행 이후인 다가올 2019년 2학기까지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면 현재의 혼란이 지금보다 더한 규모로 일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당국과 정부의 긴밀한 협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이 사안에 끝까지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글. 총총(ech752@naver.com)

특성이미지. ⓒ페이스북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