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부상과는 반대로 대학 내 여학생 대의 기구인 총여학생회는 잇달아 폐지된 작년이었다. 그리고 현재, 대학의 페미니스트들은 총여학생회 폐지 그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이에 대학 페미니즘의 역사를 되짚고 미래를 상상해보기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5월 28일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여성학회와 서울시립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2019 차세대 페미니즘 연구-활동가 포럼 <대학 페미니즘 이어달리기: 총여학생회 폐지, 그 너머를 상상하라>가 바로 그것이다.

 

ⓒ차세대 페미니즘 연구-활동가 기획단

 

90년대 영페미는 전체의 역사가 아니다

대학 여성운동의 역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90년대의 영페미들이다. 영페미는 여성주의가 학생 운동 내에서 뒷전으로 밀려온 것을 비판하며 등장한 대학 여성주의자 집단이다. 대학 내 절대적 여학생 수 증가와 맞물리며 여성주의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을 마련하는 주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영페미가 90년대의 여성운동 전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황주영은 ‘우리가 지금 기억하고 이해하는 영페미는 사실 ‘신촌’과 ‘관악’의 영페미’라고 이야기한다.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소위 ‘명문대’로 불리는 몇 개 대학에 집중되었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대학의 여성주의자들은 자신을 스스로 영페미로 정체화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금도 총여학생회에 대한 많은 논의와 분석이 이뤄지지만, 대체로는 서울에 한정되고 만다. 건재한 비수도권 지역 총여학생회들을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임봉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그동안 대학 여성주의의 역사로 논의되지 못한 ‘지역에서 대학 여성운동이 어떻게 생성되고 전개되어 갔는가’를 밝히고자 했다. 부산대의 80년대~2000년대를 기록한 ‘부산의 대학 여성운동 역사복원 프로젝트팀, BRIDGE’가 그것이다.

 

 

그 많던 총여학생회는 다 어디로 갔을까

90년대 영페미들은 기존 학생회 체계의 남성주의적 위계 문화를 비판하며 등장했다. 따라서 이들에게 학생회인 총여학생회는 여성주의 운동의 중심이 아니었다. 그러나 영페미의 시대가 지나고 난 후에도 총여학생회는 최근까지 대학 사회의 관심 밖에 있었다.

황주영은 무관심의 원인을 ‘학생회 자체의 의미와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았다. 90년대는 학생운동의 약화와 함께 IMF 경제위기가 몰아친 시기였다. 대학생들이 ‘학점 관리와 취업 준비 외에 다른 곳에 관심을 갖기 어렵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회의 역할은 축소되었다. 현재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고객센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 그 반증이다. 황주영은 그러나 특히 총여학생회만이 폐지로까지 이어진 이유를 조직 구조의 문제로 보았다. 하부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총학생회가 단과대 학생회와 과 학생회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단과대 여학생회나 과 여학생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기층 단위의 관심을 끌어내기 어려운 조직 구조는 총여학생회의 유지를 어렵게 했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총여학생회는 무관심의 대상에서 백래시의 대상이 되었다. 윤김진서는 백래시의 원인을 ‘대학 공동체의 붕괴’에서 찾았다. “공동체가 유효하다면 ‘우리’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고 안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더는 공동체로 인식되지 않는 대학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어떠한 고민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총여학생회는 총투표로 폐지되었다.

 

ⓒ차세대 페미니즘 연구-활동가 기획단

 

총여학생회가 아닌 다른 형태라면

총여학생회의 빈자리를 대신할 존재는 모든 대학 페미니스트들의 고민이다. 학내 페미니스트 네트워크도, 학생회 체계 내의 위원회도 가능하다. 도희는 성공회대 인권위원회의 사례를 발제했다.

인권에 대한 고민을 하며 만들어진 성공회대 인권위원회는 계속 되는 공격에 시달려야했다. 첫 번째는 대표자들에 의해 선출되는 간선제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위원회가 만들어진 초기에 과도기적 방식으로 간선제를 채택했지만 이로 인해 정당성을 의심받았다. 또한 학생회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호명되었으나, 1년 주기의 학생회에서 전문성을 갖추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문제가 터지면 모두가 찾지만 해결의 주체로는 신뢰할 수 없는 모순’ 속에서 인권위의 기반은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비판이 대체로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보다는 ‘‘인권’과 ‘여성주의’를 이야기함에 있어 힘을 뺏고 공격하기’ 위한 이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결국 공격을 위한 공격에 시달리며 해결사로서 할 일만 많았던 활동가들은 스스로 소진되었으며 바라보던 사람들은 피로감에 공론장을 떠났다.

 

 

페미니즘은 멈출 수 없다

우울한 이야기가 한 가득이었나. 그러나 항상 미래를 준비하기 전 필요한 것은 현재를 짚는 일이다. 결국 ‘자신이 속한 대학의 조건과 맥락에서 가능한 방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총여학생회가 다름 아닌 총투표로 폐지되었다는 것에서 대학 공동체가 얼마나 붕괴하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소수자 배려가 사라진 대학에서 공동체 회복에 대한 고민이 드는 이유다.

페미니즘은 보편화 되어 가는데 총여학생회는 폐지되는 이 상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황주영은 페미니즘 운동은 ‘탈정치화된 대학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 운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페미니즘은 지금 대학 사회의 부정할 수 없는 가장 커다란 의제다. 총여학생회가 폐지되었어도 대학의 페미니스트들은 남아있다. 이들은 또 다른 새로운 운동을 고민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이다. 대학 미투와 단톡방 성희롱이 꾸준히 뉴스의 한편을 차지하는 한 페미니즘은 멈출 수 없다. 이제는 총여학생회 폐지, 그 너머를 상상할 때다.

 

 

 

글. 일공이(oneotwo@naver.com)

특성이미지. ⓒ차세대 페미니즘 연구-활동가 기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