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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다고함] 요즘 페미 노는 법, 페스티벌 킥! 리뷰

그동안 여성혐오와 성차별에 맞서 뜨겁게 싸워왔던 페미니스트들이 이번엔 함께 모여 놀았다. 즐기기 위해 여성의 성적 대상화 혹은 안전하지 않은 환경을 감수해야 하는 페스티벌은 이제 재미없다. 페스티벌 킥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부스들, 개성 있고 서로 존중하는 페미니스트 참가자들, 입덕을 부르는 페미들의 공연을 경험해버렸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이제 우리의 언어, 분노, 생활, 소비 영역을 넘어 우리의 놀이가 됐다. 페미니스트가 기획하고, 페미니스트가 진행하며 페미니스트가 즐기는 페스티벌 킥에서 페미니즘으로 가득 찬 세상을 보았다.

페스티벌 킥의 가장 큰 목표는 ‘오늘 하루 재밌게 놀기’다. 페미니스트들이 이렇게 잘 놀다니, 할 정도로 잘 놀 것. ‘노는’ 컨셉답게 넓은 세빛둥둥섬 야외광장엔 에어바운스, 방방 등 놀이기구가 들어섰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지나가는 부부들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이 놀이기구들 덕분에 페미 참가자들은 초면임에도 ‘놀이기구 타보셨어요?’ 하며 말을 트거나 깔깔 웃으며 페미 놀이터를 즐겼다.

ⓒ불꽃페미액션

 

놀이기구들을 지나면 여성단체와 페미니즘 단체들이 준비한 여러 부스가 즐비했다. ‘내가 들은 빻은 말 적기’는 이 시대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참여 부스였고 실제로 엄청나게 다양한 빻은 말들이 나왔다. 나는 ‘낙태하려면 남자 허락받아라’를 빻은 말로 적었다. 페미니즘 축제만의 이색적인 부스들도 있었는데 ‘천하제일 겨털 대회’가 대표적이다. 여름인 만큼 여성들은 각종 몸의 털들을 대학살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천하제일 겨털 대회는 이러한 강박을 무시하고 누구의 겨털이 더 멋진가를 겨뤘다. 이외에도 즉흥 페미 소설 이어쓰기, 페미니즘 스튜디오 등 다양하고 개성 있는 부스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부스들 모두 ‘페미니즘’을 말하고 있지만, 각자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낮에는 이렇게 부스들을 즐기고, 밤부터 토크쇼와 각종 공연, 디제이 파티가 이어졌다.  토크쇼는 권김현영과 셀럽맷, 송란희가 게스트로 참가했다. 페미니스트 참여자들도 사연을 보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토크쇼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한 페미는 ‘망한 섹스 썰’을 풀어 많은 페미니스트의 호응을 얻었다. 또 다른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즘에 관해 토론하고 싶어하는 남자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라는 사연을 보내자,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가는 “나 권김현영인데 나랑 토론하고 싶어?”로 시작하는 랩을 선보이며 페미니스트와 죽자고 토론하고 싶어 하는 안티페미들을 저격했다.

토크쇼가 끝나고 신승은, 슬릭, 이랑, 오지은, 디제이 시사의 공연이 이어졌다. 신승은의 ‘당신은’에서 여성 문제를 남자에게서 상담(?)받으라는 뻔뻔함을 꼬집는 가사와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아서 네이버 댓글을 쓰냐는 가사는 일상생활에서 페미들이 마주쳤던 수많은 남자를 떠올리게 했다.

 

여자인 내가 여자의 삶에 대해서 얘길 하는데

당신은 김어준 얘기를 듣고 와서 입을 열라네

네이버의 댓글들 전부 다 당신이 단 건가요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아서

분명히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데

당신은 늘 할 수 있는 최악의 주어만 말하고

지금 이 노래가 혹시나 불편한가요

그건 내 문제 아니라 네 문제

신승은 <당신은> 가사

 

 

다양한 사람들,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페스티벌 킥을 찾았다. 그중에는 ‘찌찌해방’을 외치며 상의를 탈의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하지만 페스티벌을 찾은 수 많은 사람들 중에 그들에게 불편한 시선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자유로웠고 행복해 보였고, 그게 다였다. 해가 내리쬐는 대낮, 야외에서 상탈을 한 여성을 처음 봤던 나도 ‘그저 몸이구나. 성적인 것이 아닌 신체.’라는 생각을 했을 뿐 다른 이들처럼 그들을 지나쳐갔다. 가수 이랑은 ‘상탈한 멋진 언니들’에게 존중을 표하며 함께 상의를 탈의하고 노래를 불렀다. ‘시원하니 좋은데 기타에 살이 닿으니 땀이 난다’는 게 상탈 후기의 전부였다. 마지막 공연인 디제이 시사는 ‘자 이제 상탈할 시간이다’라며 첫 곡을 디제잉했고 페미들은 신나서 너도 나도 옷을 벗었다.

찌찌해방가들. ⓒ불꽃페미액션

 

페스티벌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던 길의 세상은 낯설게 느껴졌다. 여성의 가슴을 부각한 소주 광고 이미지,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힙합 속의 mother fuckers, 술 취한 남자들, 그리고 ‘요즘 페미 노는 중’이라는 등 뒤에 붙인 스티커가 신경 쓰여 밖으로 나오자마자 뜯어내는 나. 페스티벌 안에서의 나와 바깥세상의 나는 완전히 같을 수 없었다. 그래서 페스티벌이 끝난 후 바뀌지 않는 어두운 바깥세상과 용기 없는 스스로가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본 멋진 페미니스트들과 그들과의 이야기, 노래, 몸짓을 기억한다면 여성의 상의 탈의 사진이 음란물이 아닌 세상이 오지 않을까. 그때까지 수많은 여성 혐오적 페스티벌(여성의 가슴과 엉덩이를 클로즈업하지 않으면 페스티벌 홍보를 할 수 없는)의 홍수 속에서  매년 페미들의 페스티벌 킥은 열릴 것이다. 페스티벌 킥 안에서 내가 느꼈던 편안함을 ‘밖’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글. 당근야옹이 carrot3113@naver.com

특성이미지 ⓒ불꽃페미액션

당근야옹이
당근야옹이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6 Comments
  1. Avatar
    nnnnnnn

    2020년 3월 26일 12:47

    얼굴보니까 남잔데

  2. Avatar
    익명

    2020년 5월 29일 15:32

    남자들도 저러진 않는다 역겨워;;;

  3. Avatar
    익명

    2020년 5월 31일 00:32

    남자고 여자고 뭐든간 페미를 따라서 저짓은 정말 더럽다. 본인들은 남성들이 페미에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데 정작 왜그러는지 몰라;;

  4. Avatar
    익명

    2020년 6월 16일 23:13

    성적인 대상이 아니라 니들 신체라며?소중한 신체니 아껴라..성적 대상 아니라며 다 탈의하고 역겁게 노니?앞뒤가 안 맞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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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

    2020년 6월 17일 05:47

    언젠가 자신의 저 행동이 부끄러워 질 날이 있을지……
    원시형태로 돌아가는 미개한 몸짓으로 보임은 사회성을 무시한 자태이기 때문이다
    못살고 미개할때나 남자들이 웃통까고 다니는 어른 있었지 현재 남자들중 저렇게 웃통까고 다니는 사람 어디있던가~
    노출증 환자처럼 자신의 몸을 함부러 타인에게 노출하는게 몸을 아끼는 거라고? 도대체 뭘 배운건지~뭘 가르치는건지~
    저 사진들 얼굴 고이 간직해서 성인이 되었을때 다시 보길 바란다
    저런 행위는 지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고 미개한 육적인 퇴행이다

  6. Avatar
    익명

    2020년 6월 17일 13:23

    ㅋㅋㅋㅋ 10년 20년 지나고 저 사진 보면 내가 왜 저러고 살았지 싶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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