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술자리에서 설리의 ‘노브라’ 이야기가 나왔다. 남성 지인들은 “꼴 보기 싫다”, “불편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남자는 브라 안 하지 않느냐?”라는 물음엔 “전현무도 이번에 젖꼭지 때문에 욕먹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하지만 전현무는 젖꼭지를 드러내며 거리를 활보하는 흔한 남성일 뿐이다. 그리고 그에게 행해진 풍자(?)-젖꼭지 보이니 흉하다는 댓글들-는 대다수 남성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설리와 화사의 노브라는 어떤가. 그 자체로 실검 순위를 차지하며 논쟁 거리가 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비난은 현실의 여성들이 브라를 벗지 못하게 하는 데 힘을 발휘한다.

 

ⓒ서울신문

 

미디어에서: 남성이 원할 때만 브라를 벗을 수 있다.

미디어 속 여자 주인공이 집에서 머리를 묶고 안경을 쓴 채 막 잠에 들려는 장면, 막 일어난 장면 등 ‘편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장면에서 이상한 점이 있다. 거의 모든 미디어 속 여주인공은 자기 전에도, 잔 후에도 브라를 차고 있다는 사실이다. 종종 우리는 현실과 괴리가 느껴지는 이러한 ‘옥의 티’를 발견한다. 여주인공은 ‘항상’ 브라를 차고 있다는 미디어의 가정은 현실 속 노브라를 더욱 이상한 것으로 여겨지게 한다.

이렇게 신줏단지 모시듯 브라 속에 꼭꼭 숨겨진 여성의 젖꼭지는 오로지 섹스 장면에서만 보인다. 젖꼭지는 잘 숨겨져 있다가 남자와 섹스할 때에 비로소 자유(?)가 되는 것이다. 여성의 젖꼭지는 성적이라는 남성 중심 사회의 인식은 미디어에 반영되고, 개인은 미디어에 영향을 받으며 ‘브라=필수’라는 공식을 공고히 한다. 따라서 거리를 활보하는 자유로운 젖꼭지-그래 봤자 옷 안에 숨겨진 신체일 뿐인-는 불편하고 보기 싫은 것, 야한 것이 되어버린다.

 

현실에서: 설리, 화사의 노브라가 관심을 받는 이유

젖꼭지 숨기기 대작전은 젊은 여성들에게 더욱 더 강요되는 악습이다. 나이 든 여성들의 노브라는 사람들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여성의 젖꼭지는 (‘성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여겨지는) 젊은 여성의 것일 때 주목받다가, 그 외에는 관심 밖이 된다. 물론 계속해서 브라를 할 것을 요구 받은 여성들은 대체로 나이 들어서도 브라를 벗지 못한다.

그리고 거짓말 같은 법원의 판결 내용이 들려왔다. 택시에서 성추행을 한 남성 교감에게, 법원이피해자가 67세라는 이유로 감형을 한 것이다. 여성의 나이에 따라 성적 수치심도 적어진다는 법원의 판결과 젊은 여성들의 노브라를 단속하는 ‘예절남’의 모습은 어쩐지 겹쳐 보인다.

 

ⓒ 일러스트집 <찌찌가 뭐라고>

 

눈치 보며 노브라를 고민하는 나와 당신들에게.

나는 브라와 정말 맞지 않는다. 브라는 물리적으로 나에게 불편하며 특히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서 브라의 존재감과 불편함이 더욱 커진다. 특히 자주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나에게 브라는 해롭다(의사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다). 편하다는 브라를 찾아 입어 보아도 노브라만 못하다. 그래서 헐렁한 옷을 입었거나 약속 없이 밖에 나갈 때는 종종 노브라 차림으로 나가곤 한다.

한번은 너무 더워서 브라를 화장실에서 벗어버렸다. 몸은 자유를 찾았지만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을까, 놀림감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또 다른 족쇄가 되었다. 전현무 같은 노브라 남성들은 평생 해보지 못할 걱정들이다. 어렸을 적 집에서 노브라 차림으로 있다가 친척에게 지적을 당한 이후로 사람을 만날 때나 밖에 나갈 땐 꼭 브라를 했지만 조금씩 노브라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여성이 그냥 자신이 편한 쪽으로 속옷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그 만큼 ‘노브라’라는 선택도 많아져 더 이상 노브라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젖꼭지는 그저 젖꼭지. 여성의 몸은 그저 몸. 이게 어려운 자들을 위해 더운 날 브라를 차기엔 스스로의 젖꼭지가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그냥 그게 편하니까 선택하는 거다. 남자들은 평생 느끼지 못할 불편함이 내 일상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그냥 해버리자. ‘노브라’를 하려는 자가 견뎌야 할 무게는 여성들의 노브라가 불편한 남자들의 몫이다.

 

글. 당근야옹이(carrot31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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