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홍콩 최고의 영화 시상식 금상장(金像奬) 영화제는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가 금지됐다. 독립영화 <10년(Ten Years)> 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최우수 작품상까지 시상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10년> 은 ‘우산혁명’이 실패로 돌아가고 10년이 지난 2025년 홍콩을 다섯 개의 옴니버스 영화로 엮었다. 국가보안법 도입을 위해 테러를 조작하는 중국의 관료들, 보통화(普通話·표준 중국어) 사용이 의무화된 홍콩의 택시, 영국대사관 앞에서 분신자살한 시민, 중국의 세뇌 교육을 받아 사람들을 감시하는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이제 범죄인 인도법에 대항하는 홍콩의 대규모 시위는 11주째를 맞이한다. 만약 투쟁이 끝내 실패한다면, <10년> 은 정말로 영화가 아니라 섬뜩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우산혁명: 소년 대 제국” (좌), 자치권을 완전히 잃은 홍콩의 미래를 그린 옴니버스 영화 “10년” (우) ⓒ 넷플릭스, Ten Years Studio

 

홍콩은 홍콩이다. 중국이 아니라

홍콩과 중국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매우 다른 곳이다. 1840년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패하고 영국에 홍콩을 할양했다. 식민지배는 156년간 이어졌다. 1997년, 영국과 중국이 ‘홍콩반환협정’을 체결하면서 홍콩은 엄밀히 말해 중국의 일부가 되었지만, 홍콩의 투표권, 표현의 자유, 언론 집회의 자유 등 높은 수준의 자치권은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일국양제(一國兩制)’는 50년 후인 2047년까지 유효하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기다릴 생각이 없는 중국은 수년째 홍콩에 대한 ‘내정간섭’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홍콩의 행정장관은 중국 중앙정부가 선임한 위원회를 통한 ‘간선제’로 선출되고 있는데, 국제법과 반환협정을 모두 어기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2014년 ‘우산혁명’은 행정장관 선거의 직선제 전환이 거부된 것이 발화점이 되어 일어났다. 조슈아 웡처럼(참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대 제국(Joshua : Teenagers ve. Superpower)>) 우산혁명을 주도한 홍콩의 10~20대는 일국양제 전후로 태어난 세대다. 그들은 매년 6월 4일 빅토리아 파크에서 천안문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집회와 함께 성장했다. 한편 중국 본토 내에서는 ‘천안문 항쟁’을 검색할 수도 없다.

 

시위 참가자들이 외신에 필사적으로 상황을 알리고 있다. ⓒ Anthony Kwan/ Getty images

 

 

‘단 하나의 중국’ =검열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폭력으로 손과 발을 묶는다

영화 <10년> 이 그리는 가상의 2025년 홍콩은 정말로 중국과 닮아있다. 다섯 번째 이야기 ‘현지 달걀’에서 중국은 홍콩 주민들의 생계를 통제하기 위해 현지에서 생산한 달걀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다. 세뇌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이 지령을 받아들고 한 상인에게 ‘현지’라는 말은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신고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현지’가 아니라 ‘홍콩 달걀’로 파는 것은 괜찮냐고 묻자, 어린이는 금지 단어의 목록에 ‘홍콩’이 없다며 돌아간다. 중국에선 이러한 검열이 어느 정도 현실이다. 강력한 인터넷 규제를 시행하며 페이스북도, 넷플릭스도 차단한 중국 정부는 “나는 반대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시진핑 황제”와 같은 문구들을 맥락과 상관없이 검열하고 있다. 무슨 일인지 “롤업 슬리브”와 “앞으로 평생 채식 할거다”도 검열에 포함됐다. 그들은 원하는 게 무엇이든 원하는 때에 금지한다.

 

“우리는 우리의 행정부를 스스로 선택하길 원한다.” ⓒ Anthony Kwan/ Getty images

 

시민들은 영화와 같은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해서 거리로 나섰다. 18일 열린 대규모 시위에는 170만 명의 인원이 집결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외침은 매우 명료하다. ‘범죄인 인도법’의 완전 철회, 행정장관에 대한 보통 선거권 보장, 시위를 폭력으로 제압한 경찰에 대한 공정한 조사, 시위 체포자 석방이 바로 그것이다. 경찰은 11주 동안 1800여 개의 최루탄, 160개가 넘는 고무탄을 시위 진압에 사용했으며 700명 이상의 시민들을 체포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폭력으로 지워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위를 이끄는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31일 또 한번의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조슈아 웡은 2014년 9월 26일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의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10년 후의 초등학생들이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글. 리사(cherry0226@goham20.com)

특성이미지. ⓒ넷플릭스, Ten Years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