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동생과 함께 서울에 거주 중인 대학생이다. 부모님께 임대 보증금을 부탁할 형편이 되지 않아 오랫동안 대중교통으로 왕복 서너 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를 통학하다가 LH의 청년전세임대를 신청해 동생과 함께 작은 빌라에 살고 있다. 청년전세임대 셰어형의 지원금액 한도는 1억 5천이었지만, 서울에서 LH 전세 1억 5천으로 두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둘은 결국 작은 빌라를 반전세로 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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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매달 LH에게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집주인에게는 월세를 내야 한다. 임대료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수업이 없는 날은 늘 카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한다. 덕분에 주말에 제대로 쉬지 못한지 한참 되었다. 그럼에도 수입은 넉넉하지 않고 생활비는 항상 모자라다. 최근 A씨는 문자로 발송된 임대료 고지서를 확인하다가 청구내역 밑의 내용을 발견했다.

 

제도홍보: 중위소득(44%이하)은 주거급여 신청하세요 상담 (1600-1004) 신청 (인접주민센터)

 

중위소득 이하? 주거급여? 인터넷을 뒤져보니, “소득·주거형태·주거비 부담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지원대상은 “부양의무자 소득 및 재산 유무와 상관없이, 신청가구의 소득과 재산만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우리나라의 총 가구를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함)의 44% 이하 가구”였다. A씨는 동생에게 달려가 외쳤다. “우리,,,우리 주거급여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며칠 뒤 구비서류를 들고 찾아간 주민센터에서, 담당 직원은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30세 미만은 개별가구로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두 분은 2인 가구가 아니라 부모님 포함 4인 가구로 봐야 합니다. 주거급여를 신청하시려면 부모님 주거지의 관할 주민센터에 가셔야 해요.”

“저희는 부모님과 세대분리가 되어 있고, 건강보험료도 따로 내고 있는데 그래도 개별가구가 아닌 거예요? 30세 미만이라서?

“네 그렇죠. 어쩔 수 없어요.”

“그러면 저희 둘을 2인가구로 묶었을 때는 수급자격이 될 수 있어도, 부모님 포함 4인가구면 자격이 안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주거급여를 못 받는 건가요?”

“그렇죠. 부모님의 재산과 소득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거기에 두 분이 버시는 것도 포함되니까 안 될 확률이 높죠.”

 

둘은 주민센터를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4인 가구로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는 상담해 봐야 알겠지만, 한 주 내내 학교와 알바에 치여 사는 두 사람에게는 부모님 주소지의 주민센터가 열려 있는 시간 내에 방문해서 상담과 신청을 진행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각 급여 지원은 개인이 아닌 ‘개별가구’ 단위로 이루어지고, 만 30살 미만 비혼 자녀는 부모와 묶여 하나의 개별가구가 된다. 이 때문에 30살 미만 청년은 원가족에서 독립을 하더라도 별도의 급여 지원을 받기 어렵다.

 

지난 7월 30일 열린 ‘제58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생활보장사업의 기획ㆍ조사ㆍ실시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구)’에서는 주거급여 수급 가구의 20대 비혼 청년이 부모와 다른 지역에서 살 경우 주거급여를 분리해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고, 내년 7월에 수립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제도 개선안을 담아 2021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결정은 원가구가 수급 가구인 청년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원가구가 수급 가구가 아니더라도 주거급여 수급 자격을 갖춘 30세 미만 청년이 2만 6천여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청년은 당연히 부모의 보살핌 아래에 있을 것이라는 편견 아래 주거급여를 받지 못했던 이들은 또 다시 정책의 바깥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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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은 <20대의 주거급여 수급제한에 부쳐>라는 논평을 통해 현 정책에 대한 비판을 표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20대라도 기준선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주거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부유한 집의 비경제활동 청년들이 이 제도를 악용할 것이라서 ‘원가족이 수급자인 20대 청년’ 밖으로 제도를 확대하면 안 된다고. 우리 사회는 지난 20여 년간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경쟁과 승자독식을 장려하여 왔다. 그 과정에서 개별 가족들의 자생적 상조에 기반한 우리 사회의 복지안전망은 무너졌고, 많은 청년들은 부모의 빈부와 무관하게 세상으로 내몰렸다. 무너진 남성 가부장제 4인 가구 신화 속에서 청년들은 사회의 기존 작동원리와는 갈등, 단절을 경험한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낳은 가슴 아픈 상처이지 청년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A씨는 말한다. “가난한 20대는 제도적으로 너무 불안정한 위치에 놓인 집단인 것 같아요. 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사회는 우리를 당연하게 ‘부모님의 몫’으로 정해놓고 있잖아요. 그런데 부모님이 우릴 책임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의 몫인가요?”

 

글. 총총(ech7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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