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할 말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폭풍 같은 2019년이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드디어 형법 제256조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비슷한 시기, 미국 아이오와주 (남)주지사 킴 레이놀드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시기부터 낙태를 무조건 형사 처벌하겠다는 ‘Heartbeat Bill’에 서명했다. 미국 낙태권은 ‘백래시’에 휩싸였다. 한편 인도에서는 대규모 성 감별 낙태가 적발됐다. 올 한 해,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몸을 두고 일어난 전쟁들을 살펴보자.

 

 
아르헨티나 낙태 합법화 운동 ‘초록 스카프 시위’는 2017년 시작되었다. ⓒ Nuria Bodda

 

아르헨티나, 초록 스카프 시위

‘교황의 나라’, 인구의 약 77%가 가톨릭 신자인 아르헨티나는 산모의 생명이 위급하거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낙태가 허용된다. 하지만 2019년 2월, 아르헨티나에서는 의사가 양심적 이유로 낙태 수술을 거부하여 11세의 성폭력 피해자가 출산한 사건이 있었다. 매년 1천 명 이상의 성폭력 피해자가 병원에서의 합법적인 낙태가 거부되고 불법 경로를 찾고 있다. 이미 2018년 낙태 합법화 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되며 안타깝게 다음을 기약해야 했던 아르헨티나의 여성들이 2020년에는 승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퀵테이크’는 낙태죄 폐지를 이끈 한국의 여성들을 ‘벽을 깬 15인의 여성’에 선정했다. ⓒ Quick Take by Bloomberg

 

한국,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올해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주와 북아일랜드 공화국, 그리고 한국의 낙태죄가 폐지됐다.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합헌인 대체 입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7개월 동안 국회는 낙태에 대해 뚜렷한 논의를 하지 못한 채 정체되고 있다. 단순히 낙태는 범죄가 아니라는 선언보다, 더 나아가 여성의 재생산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관련기사] 미국 낙태 여행 : Safe, Legal and Free Abortion

 

인도, 3개월 동안 단 한 명의 여아도 태어나지 않은 132개 마을

태아의 성별에 따라 출산 여부를 결정할 목적으로 여아일 경우 임신을 중단하는 ‘여아 낙태’ 역시 여성몸의 대한 권리의 침해이자 학살이다. 7월 24일, 인도의 132개 마을에서 3개월 동안 단 한 명의 여아도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정부는 전담팀을 구성해 공식 수사에 들어갔다. 전담팀은 강제 유산 또는 낙태가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것이라 밝혔다. 1994년, 인도는 성감별낙태를 금지했지만 이 관습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인도의 출생시 성비는 111:100이다.[1]

 

영국, 낙태 지원단체 입주 거부한 ‘위워크’

9월 21일,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 런던지점이 낙태를 지원하는 모금 행사를 “정치적 민감함”을 이유로 거부해 논란에 휩싸였다. 행사를 주최하는 여성단체 ‘Verve’는 이미 여성 할례와 아동 강제혼 폐지를 위한 모금 행사를 ‘위워크’에서 여러 번 진행했지만, 낙태 여성을 지원하는 모금 행사는 거부당했다. 스텔라 크리시 하원의원은 이 사건을 두고 “최근 영국에서 여성이 의료 서비스(낙태)에 접근할 권리를 침묵시키려는 추세가 일고 있으며, ‘위워크’도 이 추세의 일부에 탑승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2019년은 2000년 보다 퇴보했다. ⓒ BBC

 

미국을 강타한 거대한 낙태권 백래시, 현황은?

미국은 낙태권에 관한 한 아주 힘찬 뒷걸음질을 보여주고 있는 국가 중 한 곳이다. 10월 14일, 미연방대법원은 루이지애나주의 낙태 제한법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법안의 내용은 30마일 이내에 낙태 클리닉을 단 한 곳만 두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대법원이 집행 정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이 재판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임명 이후 첫 낙태권 결정이 될 것이다. 3년 전, 동일한 내용의 법안에 대해서 위헌이라고 한 판례가 있지만, 현재 미연방대법원은 우 편향된 상황으로 같은 결과를 담보할 수는 없다. 그 밖에 미주리 주, 조지아 주, 앨라배마 주에서 발의된 6~8주 이내의 낙태를 금지하거나 낙태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법안 등은 각 주 법원이 집행정지명령을 내려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관련기사] 미국 낙태 여행 절망편 #YouKnowMe

 

[1] 남아 : 여아(100명 기준) : 인간의 자연 성비는 105:100 이다.

 

글. 리사(03hypen22@gmail.com)

특성이미지.  ⓒNuria Bod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