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보고 ①] 2019년, 고함20이 놓친 뉴스들은?

고함20의 기자들은 지난 12월 28일, 2019년의 마지막 회의에서 <연간보고>를 개최했다. 미처 쓰지 못한, 놓치고 만 뉴스가 너무나 많다. 꼭 쓰고 싶었던 기사를 언급해보자.

 

ⓒ고함20

 

#미디어

리사 <보니하니> 사건. EBS의 공식 입장이나 그 개그맨의 사과문에서 드러난 ‘가스라이팅’이 끔찍했다. 여성 청소년인 피해자가 왜 폭력을 웃어넘겼는지 하나도 이해 못 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법학자 캐서린 맥키넌의 말이 생각난다. “여성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웃어넘긴 행위도 생존 방식일 뿐이다.

 

부추 영화 <아워 바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주인공이 늙은 남성과 섹스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부장섹스 장면이 나오는데 여성 서사일 수 없다. <아워 바디> 보지 마세요. 기분 나쁨”이란 내용의 비판이 많았다. 그 하나에만 집중해서 <아워 바디>를 보지 말라고 하는게… 애초에 기분 좋으라고 만든 장면도, 영화도 아니라고 느꼈다.

박평식 평론가가 “엉뚱한 장면이 영화를 망쳤다”는 평을 했었다. 그게 그 장면일 거란 생각이 든다.

부추 페미니즘적으로 옳지 않다는 비판의 트윗이 몇 천 알티를 탔는데, 실제 관객 수는 만 명을 못 넘었다. 차라리 흥행이라도 하고 욕을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대학 내 이슈

부추 대학가에서 있었던 ‘조국 규탄 집회’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이슈가 이미 한참 지나가 버렸고

리사 지금은 싹 사라진 것 같다. 그래서 뭐, 어떻게 됐나?

부추 아무런 결론이 없다.

리사 올해 고함에서 학내 이슈를 많이 못 다뤘다.

총총 총장직선제 이슈를 놓쳤다. 이번에 숙명여대가 진전이 있었으니 내년에 다뤄보면 좋을 듯.

 

학교가 갑자기 학부제로 바뀐다고 한다. 지금 난리가 났다. 입결이 높은 과와 입결이 낮은 과가 싸우기 시작했고, 그리고 특정 학과 학생회가 회식비로 150만 원을 횡령해서 또 난리가 났다. 지금 이게 비운동권과 운동권 싸움으로 비화가 돼서, 여러 가지로 난장판이다.

리사 누가 이길 것 같나?

사실 ‘학교’가 싸움을 붙이는 거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학생들은 어떤 대상을 두고 욕하고 싸우는 걸 좋아하니 학교만 승자가 되는 상황이다. 누가 이기지 못한다. 계속 학교만 이긴다. 아 맞다. 학교 상징이 ‘코끼리’인데 갑자기 코끼리 동상을 둘러싸고 공사를 시작하더니 코끼리로 분수를 만들었다.

당근야옹 그럼 코에서 물이 나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닙니다;; 코끼리 앞에 물길을 만들었다. 화가 난다. 학교는 대체 돈을 어디에 쓰는건지?

리사 우리 학교도 무슨 분수를 몇 년 전에 만들었다. 꼭대기에서 아래까지 쭉 내려오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강연 온 날에 특별히 틀어주더라.

당근야옹 황교안 대표 왜 그렇게 많이 다니나? 우리 학교에도 왔다.

서울대에도 강연 왔다가 논란 만들지 않았나? 청년들이 굳세지 못하다고 어쩌고 했던 것 같다.

리사 “52시간제는 과도하다. 더 일해야 한다”고 했다. 숙명여대에서도 자기 아들이 학점이 몇이고 스펙이 어쩌고 해서 어쩌고 기업에 들어갔다는 TMI 얘기하고. 황교안 대표는 요즘 유독 바쁘게 청년 대상으로 강연 다니는 것 같다는 느낌.

당근야옹 요즘 20대 청년들이 보수화되는 경향이 강하단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나도 대학교 내에서 체감하고 있다. 소수자 인권 얘길 꺼내면 굉장히 불편해한다. 신기했다. 대학이 더 진보적일 거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어서.

다다 보수화도 보수화고, 반지성주의 경향도 강하다.

딱 이 주제로 3월에 기사를 발행하려 했었다. 당시 내가 생각했던 건 ‘보수가 트렌디한 것으로 여겨지는 20대 문화’였다.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청년들이 보수화된다는 프레임을 지으면 안 좋지 않을까? 이런 우려가 있어서 접었다.

총총 ‘댄디 보수’,  ‘보리수’ (합리적 보수)

부추 천관율 기자가 쓴 책 떠오른다. <20대 남자 – 남성 마이너리티 지식인의 탄생>

리사 책 표지 너무 못생겼다. 아, 물론 책 주제에 걸맞은 표지이지만, 어디까지는 ‘미관상’ 너무 별로라는 말이다.

부추 이 책에 나온 통계 다 너무 참담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야… 어떡하냐? 어떡하냐 진짜?” 이러면서 읽었다.

 

천관율, 정한울 지음, 「20대 남자 –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 표지 ⓒ참언론 시사인북

 

#에브리타임

얼마 전에 학교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갑자기 “인종차별 왜 하면 안 돼?”란 글이 올라왔다. 너무 화가 나서 누구든 자기가 선택할 수 없는 걸로 차별받아선 안된다고 댓글을 달았다. 성별이나 인종 등. 내 덧글에 어떤 사람이 답댓으로 “그런데 남자는 차별받잖아. 남자라는 이유로” 이렇게 달아놨더라.

부추 아, 그럼 그것도 당연히 안 되겠지!!! 이 (험한 말 심한 말)야!!!

아니 얘가 나랑 싸우고 싶어서 어그로를 끄나? 그냥 씹었다. 며칠 뒤에 확인해보니까 자기가 자기 댓글을 삭제했다. 자기는 뭔가 거기서 분탕이 될 줄 알았나보다.

당근야옹 이런 에브라타임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싶다.

우리 학교는 총여 폐지 성명을 에타에서 했었다.

(???)

결국 그 성명은 무효가 됐다. 어찌 됐든 한 기구의 존폐를 결정하는 걸 익명 커뮤니티에서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에타라는 공간의 과잉이 일어나는 것 같다.

당근야옹 화나고 싶을 땐 에타를 들어간다.

리사 네? 너무 자기 학대 아닌가

부추 잠 깨고 싶을 때도 들어간다.

에타 하니까 썰이 하나 생각났다. 경찰행정학과 연간보고에서 “천하제일병신대회”라는 표현을 썼더라. 화가 나서 에타에 ‘병신’이란 표현을 모든 사람이 보는 공공장소에 게시하면 안 된다고 올렸다. HOT게시판도 가고 아주 난리가 났다. 댓글 중에 나보고 ‘병신’이라 한 것도 있다. 진지충, 피씨충, 죽이고 싶다. 이런

부추 아니 대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진지한 게’ 지금 누군데?

우리 학교 수준이 어떤가? 를 상기하고 싶을 땐 에타 들어가서 보면 좋다.

 

총총 학내에서 성 중립 화장실 만드는 사업을 했었다. 그때 에타가 너무 웃겼던 게, 그 사업 홍보 목적의 좌담회나 인권주간 이런 행사를 많이 했다. 그래도 화제가 덜 됐는데 그럴 때마다 안티페미들이 에타에서 “야, 얘네 이런 거 하는 거 봤냐? 인권 주간 부스 하는 거 봤냐?”라면서 조롱을 했다. 아주 사업 홍보를 역으로 해줬다. 와, 저 정도면 어둠의 페사모다! (페미니즘을 사랑하는 모임)

부추 에타 얘기는 언젠가 꼭 필요한 것 같다. 늘 엄청나게 과잉 대표되는 집단. 내가 다니는 학교는 에타 말고 다른 큰 커뮤니티가 하나 더 있는데 거기서 매년 총학 탄핵안이 올라온다! (ㅋㅋㅋㅋ) 그런 것만 봐도 자의식 과잉이 너무 심하고, 자기들이 이걸 다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도 심하다. 하지만 총학에서 자꾸 에타와 그 커뮤니티와 잘 소통하겠다는 공약을 한다. 너무 말도 안 된다. 들을 필요가 없는 의견도 있는데 무슨 공론장을 만들겠다 이러고. 몰카 찍지 말라는데, 대체 무슨 공론장이 필요한가? “찍지 마, 보지 마” 정답이 너무 명백하고 토론할 필요가 없는 이슈인데 그 커뮤니티 말을 들어야하는 게 웃기다.

당근야옹 학보사에서도 인용한다. “에브리타임에 따르면,”

부추 “에브리타임의 한 유저 A 씨에 따르면”

리사 혼란한 21세기…

 

시간표 관리 어플 에브리타임은 해당 학교 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브리타임

 

당근야옹 학보사도 너무 보수적이다. 지하철 총파업을 두고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이렇게 파업을 해선 안 된다는 칼럼을 학보사가 냈다. 뭐 “갈등하면 안 된다, 화합이 중요”식의 아재체 기사를 대학생들이 쓴다.

학보사는 미디어 장학금이 걸려 있고, 학교 데스크를 무조건 통과하게 되어있다. 모든 기사가 아재체가 되어서 나온다.

당근야옹 누구의 중립인지 의문이다.

 

#홍콩시위

중국인 유학생들이 홍콩 시위 지지하는 대자보를 훼손했다. 그래서 한국인 학생과 중국인 유학생이 ‘몸싸움’을 했다. 경찰도 오고, 사건이 커졌었는데

부추 홍콩 지지 대자보를 중국인 유학생들이 찢고 다닐 때, 총학생회가 사상 최초로 대자보 훼손하지 말라는 공지를 띄웠다. 형사 고소를 하겠다면서. 그동안 페미니즘, 퀴어 인권 대자보가 몇백 개 찢겨나갔을 텐데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또 ‘정의로운 한국 남성들’이 막 나타나서 “그래. 당당하게 대자보로 싸워라”하니까. 너무너무 싫었다. 이때다 싶어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표현을 쓰는 사람들도 싫다.

중국인 유학생과 카드뉴스 만드는 수업을 같이했었다. 그 학생이 홍콩 시위를 카드 뉴스 주제로 가져왔다. 홍콩 시위가 ‘반체제 폭력 시위’라면서 5.18과 비교하는 발표를 했다. 5.18을 비폭력적이었는데 홍콩은 폭력적이라고.

당근야옹 롸????

그러면서 중국만 욕하는 한국 언론이 너무 편향적이라는 결론을 내리더라. 갑분싸를 경험했다. 중국인들은 정말 저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마음이 아팠다.

 

[연간보고②] 기자 코멘터리 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고함20(editor@goham20.com)

특성이미지. ⓒ고함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