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가 내리던 화요일 오후, 당산의 한 카페에서 정의당의 비례대표 경선후보 조혜민씨를 만났다. 대전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이라는 그는 선거를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중이었다.

 

ⓒ 고함20

 

“안녕하세요, 90년생 정의당 여성본부 본부장 조혜민입니다.”

제 슬로건인 다시 만날 세계의 의미는, ‘다시 만난 세계’ 라는 노래가 여성들에게 주는 의미가 있잖아요? ‘조혜민이 국회의원이 되면 다른 세상이 열릴 거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록되지 않으면 우리가 고민했던 것들이 역사에 남지 않더라고요. 슬로건은 당선 여부를 떠나서 당의 역사로 남기 때문에 시대의 화두였던 것을 기록에 남기고 싶었어요.

‘90년생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이유는, 사회적으로 90년대생이라는 세대에 대한 프레임이 있잖아요? 작년에 나왔던 <90년생이 온다>라는 책 같은 것이요. 개인적으로 그런 프레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쓰지 않는 것보다는 내가 역이용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나 90년생 어린 여자애다. 그래도 정치하고 심지어 정당 지도부다!

대학 시절 단과대 학생회장직을 맡으면서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했던 일은 제게 큰 여파를 남겼어요.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 후 ‘내가 똑똑하고 현명했더라면 더 잘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시간이 지나 미투운동을 만나고 나서 그 일은 나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어요. 안희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서는 ‘내가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죠.

 

정의당과 ‘연애하는’ 정치인

제가 당내의 논쟁을 겪으면서 느꼈던 건 페미니스트들은 당 안팎에서 외로운 싸움을 한다는 거예요. 당 밖에 있는 사람들은 왜 탈당 안 하냐고 물어보는데 당내의 사람들은 제가 너무 급진적이라고 말해요. 선거를 준비하면서 페미니즘을 명확하게 슬로건으로 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 안에서 페미니즘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후보가 있다는 인상을 대중에게 남기고 싶었고, 당내에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의당은 제가 가입한 첫 정당이에요. 2012년 당시 진보정의당이 처음 만들어진 게 통합진보당 비례 사건 이후였는데, 다들 진보정의당은 잘 안 될 거라고 말했었어요. 그래서 그 과정을 지켜봐 온 입장으로 당에 어떤 책임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정의당에 대한 감정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전 애인 같다고 표현했었어요. 내가 얘 마음 아니까 생각하면 되게 아련하고, 그러면서 또 못 해준 게 마음 쓰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같이 잘 가보려고 해요. 그럼 재회인 건가요?(웃음) 정의당과 썸 타는 사람은 많지만 연애하는 사람은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 ‘연애하는’ 정치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번 총선은 ‘미투 이후의 총선’이어야 한다

‘선거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죠. 많은 사람들이 이번 총선을 촛불 이후의 총선이라고 말하는데, 그 이후에 미투라는 큰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미투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가 여성들의 외침을 현안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죠. 이번 총선은 명백히 미투 이후의 총선이 되어야 해요. 이 워딩 하나가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발화되는 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정의당의 입으로 말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책검증대회에서 ‘텔레그램 N번방’에 5분을 할애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사실 N번방 국회국민동의청원을 보면서 굉장히 슬펐어요. 이건 정확히 정치가 그 몫을 다하지 않아서 만들어진 결과물이거든요. 텔레그램 N번방 논의가 불거진 건 실제 피해자가 죽음을 선택했기 때문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죠. 저는 이 사안을 정치/정당의 책무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정책검증대회에서 강조하려고 했어요.

저의 5대 공약인 스토킹 처벌법, 차별금지법, 강간죄 개정안, 생활동반자법, 채용성차별 근절법은 사실 새로운 공약들은 아니에요. 대부분 국회에서 이미 발의가 됐지만 통과되지 못한 것들이죠. 스토킹처벌법 같은 경우는 99년에 발의가 됐는데 아직까지도 통과되지 못한 법안이에요. 그래서 저는 공약들을 얘기할 때 ‘내가 만약 국회의원이 되면 이걸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이걸 어떻게 현안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정의당 내 의원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당선된다면 내부의 네트워킹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페미니즘을 강조하는 이유는 당 밖의 사람들에게 ‘정의당에도 페미니스트 후보자가 있다’고 알리기 위함도 있지만 당내에 있는 사람들의 기준점을 높이기 위해서도 있거든요. 그래서 현재의 목표 중 하나는 제가 낸 공약들이나 선거과정에서 말하는 관점이 정의당의 관점이라고 당내에 확산되는 것이에요. 그렇게 된다면 21대 국회를 맞이했을 때 정의당 내의 논쟁을 최소화하고 당의 이름으로 법안을 발의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성 청년’을 포용하지 못하는 청년 정책

저는 왜 여성이 직면한 문제는 청년 문제라고 일컬어지지 않고 국가적인 사안이라고 여겨지지 않는가에 대해 의문이 있었어요. 제가 직면하고 있는 것도 ‘여성 청년’의 현실이거든요. 정의당 여성본부에서 채용 성차별 관련한 논평을 낼 때도 일부러 이것이 ‘청년의 일상이다’라는 표현을 썼어요. 직장에서 페미니스트라는 검열에 직면해서 해고당하는 청년의 일상. 비슷한 맥락에서 저는 제 공약들이 다 청년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스토킹 처벌법이 필요하고, 공정한 기회를 얻기 위해 채용성차별 근절법이 필요하죠.

현재의 청년 정책은 여성 청년을 담보해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주거 정책을 예로 들면, 보통 1인 가구 월세 지원이라든지 청년주택 같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여성에게는 안전이 가장 1순위잖아요? 청년 주거 정책에서 최저주거기준으로 면적을 두는 것처럼, 집이 어느 정도의 안전함을 갖추도록 설계하게 하는 기준만 두면 여성 청년도 포함하는 정책이 될 수 있어요. 기존의 청년 정책에 대해 여성주의적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고함20

 

이번 선거에서 얻고 싶은 건? 당연히 당선이죠! 당선될 거고, 그 이후엔 바로 지역구 선거를 준비할 생각입니다. 국회의원이라는 마이크를 가지고 지역구로 돌파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리고 선거제 개혁도 다시 시작해아죠. 아직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완성된 게 아니니까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더 많은 소수자 정치인들이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으로서는 국회에 들어가면 이후의 선거를 준비하는 게 가장 큰 계획이에요. 지방 선거와 대선이 다가오잖아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제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고 페미니즘을 명확한 현안으로 만들려면 당연히 다음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인터뷰. 총총(ech752@naver.com), 채야채(chaeyachae@gmail.com), 김타민(thanku4u1235@naver.com)

특성이미지. ⓒ고함20

기획 [2020 총선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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