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고소득 남성의 얼굴을 한 국회가 안전과 평등에 관한 여성들의 지속적인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판에서 소외되거나 일회성으로 소비되었던 청년 여성들이 2020 총선에 새로운 판을 깔았다. 이번 총선이 ‘페미 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목소리를 고함20이 전한다.

 

ⓒ고함20

 

-알바노조, 불꽃페미액션 등 많은 활동을 하셨어요.

첫 정치 활동은 알바노조 활동이었어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만나서 실태조사를 했는데 주휴수당이나 사대보험 가입 등 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이 너무 안 지켜지고 있었어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을 보며 사회나 법에 대한 감각이 달라졌어요. 아직도 법을 지키라는 말이 유효한 투쟁이 되는 사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불꽃페미액션은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검찰이나 경찰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여성이 인간이라면 당하지 않아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닥치는대로 문제 제기, 시위, 기자회견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실제로 바뀌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페이스북이 찌찌 해방 퍼포먼스[1] 사진을 음란물로 규정하고 삭제했는데, 저희가 항의한 끝에 페이스북에 사과를 받아내고 게시물을 복원했어요. 이런 승리의 경험들이 쌓이면서 ‘우리가 힘을 모으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이가현 후보는 정당의 공천을 받는 안전한 길에서 벗어나 무소속을 선택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지금, ‘페미니스트 후보’임을 자처했다. 그의 선택과 용기는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유가 있나요?

무소속이 하나의 정치적 지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소속되어 활동할 만한 정당이 없다, 모든 정당이 불만족스럽다’는 메시지도 되니까요. 무당층이 늘어나면서 그들을 겨냥한 무소속 출마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거죠.

 

-”정치의 ‘코르셋’을 걷어버리겠습니다.”를 선거 문구로 공표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코르셋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의미해요. ‘정치의 코르셋’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첫째는 여성의 정치에 참여를 가로막는 코르셋을 없애자는 것이고, 둘째는 정치가 여성이 겪고 있는 코르셋을 걷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페미니스트 후보로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정치적인 언어나 법과 제도로 해석하며 홍보하는 중입니다. 지역에 있는 대학생 페미니스트나 여성 거주자들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젊은’, ‘여성’ 후보라는 프레임을 경계하려고 해요. 제가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이 중요하다고 하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어린 여자가 기특하네’라는 시선으로 소비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서요.

정치권에서 할 일은 당연히 여성 대표성 강화에요. 지금 국회는 남성 의원이 80%잖아요. 이러니 스토킹 처벌법이 통과가 안 된 거죠. 최소한 여성 의원이 30%는 되어야 하는 규정이 필요해요. 모든 정당에서 여성 후보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공천해야 해요. 안 그러면 도태되는 거죠.

 

-후보님은 안전한 여성 공간을 강조하면서 출마했어요. 본인의 성평등 공약이나 여성 공약을 설명해주세요.

여성들이 어디에서나 안전할 수 있는 공약들을 생각했어요. 먼저, 성폭력 성립 기준을 저항 정도가 아닌 ‘동의 여부’로 판단하도록 개정하는 공약이 있어요. 스토킹 처벌법은 20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에요. 스토킹이 많은 여성살해의 전조 증상인데 가볍게 여겨져요. 이외에도 스텔싱[2]을 강간에 준하게 처벌하도록 스텔싱처벌법을 개정하려 합니다. 법률적인 방안 외에도 공간 내 규정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20대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택시 안에서 불안을 겪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젊은 여성 승객에게 중년 남성 택시기사가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불안을 조성하는 식이죠. 이 경우 택시 회사 내에 규정을 만들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봐요.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이 폭력인지, 무엇이 평등한 관계인지 생애주기별로 교육을 해야 이런 감각이 길러지죠. 이를 위해 지속적인 페미니즘 교육을 교육과정에 포함할 예정입니다.

청년과 관련된 정책도 있어요. 청년들에게 공정성과 계급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는데, 공정성은 채용에서부터라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채용 성차별은 여성들이 쌓아온 노력을 무너뜨리고 그들을 더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로 모는 거죠. 지금 채용 성차별 벌금이 500만 원 밖에 안 돼요. 최소한 책임자가 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로 개정해야 해요. 같은 맥락으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당연한 원칙을 지키도록 하는 성별 임금 격차 해소법도 준비했어요. 지금 서울시가 하는 성 평등 임금 공시제에서 더 나아가 기업이 성별 임금 격차의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고 기업의 실질적인 노력을 강제하는 거죠. 기존 청년 정책은 청년을 남성의 얼굴로만 상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저는 이렇게 여성의 얼굴로 청년을 그려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외에도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리는 것, 생활동반자법, 국회에 전 국민의 인구 비율을 반영하는 다양성 대표제, 1인 가구 전용 면적 확대, 임차인 세금 혜택 강화 등 다양한 청년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일단 여성들이 살아남아야 다음이 있고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정치인으로서 여성들이 어떻게 죽는지, 왜 죽는지를 봐야 해요. 여성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들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함20

 

-블로그[3]에 선거일지를 공유하고 있어요. 2030 여성들의 선거캠프는 어떤가요?

돈이 없어요.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저희는 생계 활동을 하면서 선거 사무실을 지키고 있고요. 선거캠프 구성원들은 자원 활동으로, 오히려 자기 돈 내 가면서 선거를 치르고 있어요. 결국 선거에 올인하는 기성 정치인과 비교해서 홍보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거죠.

가끔은 혼자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명함을 드리는 데  조금 불안해요. 누가 나에게 해코지를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죠. 다른 남성 정치인들은 선거 사무실을 자기 집으로 해요. 집 주소가 공시되어도 상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제 주소가 공개됐을 때 오는 두려움이 있으니까 사무실을 구하기 전까지 후보 등록을 못 해요. 돈이 배로 들죠.

그럼에도 좋은 점은, 저희는 다른 선거본부에 비해 회의 자리에서 평등하게 발언권을 가져요. 저도 선본원들의 의견을 따를 때가 많고요. 회의에서 명함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사진을 보정하는 건 코르셋인가?”, “주름을 없애는 것도 코르셋인가?” 이런 이야기도 자주 해요. 크게 지향하는 바는 같지만, 세부적으로 중요시하는 것은 각자 달라요. 저는 직장 내 외모 및 복장규정 금지 관련 법안을 주장했지만 회의 결과 핵심공약에서는 이 법안들이 뒤로 밀려났어요. 고함20에서는 제 사심을 채우겠습니다! (웃음)

 

제 페미니즘 정치가 빚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알바노조나 세월호 참사 관련 활동을 하면서 벌금이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이 벌금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함께 돈을 모아 벌금을 내주시곤 했어요. 이런 사회적 안전망이 제 주변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죠.

 

-앞으로 이루고 싶은 성취와 계획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 이번 선거가 페미 판이 되었으면 해요. 페미 판을 정치계까지 넓히는 거죠. 지난 몇 년간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어요. 이런 여성들의 목소리를 정치영역에 반영하는 통로가 되고 싶어요. 두 번째로 빚을 지지 않고 선거를 치르는 것이에요. 정치를 지속하려면 빚이 없어야 해요. 국회의원 출마’만’ 하기 위해 천 오백만 원이 필요하니까요. 후보자 난립 방지를 위한 기준이 왜 돈일까요. 차라리 정치 시험을 보면 좋겠네요.(웃음) 제가 동대문구에 출마했다는 사실이 그저 이벤트가 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페미니즘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1] 불꽃페미액션이 페스티벌 킥에서 기획한 토플리스 퍼포먼스

[2] 상대방의 동의 없이 피임기구를 제거하는 것

[3] https://blog.naver.com/ddmfemi/221829045878

 

글/인터뷰. 채야채(chaeyachae@naver.com), 마들렌(stayheretoday2@gmail.com), 당근야옹이(carrot3113@naver.com)

특성이미지. ©고함20 

기획[2020 총선특집]

기획. 총총, 채야채, 김타민, 당근야옹이, 일공이, 다다, 달이슬, 마들렌, 달걀껍질,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