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홍대에서 정의당의 비례대표 경선후보 장혜영 씨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연세대학교를 자퇴할 때도, 동생을 장애인 시설에서 데리고 나올 때도 주변인은 말렸다. 정치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하지 말라는 걸 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 고함20

 

장애인 시설에 오래 살았던 동생을 데리고 나와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을 찍은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제작한, 21대 총선 정의당의 비례대표 경선 후보 장혜영입니다. <생각 많은 둘째 언니>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어요. 

 

– ‘미래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어요.

저는 청년 정치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청년’이라는 말을 빼고 싶어요. 미래라는 말에는 아젠다라는 의미도 있어요. 기후 위기, 정보인권, 감염병처럼 모든 사람의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이슈가 있잖아요. 정치가 어떤 원칙으로 이런 의제에 대비해야 하는가를 탐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래정치를 저의 키워드로 가져가기로 했죠.

 

– 다큐멘터리 찍으신 지 3년이 지났어요. 변화를 느끼시나요?

‘정확히 당신과 내가 만나서 이 얘기를 말할 수 있게 된 만큼 달라졌다’라고 말하고 싶어요.변화는 이런 방식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변화를 믿는다면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 후보님의 대표 공약은 뭔가요?

1호 공약은 ‘24시간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에요.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든 돌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많은 분이 ‘장애인이나 장애인 가족을 위한 공약이구나’라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이건 모든 인간을 위한 공약이에요. 가장 보이지 않는 이들의 인생을 보장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을 가진 사람들의 삶도 보장하는 거죠. 가장 취약한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시작이에요.

 

– 24시간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외에도 탈시설(수용 시설 중심 치료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이 있나요?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활동지원사를 보다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들어야 해요. 지금은 처우가 좋지 않아요. 4대 보험을 지원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면 인력이 모일 거라 생각해요.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제도의 토대가 되죠.

의무교육과정 안에 활동지원사 연수 과정을 넣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모든 사람은 돌봄이 필요하고 모든 사람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라는 관점으로 우리 교육이 바뀌어야 해요. 활동지원사 연수 과정이 어렵지 않아요. 5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10시간의 연수를 받으면 자격증이 생겨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처럼 활동지원사 아르바이트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통합교육도 중요하죠. 지금은 장애인의 날 하루, 영상 하나로 장애인을 배우는데, 그렇게는 장애인이 인격을 가진 존재임을 체감할 수 없잖아요. 현재의 교육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걸 습득하는 게 아니라, ‘더 잘난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상대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애들은 쳐내도 괜찮아.’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함께 이기 위해서 때로는 자기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조정해야죠. 이런 스킬들이 다가오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능력주의가 팽배한 한국교육에서 실현 가능할까요.

능력주의가 모든 사람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해요. 능력주의에서 복지는 더 잘난 사람이 베푸는 시혜가 되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주어진 환경에 만족해야 해요. 하지만 능력이 모자란 것과 행복할 권리는 별개잖아요.

저는 영향력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국가의 관점에서 저희 동생 ‘장혜정’이라고 하는 중증 발달 장애인은 능력이 거의 0에 수렴하는 사람이에요. 그렇지만, 영향력의 관점에서 보자면, ‘장혜정’이라는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쳐왔죠. 나머지 가족의 인생이 변했으니까요. 이런 측면에서 영향력이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죠.

 

– 탈시설(수용 시설 중심 치료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있는데, 실현 가능할까요?

저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거예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말하는지 너무나 잘 알죠.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갖고 계산하면 위험이 크니까요.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제 인생이 존엄하다고 느끼나. 그렇지 않거든요. 그럼 저는 불만족스러운 애매한 존엄의 상태로 안분지족하며 살아야 할까요? 명백하게 나쁜 결말이 예측될 때 긍정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예측할 수 없는 수준으로 도전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불확실해지기 때문에 없던 가능성이 생긴 거죠. 닫혀있던 문을 부수는 거예요.

 

– 이번 총선에서 얻고 싶은 성취가 있나요?

정의당이 20석 이상의 원내교섭단체로 21대 국회에 진입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얘기한 정책을 실현해낼 힘이 약화되거든요. 정치력을 가지고 정책을 실현해낼 힘을 만드는 것. 그게 이번 총선에서 꼭 얻고 싶은 거죠. 그리고 그중에 한 명이 되는 것? (웃음)

 

ⓒ 고함20

 

– 국회에 가서도 유튜브 라이브 계속하실 건가요?

그럼요. 첫날부터 등원 브이로그! 앞으로 국회의 치부를 낱낱이…(웃음) 처음으로 의원실에 들어갔을 때 화장실이 따로 있는 걸 보고 크나큰 충격을 받았어요. 옛날에는 엘리베이터도 따로 타고 다녔다고 해요. 이 국회라는 공간이 어떤 공간이었는지 파헤쳐보고, 새로운 재미를 드리고 싶어요.

 

– 고함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저 같은 정치인에게 지면을 할애해 동시대 독자들을 만나게 해주는 언론이 너무 절실하게 필요해요. 이 기사 좋으셨다면, 고함20을 꼭 후원해주세요. (기자들 웃음) 지지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숫자로 이어져야 하거든요. 그것이 표가 되었든 후원이 되었든 숫자로 마구 표현해주십시오. 그래야 버틸 수 있어요.

 

– 마지막으로 지지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각자의 일상 속에서 잘 버팁시다. 가치를 잃지 말고 잘 버팁시다.

 

글/인터뷰. 마들렌(stayheretoday2@gmail.com), 달걀껍질(kyeory000@naver.com), 달이슬 (moondew27@gmail.com)

특성이미지. ⓒ고함20

기획 [2020 총선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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