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고함20은 기성언론을 향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자 한다. 한 주간 언론에서 쏟아진, 왜곡된 정보와 편견 등을 담고 있는 유감스러운 기사를 파헤치고 지적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기세가 거세다. 3월 9일 00시 기준으로 확진자 수는 7천 명을 넘겼고 사망자는 51명에 이른다. 중국인 입국 금지와 신천지 규제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SNS상에는 가짜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 와중에 사회의 길잡이가 되어줘야 할 언론은 여전히 정파성과 선정성에 매몰되어 본래의 역할도 잊은 채 시민들의 불안을 이용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영국 외무장관 대신 영국 보건복지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 연합뉴스

 

 

프레임에 갇혀서 사실관계를 놓친 언론

조선일보는 지난 2월 27일 <코로나 탓?…영 외교장관에 회담 일정 ‘퇴짜’ 맞은 강경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예정되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영국 외무부 장관의 회담은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의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성사되지 않았다.

기사는 이번 사건을 두고 “‘양국 정부가 약속한 외교장관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평가했다. 기사는 말미에 중국 외교부가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 해제 요청을 거부한 사실도 언급하며 현 정부의 외교력 부재를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는 와중에, 외교부가 영국 정부에게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철회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는 진실이 아니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라브 장관은 지난주 몸에 이상을 느껴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동시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 또한, 라브 장관은 직접 강 장관에게 회담을 취소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외교부도 라브 장관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은 사실이 영국 내에서 알려지지 않아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기사는 강경화 장관이 퇴짜를 맞았다고 볼 근거조차 확인하지 않은 조선일보의 명백한 오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오보에 대한 사과나 정정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월 28일 <이 와중에 英 갔다 회담도 못 한 외교장관, 나라 꼴 한심>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는 등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부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경제 기사 캡쳐 ⓒ 고함20

 

선정적인 이슈 몰이에 몰두하는 언론

3월 3일, 국립발레단 소속 발레리노 나대한이 자가격리 기간 중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기사가 다수 보도되었다. 한국경제의 <나대한 여자친구 누구? ‘연봉 1억’ 플로리스트>라는 제목의 기사도 그중 하나였다. 이 기사에는 발레리노 나대한이 여자친구 최 씨와 함께 일본 여행을 갔다 왔다는 사실과 최 씨의 이름, 직업, 경력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언론에서 최 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언론은 공익에 부합할 경우에 한 해 공인[1] 사생활을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개인정보는 자가격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최 씨 역시 공적인 성격을 띠지 않는 직업을 지닌 일반인일 뿐이다. 따라서 그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는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인격권 침해다.

설사 기사의 내용처럼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그를 공인이라 보더라도, 한국경제의 기사는 여전히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 공인이더라도 개인의 직업적, 영업적 기록은 비밀로서 보호받을 수 있으며, 이 정보들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2] 어떤 경우에서든 한국경제의 이번 보도는 이슈 몰이를 위해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옐로 저널리즘의 전형이다.

 

드라마 <피노키오> 中 ⓒ SBS

 

한국기자협회 실천요강은 기자들이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진실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확증을 갖지 않는 내용에 대한 추측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 따르면 모든 언론들은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팩트보다 임팩트에 방점을 찍는 언론 관행이 계속되면서 실천요강과 보도 준칙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실에 근거한 해석과 비판,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보도를 위한 언론의 자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1] 김재형 대법관에 따르면 공인에는 공무원, 운동선수, 예술가 등과 같이 그의 존재나 직업이 공적 성격을 띄고 있으며, 업적이나 직업에 의하여 어느 정도 명성을 얻는 사람이 포함된다.

[2] 김재형, <언론과 인격권>, 박영사, 2012, p.108

 

글. DAY(potter1113@naver.com)

특성이미지.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