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 최연소 경선 후보가 출마했다. 접수일 하루 전, 피선거권 연령을 채운 박은수 후보는 자신을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보통의 존재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며 웃는 그는 바쁜 일정 중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본인 제공

 

-갓 피선거권을 얻었다. 언제 정치에 입문했고, 무슨 계기였는지 궁금하다.

스무 살에 처음 정당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게 정치적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외삼촌이 장애를 가진 분인데, 어릴 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은 삼촌을 볼 때 표정이 좋지 않았다. 삼촌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드니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도 남동생이 장애인이다 보니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으셨다. 그래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거나 시위에 참여하셨는데, 육아도 하셔야 하니까 열 살 즈음의 어린 나를 데리고 가셨다. 열 살, 그게 내가 정치에 입문한 나이이다. (웃음) 정당이나 국회에 가지 않아도 국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때가 정치에 입문한 때라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각 부문으로 나누어 심사한다. 이 중 대부분의 20대, 30대는 청년 비례대표 부문에 지원한다. 당내 최연소 지원자인 박은수 후보는 청년 비례대표가 아닌 여성 비례대표 부문에 지원했다.

 

-청년 비례대표가 아닌, 여성 비례대표에 지원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주 솔직하게, 20대를 살아가는 청년 여성으로서 청년으로 사는 것보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더 힘들었다. 그래서 출마했다. 나는 사실 불법촬영의 피해자이다. 대학생때 지방에서 상경을 해서 자취를 했는데, 그때 누가 창문을 뜯고 촬영을 했다. 그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퍼지고… 그때 조그만 원룸에서 사는 것도 서러운데, 여성으로서는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현 정치가 제시하는 청년주거문제는 ‘청년이 살 집이 없다’ 이런 거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집의 유무만큼 ‘안전성’도 중요하다. 청년 담론에서 지워진 여성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여성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청년 담론에서 여성 청년들의 문제가 지워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릴 때부터 받아온 교육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여성들은 뭔가 불편함이 있으면 감수해야 하고, 참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렇다 보니 무언가 불편해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기가 힘들다. 변화에는 다수의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가 힘든 환경이었다. 하지만, 최근 페미니즘 이슈가 부각되며 정말 많이 변하고 있다. 희망적인 부분이다.

 

박은수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유일하게 공약을 내 걸지 않은 후보였다. 공약 대신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편지에는 정치인으로서의 태도와 다짐이 적혀 있었다.

 

공약이 없다. 이유가 무엇인가?

공약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실제로 구체적인 수준까지 논의했었다. 그런데 이전 사례들을 보니 선거 때마다 나온 수많은 공약 중 지켜진 건 거의 없었다. 그걸 비판하고 싶었다. 공약은 공식적인 약속이다. 나는 실천할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국회의원 후보로서 ‘20대 여성들의 삶을 바꾸겠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약속이었다. 지키지 못할 정책에 대한 약속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약속이 중요하고 판단했다. 나 박은수로서, 정치인 박은수로서 지켜낼 수 있는 약속을 했다.

 

-공약 대신 나와 있는 약속은 정치인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도 듣고 싶다.

법제사법위원회에 뼈를 묻고 싶다. 위해, 위협, 이런 단어들이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너무 큰 차이를 만든다. 그런 법을 바꿀 수 있는 게 법사위원회고, 거기서 법률 하나, 단어 하나를 바꿔서 여성들의 삶에 기여하고 싶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좋겠다.

사례를 들겠다. 원래 성폭력 범죄는 ‘정조에 관한 죄’였고, 강간죄는 ‘부녀자’가 대상일 때만 성립했다. 개정을 통해 성차별적 단어나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 하던 조항이 수정 또는 삭제되었다. 덕분에 처벌 범위가 확대되어 이전에는 범죄가 되지 않았던 게 범죄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바뀔 모습 하나하나는 여성들의 삶을 개선할 뿐 아니라 사회 모든 구성원의 삶을 개선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공약이 없는 후보는 흔치 않다. 공약의 부재는 자칫 후보의 지식과 정책의 미비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무색하게, 박은수 후보는 그의 전공과 정책에 대한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답들을 내놓았다. 그의 오랜 고민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현재 위기관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다. 생소한 전공인데,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나. 그리고 해당 학문이 정치에는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해당 문제에 대한 연구소도 만들고 계속 활동을 해왔다. 그렇게 ‘이건 위기 상황에 여성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 국민이 위기인 상황에서 여성만 겪는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다. 국가위기관리학 내에서 여성의 위험은 아직 많이 연구되지 않은 학문이기 때문에 내가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최근 심각한 코로나 문제도 국가적 위기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국민이 힘들다. 하지만 여성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 있다. 아이들이 등원∙등교를 하지 않게 되면서 엄마들은 가사노동,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환자를 간호하는 등의 일도 여성이 떠맡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여성들이 체력적으로 더 빨리 소진되고, 쉽게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분야를 더 연구하고 싶다.

 

-한 강연에서 성매매 근절 문제를 언급한 적 있다. 경찰의 무능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문제라고 했는데,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스웨덴의 노르딕 모델이라는 게 있다. 노르딕 모델이라는 건 쉽게 말해 성매매 매수자와 알선자만 처벌하는 법안이다. 한국 법에서는 성 판매자도 범죄자로 규정한다. 그래서 (범죄에 의한 피해가 있어도) 신고를 하기가 힘들다. 그렇게 더욱더 음지로 내몰리고. 스웨덴에서는 성 판매 여성들이 사회적 환경에 의해 경제적인 약자가 되었다고 본다. 그런 접근 방식을 통해서 실제로 성매매가 많이 줄었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박은수’라는 사람에 대해 묻자, 그는 영락없는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마지막까지 밝고 지치지 않는 모습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약속된 시간이 끝나가자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며 아쉬워하는 모습이 그저 또래 친구 같았다.

 

ⓒ고함20

 

-청년 여성이 국회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청년 여성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열다섯 살부터 스물아홉 살까지의 여성은 446만 명이다. 그런데 국회에는 한 명도 없지 않나. 그럼 들어가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바라는 성취와 앞으로의 계획은?

당선! 지금 보이는 건 당선밖에 없다.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겠다, 이런 건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딱히 계획을 세우는 편도 아니고, 삶에 대한 큰 욕심이 없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을 대변하고 일만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즐기고 싶다.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청년으로서가 아니라, 사람 박은수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냥 내 이름 하나로 충분한 세상에서.

 

-고함20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독자로만 기사를 접하다가 기사의 주인공이 되니 신기하고 재밌어요. 저는 항상 인터뷰이를 보면서 멋있다고 느꼈거든요. 롤모델 같았던 인터뷰이들의 삶이 제 삶이 되어있다니… 예전의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제 기사를 통해 다른 누군가도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도전은 계속되니까, 또 다른 인터뷰에서 만나요!”

 

 

 

인터뷰/글. 달걀껍질(kyeory000@naver.com), 미정(qkrtkdgur972@naver.com)

특성이미지. ⓒ박은수 후보

기획 [2020 총선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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