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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위반, 번아웃 강요, 가스라이팅까지… 그들이 한사성을 고발한 이유

3월 3일, ‘한사성 前 활동가 피해당사자 모임’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됐다. 페이지에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에서 근무하던 활동가들이 겪은 부당함을 폭로하는 고발문들이 게시됐다. 피해당사자들은 한사성 측에 위자료 명목의 손해배상금, 가해 사실에 대한 자필 사과문을 요구하며 재발방지 대책 또한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고함20은 페이지 게시물과 피해당사자 모임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그들의 주장을 재구성했다.

 

ⓒ 한사성 前 활동가 피해당사자 모임

 

 열악한 노동환경

신규활동가 A씨는 10시 출근 18시 퇴근이 원칙이라는 내용을 전달받고 한사성에 입사했다. 교육기간에는 18시에 퇴근했지만, ‘새로운 사람을 고용할 때까지 21시에 퇴근하는 게 어떻겠냐?’는 부대표의 발언 이후 노동시간이 연장됐다. 이후 두 명의 활동가가 새로 고용됐지만 노동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새벽까지 일하는 날이 잦아 대중교통이 끊겨 택시를 타고 귀가하기도 했다. 퇴근 후에도 SNS를 통한 업무 회의가 이뤄졌으며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다.

과도한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보상이 지급되지 않았다. 신규활동가들은 최저임금 혹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으며 야근, 특근 등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1년에 연차는 5개뿐이었다. 그것도 업무 차질을 이유로 운영진이 지정한 때에 사용할 것을 강요받았다. 병가, 출장비 등 기본적인 복지 정책도 없었다. 한 활동가는 근무하며 얻은 요통을 치료하기 위해 사비 수백만 원을 지불해야만 했다.

 

번아웃 강요와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신규활동가들은 운영진에게 노동환경 개선 필요성과 대안을 지속해서 제시했다. 운영진은 여러 이유를 붙여 반려하거나, 개선을 약속하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노동시간을 지키자는 요구에 동의하면서도 ‘때로는 일을 늦게까지 남아서 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 모두에게 정시퇴근을 강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며 정시퇴근 문화를 정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운영진은 신규활동가에게 일에 매몰될 것을 강요했다. 진행 중인 사업이 많아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분도 나처럼 피해지원을 하며 마음이 한번 부러져야 알 수 있다.’며 무리하게 업무량을 늘렸다. 지속 가능한 피해지원을 위해 노동시간 조정을 요구한 활동가에게 ‘당신은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한사성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 라이프스타일을 지킬 수 없다.’ 며 개인의 삶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동시에 활동가들을 통제하기 위해 감정에 호소했다.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에게는 ‘서운하다. 더 해야 할 일이 있는지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며 눈치를 주고, 새벽까지 일한 사람에게는 ‘OO씨가 함께 야근해줘서 행복하다. 외롭지 않다.’며 감사를 표해 야근을 유도했다. 노동환경 개선을 의논하던 활동가들의 대화방을 없앨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심지어 신규활동가들에게 근무시간 조정을 요구하는 활동가의 험담을 지속함으로써 집단 내 괴롭힘을 주도했다.

 

피해자 지원 업무 저해

활동가에 대한 헌신 강요는 한사성의 주요 업무인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지원업무 능률을 저해하는 데까지 영향을 끼쳤다. 체계적인 상담 교육 없이 상담 업무에 투입된 신규활동가 B 씨는 극심한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한사성은 활동가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교체된 활동가 역시 보호받지 못한 채 소진되었다. 위와 같은 방식을 견디지 못한 활동가들이 집단으로 퇴사해 상담사가 한 명만 남은 상황에서도 상담 업무를 지속했다. 업무 과중으로 통화량 조절을 요청했지만 운영진은 이를 거부했다. 이는 유선 상담이 원칙인 상담기관에서 피해자에게 메일상담을 감수하게 만들었다.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죄책감은 상담사의 몫이었다.

B 씨는 통화 시간/빈도, 상담사 보호, 담당건수 조절, 상담일지 인수인계 등 적절한 피해지원을 위한 매뉴얼 조정을 운영진에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담사 보호와 관련한 슈퍼비전에서 ‘상담사가 과도한 위험에 노출된 사례를 맡았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강사의 질문에 한 운영진은 “제가 그 감각을 잘 소화하려고 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피해지원 업무에서 오는 고충을 오롯이 활동가 개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은 활동가와 피해자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한사성 前 활동가 피해당사자 모임]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활동가들이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동료로서 존중받는 조직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피해당사자 모임은 한사성이 붕괴되기를 바라며 부당함을 고발한 것이 아니다. 한사성이 지속 가능한 단체로 변화해 도움이 필요한 사이버성폭력피해자들을 적절히 지원하기를 바라고 있다. 피해당사자 모임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소망을 짊어진 한사성이 부디 그들이 표방하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세상’에 걸맞게 변화하기를 바랍니다.”며 고발의 이유를 전했다.

 

 

글. 미정(qkrtkdgur972@naver.com)

특성이미지. ⓒ한사성 前 활동가 피해당사자 모임

 

미정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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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Avatar
    하수

    2020년 3월 15일 23:53

    처음 알게 된 사실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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