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기

[2020 총선특집⑦] 가부장 문화 넘어 새로운 ‘국회 서사’를 만들 성지수

2018년 이윤택 사건으로 촉발된 연극계의 미투 운동은 당사자들이 나서서 연대체를 조직하고 목소리를 낸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 있었고, 성지수가 있었다.

연극계는 가부장제 자체였다. 수직적인 자원의 분배방식과 가족주의 문화가 남성 연출가나 극단 대표를 ‘연극의 아버지’로 치켜세웠다. 이런 구조 안에서 성폭력을 비롯한 많은 폭력이 발생하고, 은폐되고, 서로 묵인된다. 성지수 후보는 연극계에 몸을 담기 시작한 때부터 공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저항하기 어려웠던,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해 왔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작업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연극인이자 청년노동자인 성지수는 연극판 밖으로 나왔다. 20대 국회가 미뤄둔 ‘예술인 권리 보장법’을 들고. 예술계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정치는 곧 우리 사회도 좋게 바꾸는 것이리라.

 

ⓒ고함20

 

– 연극인에서 국회의원 후보에 출마하기까지 계기가 궁금해요.                                         

“학부를 예술대학 연극과로 들어갔어요. 연출과 여자 학생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저보다 나이 많은 남자 배우를 기로 눌러서 말을 듣게 하는지 같은 것들을 수업에서 들었어요. 선배들끼리 짜고 옆방에서 누군가를 강간하는 듯한 연기를 하면서 신입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어요. 선후배 문화나 연출에게 부과되는 많은 책임은 다른 학과들도 비슷했고요. 그래서 비슷한 감각을 느낀 동료들을 만나 콜렉티브 뒹굴이라는 팀을 꾸렸어요. 그러다가 미투를 마주했죠. 저희가 첫 공연을 올리는 전날, 이윤택 사건이 공론화되고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연극인들이 모이자고 했어요. 그날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 출범했어요.

연극계 미투 운동과 페미니스트 연극인 운동을 하면서 거리에서 자꾸 깃발을 휘날리고 다니니까 녹색당원들과 ‘2020여성출마 프로젝트’를 만났어요. 출마 제의를 받았지만, 내성적이고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선거 캠프원으로 열심히 활동했어요. 그런데 올해가 연극의 해거든요. 블랙리스트와 미투로 침체한 연극계를 위한다면서 미투 가해자가 현존하는 기득권에 또다시 모든 예산을 맡기는 걸 참을 수 없었어요. 연극계 문제 해결을 위해, 그리고 기후위기를 가시화하기 위해 출마선언문을 썼어요.”

 

– 왜 녹색당이었나요?

“캠프원으로 교육을 받으면서 많은 ‘여성’ 리더십들을 만났어요. 또, 타당의 청년 정치 교육을 들었을 땐 청년을 동원해 지지자 모임을 만드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는데, 녹색당 캠프에서는 왜 정치를 하는지 물어보고 캠프 내에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토론했어요. 예를 들면 팀원들의 신체적 안전뿐만 아니라 감정적 안전도 책임지는 안전관리 위원이 있었죠.

저는 당내 정치인에게 일대일 코치를 받은 적이 없어요. 대신 당원들이 해주셨어요. 캠프원이었다가 갑자기 출마한 제가 얼마나 부족했겠어요. 하지만 저를 정치인으로 봐주시고 지역의 현안을 날카롭게 질문하셨어요. 초반에는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저의 현장은 연극계였고 서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알려주셨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했어요.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당원들이 키워내는 정치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녹색당은 내가 녹색당원이라는 걸 잊지 못하게 만든 당이에요. 후보로 출마하기 전까지는 가치가 뚜렷한 정당, 10년 후에나 이뤄질 만한 ‘힙’하고 비현실적인 정책을 내는 정당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녹색당은 녹색당원이라는 생각을 해요.”

 

– 본인을 에코 페미니스트라고 하셨어요.

“녹색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출범했기 때문에 생태주의자와 페미니스트들이 많아요. 저는 강의실에서 에코 페미니즘을 배웠지만, 정치적 의제로 끌어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녹색당의 농민대회에 가서였어요. 녹색당원들은 토종 씨앗 하나에 삶을 바치는 분들이시거든요. 농민 당원들이 말할 수 없는 존재들, 풀 한 포기 쌀 한 톨을 위해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삶을 사는 걸 보면서 저도 덜 먹고, 덜 소비하고, 덜 버리자고 결심했어요. 약자를 대하는 방식,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와 문화를 바꿔 나가는 걸 보면서 페미니즘이 떠오르더라고요. 말할 수 없었던 내 동료의 손을 잡고 ‘아니야’라고 말하는 게 생태주의와 비슷했어요. ‘우리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연결돼 있고, 그 연결망 안에서는 누구 하나 뒤처질 수 없다’, ‘손잡고 가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녹색당의 생태주의자들을 페미니스트들이라고 생각해요. 미투 운동을 하다가 뛰쳐나와 녹색당에서 기후위기를 말하는 제가 에코페미니스로 정체화하는 게 당연해요”

 

– 녹색당은 총선 공약으로 그린 뉴딜과 페미니즘 공약 세트를 선보였죠?

“그린뉴딜이 녹색당의 1호 공약인 이유는 기후위기 시대이기 때문이고, 페미니즘이 2호 공약인 이유 또한 기후위기 시대이기 때문이에요. 코로나 확산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인간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생존법은 혐오를 확산시키고 내 것을 지키기 위해 남을 배제하는 방식이죠. 기후변화를 막는 동시에 기후위기를 정의롭게 극복할 방법이 그린뉴딜이라고 생각해요. 그레타 툰베리도 기후재난 속에서 제일 피해를 받는 존재가 남반구의 여성들이라고 얘기했고요. 지금 정부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기후위기를 선포해야 해요. 개인적으로는 페미니즘 공약 중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약이에요. 

 

지난 9일 녹색당 성지수 비례대표 후보가 서울 이낙연 선거사무소 앞에서 정당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고함20

 

– 기본소득과 예술인권리보장법 공약도 내셨어요.

“녹색당은 2016년에 이미 기본소득을 의제로 해서 선거를 치른 적이 있어요. 관련 정책들이 굉장히 잘 정리된 상태죠. 산업의 전환뿐만 아니라 삶의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환경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잃지 않고, 혹은 잃더라도 기본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게 녹색당의 입장이거든요. 문화예술계의 수직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도 기본소득은 꼭 필요해요. 구조가 달라지려면 개개인에게 삶의 안정성이 보장돼야 하거든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극을 하지 않아도 돼야 미투 이후의 한국 연극의 미학, 예술의 공공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 지상주의나 나르시시즘 같은 거 말고, 예술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고, 향유자들과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하는 시발점이 기본소득이에요.

예술인권리보장법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예술인 노동권, 성평등하고 안전한 창작환경으로 나눌 수 있어요.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가 아직도 복구되지 않았어요. 세금을 들인다고 정권에 맞는 작품만 하라는 것은 예술적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을 일으키는 거죠. 예술인은 대부분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작업하다 다치거나 죽어도 보장해줄 방법이 없어요. 제작비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나를 착취하거나 상대방을 착취할 수밖에 없죠. 예술인은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직장 내 성폭력을 적용할 수도 없어요. 이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예술인의 삶이 눈에 띄게 나아질 거라고 보지는 않아요. 일종의 선언에 가까운 법률이죠.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가질 권리가 있고, 성평등할 권리가 있다고.”

 

– 이번 선거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성취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빨리 작업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좋은 작업을 하고 싶어서,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서, 위드유로 보답해준 관객들에게 감동해서 미투 현장에서 싸울 수 있었어요. 공연예술계 출신 정치인 중에서는 예술인의 삶을 대변하거나 시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저는 좋은 선례가 되고 싶어요 문화예술인들이 모든 폭압으로부터 해방하면 좋겠지만, 그건 제 다음 세대의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인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 동시에 시민들에게도 좋은 공약을 내고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정치인이 나온다면 ‘이게 가능하구나’라는 감각을 우리가 피부로 알 수 있을 거에요.”

 

ⓒ고함20

 

“제가 출마문을 쓰면서 떠올렸던 ‘축제’는 3.8 여성의날 대회나 퀴어 퍼레이드에요. 선거가 일상을 함께 하지는 않지만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살던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울고, 웃는 그런 축제처럼 되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늘 차악을 택해야 한다는 이야기하는 선거판이었다면, 각 정당의 공약을 확인하고 표를 주면서 ‘아, 우리가 이만큼 있구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정치를 하고 싶어요.”

 

글/인터뷰. 다다(noelcosmos@gmail.com), 미정(qkrtkdgur972@naver.com)

특성이미지. ©고함20 

기획[2020 총선특집]

기획. 총총, 채야채, 김타민, 당근야옹이, 일공이, 다다, 달이슬, 마들렌, 달걀껍질, 미정

다다
다다

초현실

2 Comments
  1. Avatar
    dd

    2020년 4월 1일 10:47

    dddd

  2. Avatar
    ddd

    2020년 4월 2일 19:55

    ddd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