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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도가 파란색 분홍색으로 모두 물들었다. 지난달 21대 총선 투표 결과 얘기다. 300석 중 283석을 여당과 제1야당이 차지하면서 국회는 다시 양당제로 돌아갔다. 다양성이 실종된 건 정당뿐만 아니다. 세대별로 보면 50~60대 당선자는 총 246명(82%)에 달했으나 20~30대에서는 고작 13명(4.3%)만 당선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3명(1%)이었던 것에 비하면 나아졌다지만, 전체 인구 중 20~30대 비율이 28%인 것에 견주면 의석 점유율 4.3%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국회의 구성이 국민의 구성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이외에도 성별/출신학교/직업/자산에 이르기까지. 국회는 단일한 정체성으로 과대대표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 중 상당수는 ‘SKY 출신의 50대 법조인 남성’이다.

 

정치가 누군가의 삶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라면 이를 고민하는 사람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권력 구조가 소수에게 집중된 상황에서 ‘그들만의 정치’는 계속된다. 그러는 새 정치 현장 내 청년의 자리는 더욱 불안해졌다. 정치의 위계 문화로 인해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기가 힘든 구조인 데다 누군가 기존의 정치 문법에서 벗어난 목소리를 내면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선거철이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세대교체를 말하며 청년을 찾지만, 당선 안정권에 두진 않는다. 애초에 청년의 존재는 청년 친화 정당임을 보여주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던 거다.

 

그래도 수는 늘었다. 청년정치인 13명은 ‘자기만의 정치’를 선보일 수 있을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치권은 청년을 동료 정치인으로 존중하기보다 ‘기특한 젊은이’로 여긴다. 나이가 청년이라는 이유로 등록금, 일자리 문제와 같은 청년 의제만을 대변하길 요구한다. 잠깐, 그런데 등록금과 일자리 문제가 ‘청년 의제’였던가? 제도권 정치는 청년을 ‘중산층 가구의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생’이라고 쉽게 가정하곤 하는데, 청년에는 대학생만 있는 게 아니며 일자리 문제는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기혼 여성과 노인도 과도하게 겪고 있다. 기성 정치인이 틀지어 놓은 청년을 깨고 진정한 청년의 의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신체, 나이, 젠더, 계급 등 각기 다른 불평등을 경험한다. 저마다의 ‘정의(正義)’도 다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어떤 이는 광화문으로, 어떤 이는 서초동으로 향했다.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없었다는 이들의 목소리도 기억한다. 정치권은 세대 내 경향성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한데 묶어 ‘청년’이라고 불렀고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정치를 거듭했다. 결과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얘기를 하면서 피 터지게 싸우는 정치인의 모습을 봐야 했다. 동시에 그들이 외치는 ‘정의’가 실현된다 해도 내가 바라는 세상은 기어코 오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공고해졌다.

 

기성정치가 그려온 청년 담론이 실패한 원인은 간단하다. 당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 현장에 청년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누군가 ‘청년 정치’를 말한다면, 이는 정치 권력을 보다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에게 혜택을 달라는 게 아니다. 부모 세대의 양보를 바라는 건 더욱 아니다. 그보다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각자의 삶에 스며든 불평등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래서 정치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에 가깝다. 물론 청년의 자리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성 소수자도, 장애인도 들어갈 수 있다. 이 또한 우리들의 이야기이므로.

 

“국회는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치 내부에서부터 민주주의 복원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가 오래도록 실현되지 않았다. 정치권은 ‘그들만의 정치’를 허물 수 있을까. 더 나아가 현역들의 카르텔이 되어버린 선거법, 정당법 등을 개정하고 형평성의 정치를 이뤄낼 수 있을까. 누군가의 문제는 끝까지 정치적 의제로 남지만, 누군가의 문제는 세상에는 있어도 정치에선 볼 수 없다면 국회는 ‘민의의 전당’일 수 없다. 이제는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정치 환경을 바꾸어야 할 때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오는 30일 시작된다. 21대 국회에서는 모두에게 가능성을 주는 정치를 보고 싶다.

 

글. 김타민(thanku4u1235@naver.com)

특성이미지. ⓒ대한민국 국회

기획[2020 총선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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