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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1위 찍은 ‘조주빈’ 서사가 유해한 이유

최근 넷플릭스의 〈인간수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10대 성매매 포주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n번방’ 가해자와 겹쳐진다는 비난과 높은 완성도의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찬사가 공존한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시국이 중요한 나라에서 ‘n번방’ 가해자들의 처벌과 피해회복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인간수업〉이 나온 것은 의외였다. 넷플릭스는 지난 고성 산불 발생 때에는 산불 장면이 있는 옴니버스 영화 〈페르소나〉의 공개 일을 미룰 정도로 ‘시국’에 예민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미디어가 시청자에게 주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성 대상의 재난 앞에서는 미디어와 현실이 완벽히 분리되며 오히려 ‘현실을 반추할 수 있는 효과’를 준다고 홍보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표하자, 넷플릭스는 인기 여성 유튜버들에게 인간수업 광고를 맡기기도 했다.

 

ⓒ유튜브

 

 

더 세련된 여성폭력의 답습

포주 캐릭터는 한국의 미디어에서 흔하다. 사라진 성매매 여성을 구출하기 위해 사이코패스를 추격하는 ‘정의로운’ 포주가 주인공인 영화 〈추격자〉, 자신을 거부한 여대생을 창녀로 만들며 자신의 욕구를 푸는 영화 〈나쁜남자〉 등. 하지만 〈인간수업〉의 포주는 다르다. 순진하고 머리 좋은 10대 남학생이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러니까 평범하게 살기 위해 성매매 알선 사업을 벌인다. 학교 인싸이자 금수저 여학생과 함께. 주인공 오지수는 성매매 포주 일을 ‘경호업’으로, 바지사장(행동대장)을 ‘동업자’로, 성매매 여성을 ‘고객’으로 여긴다.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성매매 여성의 현실을 간파하고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돈을 번다. 이 드라마 속에서 성매매는 그저 서비스다. 오지수에게 취약한 여성들과 더 취약한 여성청소년의 고통은 돈을 벌 수 있는 블루오션일 뿐이다.

성매매는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돈거래, 이를테면 수행평가 대행, 담배 거래와 같은 선상에서 다뤄진다. 드라마 속 유일한 성매매 여성인 민희를 그리는 방식에서도 그의 자발성을 강조한다. 민희가 집에 돈이 많은데도 남자친구의 선물을 사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것이나, “조건도 안 하면 나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하는 장면 등에서 실제 성매매 청소년의 현실은 왜곡된다. 대부분의 청소년 성매매는 가정폭력, 성폭력으로 인한 문제성 가출에서부터 시작되며[1], 빚과 폭력조직에 연관된 성매매 산업 안에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2]. 끊임없이 진화하는 성매매 어플에 대해 공권력은 ‘처벌 불가’를 외치는 현실말이다. 여성착취의 현실을 지우니 이 드라마는 세련된 허무주의로 가득 찬다. 모두가 인간성을 잃고, 가해자와 피해자는 구분되지 않으며, 여성 착취 범죄는 발각되지 않는 한 꿀알바일 뿐이다. 성매매 청소년과 포주 모두 공황발작에 시달리며 세상은 ‘극혐’으로 치닫는다.

 

ⓒ유튜브채널 ‘띵작무비영화리뷰’

 

허구의 재현물들은 직접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도,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다. 참사를 겪은 당사자들에게는 그 경험이 그저 무의미한 상처로 남지 않았음을 깨닫게 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바로 그 당사자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게 하는 것. 이마저도 못한다면 ‘재현’은 실제로 사건에 개입해 사회를 바꾸는 정치, 경제, 법학, 역사 그리고 거리의 운동에 비해 참 쓸모없을 것이다”

 

-오혜진,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

 

 

진짜 주목해야 할 ‘현실’ 문제들은 외면하는 사회비판 드라마?

〈인간수업〉은 각종 사회 비판적 은유들이 가득하다. 등급으로 치환되는 학생들의 가치, 어른의 역할을 하지 않는 어른들, 각자 도생해야 하는 청소년까지.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부여하는 맹목적인 경쟁, 위험에 빠진 청소년들까지 닿지 않는 제도적 도움 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을 도와 성매매 알선을 하는 ‘이 실장’의 설정은 지난 포주 서사의 물줄기와 맥을 같이 한다. 성매매 여성 중 민희를 특별히 생각하며, 성매매를 그만두라는 조언을 계속하는 ‘어른’으로 그린 것이 그러하다. 그는 ‘특별히’ 성매매를 할 만한 여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인간수업〉은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두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므로, 그들의 처지를 묘사하는 다양한 장면들이 나온다. 부모님의 과도한 압박에 시달리는 규리, 부모의 부재와 아버지의 부도덕함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지수. 그들의 배경은 포주 일을 하는 직접적인 인과관계 안에서 다뤄진다. 그 속에서 성매매 여성의 현실은 그들의 일탈을 묘사하는 가장 자극적인 콘텐츠로 동원된다. 이 작품이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자 했고 현실 속에서의 ‘여성 재난 상황’을 연상케 한다면, 왜 그 속에서 여성청소년의 현실은 왜곡되거나 지워지는가? 뿐만 아니라 작품에서는 포주인 남성청소년의 연약함과 불안을 성매매 여성청소년의 것과 동일시하면서, 현실에서 남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이 갖는 취약성의 차이 또한 지워진다.

지수가 포주로 번 돈이 생활비로 쓰이거나, 지수가 번 돈을 아버지에게 갈취 당하는 것은 지수에게 포주 일이 어쩔 수 없는 생존의 수단이라는 변명으로 쓰인다.  남성 캐릭터가 겪는 불합리는 왜 항상 여성 대상의 폭력으로만 표출되는지, 지수의 성매매 산업 안에서 여성 착취 구조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지움으로써, 이 드라마는 새롭지도 않으며 가해자 중심적인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뿐이다.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청소년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 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수업〉은 그 현실을 오로지 가해자 남성의 눈으로만 비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이해해야 할 일은 그동안 끊임없이 지워졌던 여성청소년의 취약함이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이며, 여성 대상의 성착취 구조다. 〈인간수업〉은 가해자의 현실만을 묘사함으로써 현실을 반추할 수 있는 사회 비판적 미디어의 쓸모를 잃는다.

 

[1] 성매매 청소년문제 실태와 해결방안에 관한 연구,신미식

[2] https://youtu.be/mD9uLNQZM0s 닷페이스 “왜 성매매를 못빠져 나왔냐”고 묻는다면

 

글. 당근야옹이(carrot3113@naver.com)

 

특성이미지. ⓒ넷플릭스

당근야옹이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1 Comment
  1. ㅇㅇ

    2020년 7월 5일 18:02

    잘 봤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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