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출국이 어려운 공항”,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이다. 공항철도 탈 때 한 번, 카운터에서 체크인하면서 한 번, 보안검색대에서 또 한 번, 탑승구 앞에서 다시 한번, 도합 네 번의 짐 검사 및 몸수색, 그리고 폭발물 검출기를 통과해야 도달할 수 있는 출국길은 정말이지 고단했다. 그러나 더욱 무시무시한 고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비행기 탑승과 동시에 터진 ‘대자연’! 바로 ‘생리’. 눈치 없게 터진 생리를 마주한 나, 다급하게 갤리(기내 주방)를 찾아가 승무원에게 혹시 탐폰이 있는지 물었다.

 

“그게 뭔데?”
“왜 있잖아. 패드 말고. 생리할 때 쓰는 용품 말이야. ‘탐폰’이라고 부르는데……”
“뭐라고? ‘그거‘? ‘그런 걸‘ 어떻게 써? 너희 나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걸‘ 쓰는 여자들은 없어.

 

아니, 탐폰이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될 것을 왜 저렇게 놀란담? 무안함과 다급함에 얼굴이 달아오르는데 그 승무원은 갤리에 있던 다른 승무원까지 불러서 말했다.

 

“얘, 너 그거 써본 적 있어?”
“NO!!!!!”

 

질문을 받은 승무원은 아주 수치스러운 질문이라도 받은 양 얼굴을 구기며 절대 ‘그걸’ 쓰지 않는다고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내가 이용한 항공사는 동아시아의 어느 국제도시에 거점을 둔 대형항공사로서 매년 서비스 부문 최고 평가를 받는 곳이었다. 생리 인생의 절반 동안 탐폰을 쓰면서, 그리고 비행기를 여러 차례 오르고 내리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수모를 당한 일이 없었고 또 그러리라 상상도 못 했다. 대체 탐폰이 뭘 어쨌는데요?

 

철통보안을 거쳐 전해진 생리대. 어찌나 은밀했는지 국제 마약상이 된 기분이었다. ⓒ고함20

 

승무원이 냅킨에 돌돌 말아 은밀하게 건넨 패드를 꼭 쥐고 급한 용무를 처리한 나는 좌석에 돌아와 조금 전 일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기내방송에선 보안 문제로 이륙이 지연된다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멈춰 선 비행기 안에서 나의 분노는 그러데이션처럼 슬금슬금 차올랐다. 차오른 분노는 눈물이 되어 주르륵 흘렀다. 그래, 이건 빌어먹을 호르몬 때문이다. 나는 ‘kibun(기분)’이 상했다며 목놓아 우는 진상 승객이 아니었다. 그냥 ‘비행기 사연녀’가 됐다. 탐폰이 없어서 피 묻은 패드를 깔고 앉아 장장 11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것, 여행 마지막 날을 고작 생리 때문에 다 망쳐버린 것, 고작 탐폰 때문에 면박을 받은 것, “세계에서 가장 출국이 어려운 공항”에서 가장 억울한 여행자가 된 사연이다.

 

탐폰 사용법을 설명한 영상을 시청하려면 종종 성인 인증이 필요하다. ⓒ피키캐스트 유튜브 캡처

 

냅킨에 꽁꽁 묶여 있는 건 다만 생리대뿐이 아니었을 테다. 탐폰이나 생리컵 같은 체내삽입형 생리용품에 대한 터부시는 강력하다. 유튜브에서 몇몇 영상은 아예 성인 인증을 거쳐야 시청이 가능하다. 생리대에 엉덩이가 짓무르지 않아도 되고, 불쾌한 냄새와 작별할 수 있고, 더는 굴 낳는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이 획기적 물건에 왜 ‘금줄’을 치는 걸까? 세상은 여성의 질에 남성 성기가 아닌 무언가가 들어가는 걸 죄악으로 취급하며 여전히 “탐폰을 쓰면 처녀막(질막입니다!)이 찢어지나요?”란 질문은 단골 FAQ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그걸’ 쓰는 여자들은 없어!”라니. 그래, 패드만이 유일한 선택지라 믿게 하는 세상이 문제지. 탐폰의 편리함을 모르는 그 승무원을 안쓰럽게 여기며 나는 ‘비행기 사연녀가 된 사연’을 툭툭 털어버리겠다.

 

글. 리사(cherry0226@goham20.com)

특성이미지. ⓒ애니메이션 〈웨딩피치〉 화면 갈무리

기획[질삶관리위원회]

기획. 야망토끼, 리사, 김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