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은 “우린 흔들리지 않지”라는 슬로건으로 2020년 12월 1일 개막하여 열흘간 모든 영화를 온라인에서 무료 상영합니다.  이 기사는 웹기자단 ‘피움뷰어’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리안은 “Wee Bawbag!”이라고 외치는데 ‘wee’ 작은 ‘bawbag’ 음낭이라는 뜻의 스코틀랜드 속어이다. 한글 자막은 ‘소추새끼’로 번역되었다.) ⓒ영화 〈생리 무법자〉 공식 스틸컷

 

마법, 대자연, 그날 등등의 가명으로 불리는 ‘생리, 월경, 정혈(精血)’은 준비된 날에만 닥쳐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니 대부분의 생리는 그냥 대~략 26~35일 주기로 느닷없이 쳐들어온다. 26일에서 35일 사이라니, 무려 열흘? 너무 대충 광범위하게 잡아 놓은 기간 아닌가요? 항상 일정한 주기에 찾아온다면 또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몸은 너무나 변덕스럽고 알 수 없어서 예상한 날보다 훨씬 일찍, 또는 훨씬 늦게 생리가 나오기도 한다.

 

스코틀랜드 영화 〈생리 무법자〉(원제: Free Period) 주인공 리안은 학교 화장실에서 생리혈과 마주한다. 심지어 화장실 생리대 자판기는 먹통인 상황, 그는 첫 대사로 욕을 내뱉는다. “F**K!” 수업 종이 울리자 하는 수 없이 리안은 급하게 휴지로 처치한 뒤 교실로 달려간다. 하지만 피는 옷 밖으로 새어 나오고, 그 모습을 비웃는 학생들. 결국 폭발한 리안은 생리혈이 묻은 휴지를 남학생 얼굴에 들이댄다.

 

“이거 맛 좀 볼래, ㅅㅊㅅㄲ야!”

 

ⓒ영화 〈생리 무법자〉 공식 스틸

 

교실을 한바탕 뒤집어엎은 리안은 생리대를 쟁취하기 위해 ‘생리 무법자’가 되기로 하는데……

이것은 생리를 겪는 평범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7분짜리 누아르 영화다. 우리의 생리 경험을 떠올리면 정말이지 누아르(범죄 영화)란 말이 딱 어울린다. 생리용품을 준비하지 못해 친구에게 “너… ‘그거’ 있어?” 조심스럽게 속삭이면 친구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내용물을 알 수 없게 옷이나 파우치로 꽁꽁 싸서 건넨다. 무슨 마약 밀거래 현장도 아니고 말이야.

 

“생리는 아주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공개적으로 생리를 인식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아일린 캠프벨 (스코틀랜드 내무부 장관)

 

법안 통과를 자축하는 모니카 레넌 의원과 시민들 ⓒtwitter.com/MonicaLennon7

 

다행스럽게도 스코틀랜드는 ‘누아르’ 장르에서 탈출하게 됐다. 지난 11월 ‘Free Period Products’ 법안이 통과하면서 전국 학교, 공공기관, 약국 등에서 ‘무료 생리용품’을 제공하는 최초의 국가가 됐기 때문이다. 리안은 이제 생리용품이 없어서 난감해하지 않아도 되겠다.

 

법안을 발의한 모니카 레넌 의원은 2016년부터 이 운동에 힘써왔다. 레넌 의원은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도 생리는 멈추지 않는다. 만약 ‘생리 빈곤(Period Poverty)’이 사라진다면 여성의 건강은 크게 증진할 것”이라 말했다. 행정수반 니콜라 스터전은 “법안 표결에 참여할 수 있어서 아주 영광스럽다”고 트윗을 남겼다.

 

〈생리 무법자〉 감독 앨리스 파이퍼 역시 이 운동의 일원이었다. 여성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온 그는 ‘Free Period(직역하면 공짜 생리, 또는 자유로운 생리)’를 꿈꾸며 〈Free Period(생리 무법자)〉를 선보였다. 2017년 제작된 이 영화는 생리용품이 무상 제공되는 최초의 나라 스코틀랜드에선 “아~ 그땐 그랬었지” 할 수 있는 ‘라떼영화’가 될 전망이다.

 

영화 〈생리 무법자〉는 제14회 여성인권영화제 온라인 상영관에서 12월 8일 화요일 18시부터 12월 10일 목요일 12시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글. 리사(cherry0226@goham20.com)

특성이미지. ⓒ영화 〈생리 무법자〉 공식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