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자취를 감춘 고함20 어워드(관련 기사: 2015 고함20 어워드), 올림픽보다 더 긴 텀을 넘어 2020년 드디어 부활했다. 고함20 기자들이 ‘2020년을 망친 그들’과 ‘2021년을 구할 이들’을 선정해 과거를 되짚고 새로이 미래를 맞으려 한다.

 

엠넷 〈달리는 사이〉, 웨이브 〈마녀들〉, 채널E 〈노는 언니〉 운동을 주제로한 여성 예능이다. ⓒ엠넷, 웨이브, 채널E

 

말하고 생각하고 뛰는 여성들, 마초 예능을 구할 구원투수

지난해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박세리는 2020년 8월 3일 〈노는 언니〉 제작발표회에서 “여자 선수들은 왜 (예능에서) 노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며 “운동선수들로, 특히 여자 선수로만 구성된 게 특별하고 취지가 굉장히 좋았다”고 밝혔다. 덕분에 물꼬가 터진 걸까? 2020년 여성 예능은 ‘운동’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여성 운동선수들이 함께 MT를 가는 컨셉의 〈노는 언니〉, 코미디언 김민경이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하는 〈오늘부터 운동뚱〉, 여성 아이돌들이 함께 러닝 크루를 이루는 〈달리는 사이〉, 에이핑크 윤보미, 치어리더 박기량, 아나운서 박지영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모여 야구에 도전한 웹 예능 〈마녀들〉. 더는 ‘홍일점, 꽃, 인형’이 아닌 활력 넘치는 여자들은 위기에 빠진 예능 생태계를 구할 구원투수로 거듭날 것이다.

 

정의당 유호정 의원 ⓒ연합뉴스

 

류호정 의원 “국회의 권위가 양복 차림으로 세워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입고 싶은 옷을 입겠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차별금지법 공동 발의, 비동의 강간죄 대표 발의 준비,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 문제, 쿠팡 노동자 착취 문제 등 여성, 소수자, 노동 관련 법안 발의에 꾸준히 힘을 쏟고 있는 정치인이나,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원피스 차림’ 이었다. 2020년 8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퇴장하는 류호정 의원의 사진이 보도된 이후 진영을 막론하고 온갖 여성혐오적 비난이 쏟아졌다. “술집 여자, 다방 종업원 같다”, “격 떨어진다”, “관종”(출처: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당장 고소장이 날아가도 무리가 없을 발언들이 일베 유저뿐 아니라 자칭 진보주의자인 민주당 지지자 입에서 쏟아졌다.

논란에 대해 류호정 의원은 “제가 입은 옷은 2~30대 여성이 흔하게 입는 옷”이라며 “국회는 제 일터고, 이 일은 여성들이 일터에서 겪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감내하는 성희롱과 성차별을 공론장에서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 많은 류호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여성이, 때로는 춤추고 화내며 자신에게 닥친 불의를 참지 않는 ‘젊은 여자’의 얼굴이 국회에 필요하다. 국회의 권위가 원피스를 입었다고 해서 떨어지는 것이라면, 진작에 깨부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좌), 추적단 불꽃의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표지(우) ⓒJTBC, 이봄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 & 추적단 불꽃, 프로젝트 리셋

정은경 청장과 추적단 불꽃, 프로젝트 리셋, 이들은 각각 코로나19와 N번방(디지털 성착취)라는 재난으로부터 일상을 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은 정 청장의 브리핑이 그 어떤 공직자의 말보다 더욱 중요했다. 영국 BBC 방송은 정 청장을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하며 “투명하고 차분한 브리핑, 한국의 판데믹 대응을 이끄는 바이러스 헌터”로 칭했다.

디지털 기반 성착취 범죄를 탐사 보도한 ‘추적단 불꽃’과 사이버 공간에 퍼진 성착취물을 채증하고 신고하는 ‘프로젝트 리셋’은 사건 공론화부터 가해자 검거, 피해자의 일상 회복, 후속 대응 및 법률 제정까지 전방위로 나선 주역이다. 거대한 성착취 범죄조직을 수수방관한 정부, 사법부, 국회를 반성하게 했다.

그러나 사회 변화를 소수의 영웅에게 맡기고 “당신들 덕분이다, 고맙다”는 말만 전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정 청장과 추적단 불꽃, 프로젝트 리셋은 캡틴 마블이나 원더우먼 같은 슈퍼히어로가 아닌 사람이며 그들의 짐을 나눠 갖지 않는다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어쩌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할 ‘이들’은 우리 자신일지도.

 

“피해자들이 홀러 버티게 해서는 안 돼요.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조력자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연대의 목소리는 아무리 커도 넘치지 않습니다.

 

(련 기사 : [N개의 이야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다시 일상으로, Project REset)

 

글. 고함20(editor@goham20.com)

특성이미지. ⓒJTBC, 연합뉴스, 이봄, 채널E, 코미디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