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편안한 마음으로 뉴스를 볼 날이 올까. 기어코 정치권은 또다시 우리를 실망과 분노에 빠뜨렸다. 지난 1월 15일,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같은 정당의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 배복주 부대표는 2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사실을 밝혔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직위 해제되었고, 장혜영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자신이 피해자임을 밝혔다.

 

민주당, 충격을 넘어 경악?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이 사건을 두고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거돈, 안희정과 박원순을 배출(?)하고도, 안희정의 모친상에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고 또 다른 가해자는 사과와 인정 없이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났으며, 정치인들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수많은 2차 가해를 낳았던 민주당에서 이 사건과 선을 그으며 말을 얹는 모양새에 나는 “경악을 넘어 빡침”이라 대꾸하고 싶다.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낫다?

화살은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다. 정의당의 사건 대응이 민주당보다 낫다는 반응이 다수다. 범행 인정과 사과, 그리고 직위 해제 모두 물 흐르듯 이루어졌다.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도 조사가 비공개로 이뤄지고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등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 페이스북

 

그러나 이 사건의 귀결이 특정 당에 대한 두둔으로 흐르기보다는 정의당이 어떻게 당내 성폭력에 대한 매뉴얼을 구축해왔는지, 그간 어떤 논의들이 오갔는지 분석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대응이 가능한 정당에서 성범죄가 발생하게 된 원인도 분명히 규명해야 한다.

 

“고발은 국민의 권리”인가?

동시에 사건 소식을 전달하는 언론이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는 성범죄가 반의사 불벌죄, 비친고죄라는 점을 언급하며 형사 처벌과 경찰 수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말을 얹었다. 피해 당사자인 장혜영 의원이 원한 정의당 차원에서의 해결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실제로 26일 시민단체 ‘활빈단’은 경찰에 김 전 대표를 고발했다. 활빈단 대표(홍정식)는 아시아 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발은 국민의 권리”라며, 2차 가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의당에서 관련 대응을 하고 있으므로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배복주 부대표는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문제 제기를 의심하는 등의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으며, 악질적인 2차 가해가 반복된다면 법적인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정치권 내의 성범죄와 미투 운동, 더 나아가 제삼자에 의한 형사 고발이 어떻게 다루어져야 할지 논의해보는 장이 새로이 열렸다. 그 가운데에는 장혜영 의원의 입장문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정치권과 우리가 어떤 길을 지나왔는지 또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그 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가해자다움도, 피해자다움도 없다

장혜영 의원의 입장문의 ‘가해자다움도, 피해자다움도 없다’는 문장에는 단호함과 다른 성범죄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드러난다. 그는 거의 모든 성범죄의 가해가 남성에 의해, 여성을 향해 범행 됨을 꼬집으며 왜 남성들은 여성을 동일 시민으로 보는 것에 실패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무심코” “어쩌다” “묻지마” 등으로 치부되던 여성 혐오 범죄가 사실은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쾌하게 짚어낸다.

그러나 남성들은 과연 실패한 것일까? 실패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노력했는가? “왜 실패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고민은 누구의 몫이 되는가? 이 몫이 오로지 피해자, 여성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질문들이 피해자와 약자에게 또 다른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의당의 이번 사건에 대한 빠르고 분명한 조치는 분명 그간 여성들이 침묵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장혜영 의원의 묵묵한 외침은 이에 덧붙여져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장의원은 사건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워지기 위해 피해 사실을 밝혔다고 말했다. 분명 그는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의 정치는 곧 여성들의 일상이 되고 여성들의 일상은 그렇게 정치가 될 것이다.

 

글. 기동(mer.gidong@goham2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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