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막롑니다”

“나가지, 말라면, 나가지, 마!”

한 문장만으로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그들, 유튜버 ‘박막례’와 래퍼 ‘이영지’다.

 

사진 두 장. 왼쪽 사진. 박막례 씨와 김유라 PD의 사진. 유튜브라고 적힌 쿠션을 들고 있다. 오른쪽 사진. 이영지 사진.
(좌)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의 박막례 할머니와 김유라 PD (우) 래퍼 이영지 / ⓒ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채널 커뮤니티, 이영지 인스타그램

 

손녀 김유라 PD와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는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담아내며 2021년 2월을 기준으로 구독자 131만 명, 조회 수 약 3억 6천만 회의 거대한 채널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박막례 표 레시피 영상들은 따라 하기 쉽고 맛있는 요리들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래퍼 ‘이영지’도 최근 유튜브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영지발굴단〉에서는 스타일리스트부터 성우까지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보기도 하고, KBS 유튜브 채널 웹예능 〈영지전능쇼〉에서는 KBS의 TV 예능 프로그램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신선하고 무해한 웃음

두 사람의 공통점은 신선한 웃음에 있다.

’70대 여성’과 ‘아이돌이 아닌 10대 여성’은 기성 매체에서는 주체가 아닌 타자로 다뤄진다. 철없는 아들을 바라보는 관찰자로서 존재하거나SBS 〈미운우리새끼〉, 아빠에 의해 관찰되는 대상으로 존재한다E채널 〈내 딸의 남자들 – 아빠가 보고 있다〉. 하지만 박막례와 이영지는 본인의 이야기를 한다. 70대 여성 박막례가 들려주는 월경과 완경 경험은[1] 많은 구독자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10대 여성 이영지는 “고등학생한테, 롯데월드를 천천히 가라고?!”를 외치고 뛰어가며[2] ‘여고생’이라는 단어에 얽힌 사회적 편견들을 부순다.

무해한 웃음 또한 그들의 공통점이다.

지난해 겨울,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아무노래 챌린지’가 SNS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과거 한 방송에서 정준영의 ‘황금폰’에 대해 언급한 지코의 발언을 두고 ‘성범죄에 사용된 핸드폰과 불법촬영물을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막례 할머니〉 채널에는 노래 “안동역에서”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3]이 업로드 됐다. ‘막례쓰의 최애곡 안동역에서… 안동역 챌린지’라는 설명과 함께 업로드된 이 영상에는 지코의 노래를 소비하지 않고 챌린지를 재치있게 소화한 것에 대한 긍정적 댓글들이 이어졌다.

 

재벌 3세처럼 차려입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이영지. 자막, 눈가에 기댐과 설렘이 가득하네?.
영리우스 3세를 연기하는 이영지 / ⓒ〈영지발굴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영지발굴단〉에서 이영지는 ‘영리우스 3세’[4]라는 캐릭터를 통해 무해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재벌 3세 남성 캐릭터인 ‘영리우스 3세’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주인공 ‘구독자’에게 집착하고 추파를 던진다. 아들과 헤어져 달라고 돈(5천원이었다)을 내미는 영리우스 2세의 제안에 ‘구독자’는 오히려 돈(5천원이다)을 돌려주고 영리우스 2세가 전학 갔으면 한다고 제안한다.

이후 영리우스 3세를 학교에서 볼 수 없었다는 내레이션으로 끝나는 영상은, 오만한 재벌가 남성과 가난하고 성실한 여성의 로맨스를 우스꽝스럽게 풍자한다. 여성, 성소수자, 소수인종 등을 비하하며 웃음을 끌어내고자 했던 기존의 코미디 문법에서 벗어나, 자아도취적 남성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영리우스 3세’의 웃음은 경쾌하고 무해하다.

 

사회문제에까지 목소리 내는 박막례∙이영지

많은 식당에서 터치형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시각장애인, 노인의 접근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박막례 할머니〉 채널에서는 키오스크를 직접 사용해서 주문을 해보는 영상[5]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작은 글씨와 높은 화면으로 주문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식사를 마친 후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라는 질문에 “아 어떻게 해! 안 먹재!”라고 대답하는 박막례 할머니의 모습은,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로 인한 노인 소외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물론 영상은 노인을 배제하는 기술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원하는 메뉴를 주문해내고 마는 박막례 할머니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노인을 마냥 무력한 존재로 그려내지 않는 섬세한 고려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사진 두 장. 왼쪽. 키오스크 앞에서 '나 못하겄어 나 안 먹을래'라고 말하는 박막례 할머니. 오른쪽. 차 안에서 '아 어떻게 해? 안 먹재!'라고 외치는 박막례 할머니.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주문해보고, 소감을 공유하는 박막례 할머니 /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화면 갈무리

 

〈영지전능쇼〉에서는 문화체육부와 함께 혐오차별을 없는 사회를 위한 캠페인 영상[6]을 제작하여 혐오표현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이영지는 영상에서 장애와 혐오표현에 대해 이야기하며 과거 라이브방송에서의 경험을 공유했다. 모자를 쓴 본인에게 “백혈병 걸린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자 “그런 얘기는 하는 게 아니다”라고 잘랐다며, 장애를 남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혐오표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기성 매체는 무엇을 놓쳤나?

오늘날 유튜브는 TV의 훌륭한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 예능과 코미디의 경우도 예외는 없었다. 과거 TV 예능 프로그램들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조사에서 상위 10개 중 9개를 차지할 정도[7]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TV 시청자층이 고령화됨에 따라 예능은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자리를 내주었다. 게다가 코미디 프로그램은 2020년 개그콘서트의 폐지를 마지막으로 지상파에서 자취를 감췄다.

TV 예능과 코미디의 몰락 요인 중 하나는 “시대에 뒤처진 폭력적인 웃음”이다. 코미디 프로에서 권력자, 강자에 대한 풍자는 사라진 지 오래다. 외모 비하, 소수자 혐오, 폭력의 사용 등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려는 낡은 개그들은 이제 더 이상 웃기지 않다. 그렇게 만들어진 웃음들은 소수자 당사자들에게는 실질적인 폭력이 된다.

물론 이것이 기성 매체만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유튜브 콘텐츠들의 혐오와 폭력 문제는 TV에서보다 심각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폭력적인 웃음들 속에서도 높은 구독자 수와 조회 수를 보여주는 ‘박막례 할머니’와 ‘이영지’의 성공은 무해한 웃음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을 보여준다. 결국 웃음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시대에 뒤처진 웃음을 만들어내며 TV의 길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폭력이 깃들지 않은 웃음으로 시대를 만들어 갈 것인가?

 

[1] 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Eng]18살때 첫 생리한 날 이야기!”, 2020.12.03. (https://www.youtube.com/watch?v=f9786aOo984)

[2] 유튜브 〈영지발굴단〉, “단독채널 이영지 롯데월드 투잡썰의 전말 I [영지발굴단] ep.1”, 2020.07.30. (https://www.youtube.com/watch?v=UTR8RiYaTPk)

[3] 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Eng)??? [박막례 할머니]”, 2020.01.26. (https://www.youtube.com/watch?v=Nx3Jxhv2d2E)

[4] 유튜브 〈영지발굴단〉, “[웹드] 내 짝꿍은 재벌 3세 I 올해 연기 대상 이영지 I [영지발굴단] ep.4”, 2020.08.20. (https://www.youtube.com/watch?v=WiH9fDCCwzQ&t=591s)

[5] 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Eng)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박막례 할머니]”, 2020.01.30. (https://www.youtube.com/watch?v=1BzqctRGgaU)

[6] 유튜브 《KBS Entertain》, 〈영지전능쇼〉 “이영지 부캐 총출동 10대부터 노년까지 연기하는 영지 유니버스 [영지전능쇼 / EP.11]ㅣAlmighty Youngji showㅣ유료광고포함”, 2020. 12. 13. (https://www.youtube.com/watch?v=KGGkOKgrptk&t=18s)

[7] 한국갤럽, “요즘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은? – 2015년 5월” (2015.05.28.)

 

글. 나로나옴(naronaom@gmail.com)

특성이미지.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채널, 이영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