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성소수자가 있다.

그리고 여기,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변희수 하사, 김기홍 활동가, 이은용 작가. 세 명의 트랜스젠더들이 떠나간 자리는 기억과 애도로 채워졌다. 쉽게 뱉는 혐오가 종종 우리를 위태롭게 하지만, 단단히 엮인 연대는 삶을 지탱한다. 좋은 것만 보고 살아도 바쁜 당신을 위해 말을 골랐다. 지금 여기의 목소리들은 먼저 떠나간 성소수자들에 대한 추모이고, 오늘을 살아내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연대이며, 평등한 내일을 향한 단호한 요구다.

 

좌우 두 개의 이미지. 좌측. 형형색색의 포스트잇 모양 글상자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우측. 도로 이미지 위에 흰색, 하늘색, 분홍색 옷을 입은 캐릭터들이 행진하고 있다. 상단에는 텍스트. 2만 5천 2백 십사명이 행렬에 함께하고 있어요. 너의 내일을 우리가 지킬게.
(좌)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심리상담사들’ 온라인 페이지 갈무리 (3/25 11:16) (우) 닷페이스 ‘온라인 연대 행렬 〈너의 내일을 우리가 지킬게〉’ 모바일 페이지 갈무리 (3/25 11:17) /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심리상담사들’, 닷페이스

 

“마음들이 더해져서 단단해지길”

지난 10일,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심리상담사들 600명이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들이 일상 속 다양한 차별과 폭력을 겪고 있다며, 차별적 사회가 성소수자에게 심리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잇따른 트렌스젠더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상담실 밖의 사회에서 성소수자분들과 연대하고자”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성소수자들에게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는 온라인 페이지를 열었다. 3월 25일 오전을 기준으로 1,892개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한 포스트잇에는 “마음 보탭니다. 글 읽으며 뭉클했습니다.. 마음들이 더해져서 단단해지길 기원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닷페이스는 12일, ‘온라인 연대 행렬 〈너의 내일을 우리가 지킬게〉’를 통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연대의 장을 마련했다. 참여자는 본인의 캐릭터를 만들어 온라인 행렬에 동참할 수 있다. 트렌스젠더 플래그(깃발)를 이루는 색깔인 하늘색, 연분홍색, 흰색의 옷을 입고 촛불과 깃발을 든 캐릭터들은 25일 오전을 기준으로 2만 5천 명을 넘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는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이라고 쓰여 있다.

 

차별금지법 약속으로 연대하는 국회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소수자 혐오 차별 근절과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어 성소수자들이 마주하는 차별 실태를 살펴보고 차별금지법 발의를 약속했다. 그는 “성소수자 인권보장에 물러서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며 차별금지법에 “전력을 다해서 매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여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성소수자를 향한 강력한 연대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정확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 시민들이 존재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이 모든 분들은 동등하고 일관적인 존엄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는 동료시민들입니다. 이 사실을 우리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됩니다. 

– 장혜영 의원 / 2021. 3. 18 〈성소수자 혐오, 차별 근절과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토론회〉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나침반을 함께 들고, 당신의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고 투쟁했던 변희수의 용기를 기억합시다”라며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고,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소수자 국민에게, 국가기관의 연대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이제는 멈춰야 한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고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에게 애도를 표했다. 또한 인권위는 “우리 모두에게 더 이상 성소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며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실현할 평등법이 조속히 제정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서 ‘성평등’, ‘성소수자’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2월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초안에 대해 일부 보수·기독교 단체는 극렬한 반대 행동을 진행했다. 그들은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성평등교육 활성화’ 등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반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일상에 남아 있는 성차별 해소와 왜곡된 성인식 개선으로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후보들도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얼룩진 재·보궐선거 형국에서도, 소수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을 중심으로 성소수자를 향한 연대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는 생활동반자 조례, 서울시 차별금지 조례 제정은 물론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공식 후원과 참여를 공약으로 삼았다. 미래당 오태양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서울시 공공기관 성중립 화장실 설치 의무화, 서울시 차별금지조례 제정 등의 공약을 제안하였다. 무소속 신지예 후보는 은하선 서울시 성소수자부시장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하여 서울시민인권헌장 발표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부산 보궐선거 유력 후보자들의 이야기가 이 기사에 실리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성소수자 정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성소수자와 관련된 발언도 기계로 찍어낸 듯 똑같았다. 모든 발언들이 ‘원칙적으로는’으로 시작해서 ‘하지만’으로 이어지고 ‘국민적 합의’로 끝났다. 간혹 성소수자의 관광적 가치(?)를 알아보고 ‘퀴어특구’를 만들자는 창의적 제안을 내놓는 후보자도 있었지만, 기사로 다룰 만한 가치는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으로서 이러한 황당한 의견들을 ‘보지 않을 권리’를 말하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나중에’ 다룰게요, ‘나중에!’

 

글. 나로나옴(naronaom@gmail.com)

특성이미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심리상담사들, 비온뒤무지개재단 ‘길벗체’, 고함20

기획[다음 서울, 다음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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