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을 사람이 없다.” 이번 보궐선거를 두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한숨이다. 선거의 이유가 사라지고 소수자 혐오가 공약이 된 이번 선거에서 소수자들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 것만 같다. 이런 선거판에 ‘당신의 자리가 있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는 후보가 있다. 바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8만 표를 득표했던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다. 신지예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만들 ‘새로운 선택지’는 무엇일까. 3월 14일, 고함20이 광화문에서 신지예 후보를 만났다.

 

 

누군가가 우리를 대변 할 수 없다면

– 서울시장직에 출마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번 선거를 ‘미투선거’라고 명명하고, 편법과 월법을 뛰어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 해달라”고 저희(여성정치네트워크)가 요구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간결하고 쉬운 목표였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확답을 준 후보나 정당이 없었어요. 그때 저희 스스로 느꼈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우리를 대리해서 정치할 수 있다’고 하는 희망이 오히려 우리를 좌절시킨다. 누군가가 우리를 대변할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 그 선택지가 돼야겠다’라고요.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가 말하고 있는 사진.
ⓒ고함20

 

–”이번 선거는 성폭력을 심판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기조를 밝히셨어요. 본인의 공약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있을까요?

저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을 제대로 다시 수사하고자 하는 것이 성폭력 정책의 가장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서울시 내부, 서울시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곳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제도들을 만들고자 해요. 서울 시청 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고, 피해자 보호와 법적 조력, 사건 제보 즉시 공간을 분리하는 원칙들을 세울 계획입니다. 서울시와 계약을 하는 모든 기관이 성평등 교육을 시행하게끔 하는 ‘성평등 계약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두 번째 서울시장 선거 출마, ‘협력의 정치’를 꿈꾸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최초의 페미니스트 시장 후보’로 출마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두 번째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됐는데. 그때와 지금,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을까요?

2018년 출마 당시에는 저 스스로 연대에 대한 고민이 좀 적었던 것 같아요. 단지 신지예 한 명이 좋거나 신뢰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신지예가 이야기하는 사회상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표를 주셨다고 생각해요. 그분들과 더 만나고 이야기하고 연결될 수 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쉬워요. 이번에는 선거 이전에도, 선거 이후로도 ‘어떻게 우리가 서로 연결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해보려고 해요.

 

–‘연결’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이번 ‘팀 서울’이라는 새로운 정치 러닝메이트 단체인 것 같아요. ‘팀 서울’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팀 서울’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신지예 후보를 지지하는 모든 이들의 모임이에요. 선거운동본부 활동가분들, 부시장단, 팀 서울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해 주신 모든 분을 ‘팀 서울’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팀서울 소개 이미지. 좌측 상단부터 이가현, 소란, 이선희, 신지예, 공기, 은하선, 류소연
ⓒ팀 서울 사이트

 

‘부시장단’ 시스템은 특화된 영역의 전문가를 모셔서 민생을 살피고 해결책을 함께 내놓겠다는 아이디어예요. 이번 선거는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때문에 시행되는 거잖아요. 저는 ‘박원순 시장이 어느 순간 자신의 권력에 취한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왕적 권력을 쥔 누군가가 오랫동안 자리에 있으면 당연히 부패할 수밖에 없거든요. 저도 아마 10년 동안 그 자리에 있으면 부패할 거예요. 문제는 그 개인이 부패하지 않도록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 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죠. 저는 그게 ‘시장과 부시장단’이라는 협력과 견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의 위기에 해답을 내는 주체는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타 언론사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관점으로 이 사회 전체의 문제를 재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책을 내놔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앞서 강조하신 ‘연대’와 같은 맥락인 것 같은데.

그동안 여성주의 운동은 민주주의를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선거권이 기존의 부르주아 계급의 특정 연령 이상의 남성에게만 주어졌다면, 더 어린 사람에게, 여성에게, 흑인에게, 소수자들에게 시민권이 부여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한 게 페미니즘이거든요. 결국 평등을 향한 것이죠. 그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 한국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많은 위기에 해답을 내는 주체가 페미니스트들이어야 한다고 봐요. 즉 페미니즘 정치는 여성 인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 장애, 주거권 보장, 동물권 등 다양한 분야, 종횡을 아우르면서 연결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스트라면 다른 분야와의 연대에 앞서 여성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성 의제가 ‘부분’이 되어 버릴까 봐 나오는 고민이라고 봐요. 계속 ‘부분’으로 읽혀왔었던 여성 운동의 역사가 있기도 하고요. 여성 그 자체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우리의 운동이 축소되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까 봐 고민하는 거죠. 저는 그런 고민을 뛰어넘는 것이 페미니즘의 확장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소녀였던 우리가 당신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는 구호가 있었는데, 이제 그럴 때가 된 거죠. 저는 페미니스트들이 이제 대안을 내놓고 이 사회를 리드해 나가는 리더들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우리가 우리 안에서의 싸움을 멈추고, 함께 연대하는 주체로 나아가면 좋겠어요.

 

–제 주변에는 정치에 대해 “여자들이 항의해도 바뀌는 게 없는 것 같다”는 절망감을 느끼고 정치에 거리를 두려는 여성들이 많아졌어요. 이런 여성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저는 ‘내 삶을 바꾸기 위해서’ 여성에게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치는 참 특이한 분야예요. 특히 한국 정치는 더 그래요.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고, 큰 잘못만 하지 않으면 그냥 쭉 자신의 권력을 이어갈 수 있는 정치 지형이죠.

이런 상황에선 ‘불매운동’만으로는 절대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없어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의 힘은 너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정치권이 소수자의 존재를 계속 삭제할 거예요. 우리가 관심을 끊으면 그 자리에 ‘우리를 포기하게 만든’ 정치인들이 자리를 잡아요. 그래서 저는 여성분들께, 페미니스트분들께 절대 정치를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지예가 꿈꾸는 10년 뒤 정치판, 그리고 서울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사회적 싸움을 계속해 나가며 정치적 연대체를 꾸린다면 10년 안에는 결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씀하셨어요. 후보님이 그리는 10년 뒤의 정치판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희망적인 모습일까요?

그럼요! 저는 지금의 민주당을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웃음)

지금 586 정치인들은 그들이 20대일 때 ‘민주화를 이끌고 우리가 민주주의 정부를 만든다’는 결의를 했고, 수십 년이 지나서 그 일을 실제로 해냈죠. 그리고 586 집단 권력을 갖게 됐고요. 그런데 왜 지금 20대 30대 페미니스트들은 그 꿈을 꾸지 못할까 오히려 묻고 싶어요. 저는 (기성 정치인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이름을 거는 것뿐 아니라, 페미니스트 집단이 나라의 기틀을 직접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헌법도 개정하고, 대통령도 만들어야죠!

 

–이번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고함20에서는 [다음 서울, 다음 부산] 이라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어요. 신지예님이 꿈꾸는 ‘다음 서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서울이 모두의 자리가 있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봐요. 지금은 돈 있는 사람들, LH 직원들, 비장애인, 그리고 집 있는 사람들만 서울시에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죠. 집이 없거나, 장애인이거나, 여성이거나, 성 소수자면 계속해서 그 존재를 부정당하고 주변부로 쫓겨나고 있어요. 이런 서울이 아닌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다양성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폐허 같은 한국 정치판에도 청년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겠다”는 목표를 말하는 신지예의 얼굴은 결의에 차 보였다. 서울에 모두의 자리가 만들어지는 그 날까지, 정치인 신지예가 만들어 나갈 물길을 기대한다.

 

* 더 자세한 이야기는 고함20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 구아바(guava.shim@gmail.com)

특성이미지. ⓒ고함20

기획[다음 서울, 다음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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