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사별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물론 조심스럽지만, 피할 필요가 있을까요? 도망칠 필요도 없는 거 같고. 제 마음은 건강하게 있었던 일을 인정하면서 그때그때 떠오른 감정이나 말을 드리는 거예요. 보고 싶다. 그립다. 진짜 그립다.”

 

종현의 부재를 언급한 샤이니 키
종현의 부재를 언급한 샤이니 키 / ⓒMBC 〈나 혼자 산다〉 388회 화면 갈무리

 

지난 3월 19일 MBC 〈나 혼자 산다〉에는 샤이니 키가 고인이 된 멤버 종현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 키는 소녀시대 태연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했다. 즐겁게 웃으며 식사하던 중, 키의 시선이 거실 한 켠에 놓인 스피커에 멈췄다. 종현을 포함한 샤이니 멤버들이 사주었던 집들이 선물이었다. 스피커를 한참 응시하던 키는 자연스럽게 종현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종현의 부재를 언급하며 그리움을 표현했다.

종현을 기억하는 마음은 그의 집 곳곳에서 드러났다. 소중한 물건들로 자신의 방을 채우고 싶다던 그는 샤이니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한 켠에 뒀다. 스크린에 비친 그는 일상적인 애도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우린 모두 사별자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아직 사별의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할 공론장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적인 영역에서만 사별 이후의 감정을 다루려고 해서다. 애도상담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작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별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공적 담론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사별은 나 혼자만 겪거나 타인만 경험하는 일도 아닌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자살 사별자 자조모임을 여는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의 저자 고선규는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곁에 앉아 있고, 그 경험을 아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어떤 마음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아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참석자들은 커다란 위로를 받는다”고 책에서 밝혔다.

애도는 아픔이 사라질 언젠가를 기다리는 과정이 아닌 슬픔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사별자들이 모여 죄책감, 슬픔, 분노가 공존하는 여러 감정을 나눌 때 사별은 더 이상 ‘나 혼자 겪는’ 생경한 사건이 아니게 된다. 슬픔을 나누는 일만큼 애도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것은 없다.

 

사별자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영상과 에세이집
(좌) 사별자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영상과 (우) 에세이집 / ⓒ씨리얼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꽃자리 홈페이지

 

최근 미디어를 통해 사별자들의 애도 이야기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2018년 유튜브 채널 <씨리얼>은 자살유족 모임에 참여한 사별자들의 솔직한 속내를 카메라에 담았다. 사별자들은 애도 경험을 나누며 울거나 웃거나, 화를 내기도 하며 자신들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참여자들은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출간된 에세이 《나는 사별하였다》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별을 경험한 4명의 저자가 아픔을 견뎠던 시간을 담담하게 서술하며 또 다른 사별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추모는 상실을 견딜 힘을 준다

 

수상소감에서 그리움을 표현한 샤이니 키
수상소감에서 그리움을 표현한 샤이니 키 / ⓒMBC 엠뚜루마뚜루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태연은 음악방송 1위 수상소감에서 종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키에게 “샤이니를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 입장으로서 너무 잘 한 거 같았다”며 “그래서 그 얘기 자체가 그냥 반가웠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라는 말로 시작해 “정말 정말 사랑한다는 말 전해주고 싶습니다” 맺어진 키의 수상소감은 대중들에게도 반가움과 위로를 주었다. 대중 앞에서 감정을 드러낸 그의 용기는 곧 희망을 내포하고 있었다. 활동을 지속하는 샤이니의 행보도 사람들에게 위로를 선사하고 있다. 그는 “그전까지 그 얘기를 꺼내면 안 되는 금기사항 같은 분위기가 싫었다”며 “이제 나 좀 괜찮다.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러분들도 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슬픔은 말로 옮겨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참을 수 있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이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그를 알던 지인들이 장례식장에 모여 고인의 생전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슬픔을 공유한다. 때문에 장례식장은 추모의 공간인 동시에 회복의 공간이다. 애도상담사들은 사별자들이 고인을 잘 추억할 때 상실을 견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슬픔을 공유할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우린 살아갈 힘을 얻는다. 우린 모두 사별했으며 언젠가는 사별을 경험한다. 애도를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건강한 이별을 맞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온정(onjung990@gmail.com)

특성이미지. ⓒMBC 엠뚜루마뚜루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