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년 차로 접어든 코로나 사태. 바뀌어 버린 세상에 어느 정도 적응한 듯하지만 도저히 적응 안 되는 것이 있다. 질이 보장되지 않은 비대면 강의, 불안정한 강의 서버, 굳게 닫힌 학교 건물까지, 캠퍼스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꿋꿋이 제 모습을 지키고 있는 등록금이 바로 그것이다. 캠퍼스에 재난의 바람이 분 지도 벌써 3학기째, 대학생의 등록금 문제에는 아직 재난 문자도 마스크도 없다. 오늘도 등록금의 짐을 고스란히 진 채 말해본다.

 

“아… 오늘도 무사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 대학 등록금 반환 특집기획 [오늘도 무사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는 4부에 걸쳐 연재됩니다.

** 본 기사의 제목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의 슬로건을 차용하였습니다. 

 

3월 28일 비 오는 거리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등록금반환운동본부

 

3월의 마지막 주말, 대학생 A는 비장한 표정을 한 채 접이 방석으로 무릎을 감싸고 목장갑을 꼈다. 한 발 두 발 절, 한 발 두 발 다시 절. 정부청사에서 청와대까지 A는 함께 모인 대학생들과 함께 삼보일배하며 나아갔다. 비로 젖은 도로는 축축했고 갈수록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등록금을 반환하라”라는 구호만은 있는 힘껏 외쳐본다.

 

4월 3일 우비를 입은 대학생들이 피켓을 걸고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등록금반환운동본부

 

지난 4월 3일, 대학생 B는 장대비를 맞으며 청와대로 향했다. 한 손엔 우산, 한 손엔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준비한 우비가 무색하게 쏟아지는 빗방울 탓에 옷이고 신발이고 다 젖어 점점 추워진다. 그러나 이 추위보다 견딜 수 없는 건 대학도 정부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등록금 문제이다. 여의도에서 청와대까지 행진 거리는 10km. ‘어떻게 해야 우리의 요구가 닿을까?’ 점점 가까워지는 청와대를 떠올리며 B는 생각했다.

 

대학생이 거리로 나온 까닭은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캠퍼스에도 혼란이 찾아왔다. 원격수업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대학 곳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음질과 화질이 좋지 않은 강의 영상, 개인 과제로 대체되는 수업, 허구한 날 터지는 학교 서버, 강의 영상을 재사용하는 교수, 불가능해진 실기실 사용. 코로나19로 인해 캠퍼스 내에 가해졌던 타격은 고스란히 수업권 침해로 이어졌다.

이에 ‘수업권 침해에 대한 피해 보상과 공간 사용 요금에 대한 부분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작년 한 해 평균적으로 반환된 등록금은 19만원[1]에 불과했다.[2] 그 마저도 특별장학금 형식이었으며, 심지어 지역 화폐나 학교 쿠폰으로 지급한 대학도 있었다.

해가 바뀌었지만 대학 내의 혼란은 여전히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심화한 듯하다. 대면 진행으로 공지됐던 수업이 갑자기 비대면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재탕했던 강의자료들은 삼탕으로 이어진다. 여전히 학교 시설은 대부분 굳게 닫혀 있지만, 실기 수업은 재개해 곤란을 겪고 있는 학생도 많다.

 

대학도 정부도 등돌린 등록금

등록금 반환 문제는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기에 수많은 대학생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등록금반환운동본부가 진행했던 ‘2021 등록금 반환 및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서명운동’에 참여한 인원은 1만 6천 명에 달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특별장학금 형식으로 겨우 반환 받았던 등록금 마저 2020년 상반기 한 번에 그쳤다. 전국 290개 대학 중 2020 하반기 등록금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학교는 96%에 달하며, 이번 학기 등록금 반환을 논의 중인 학교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정부는 대학을 감독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지만, 사실상 정부 또한 학생이 짊어진 등록금 부담에 무심한 듯하다. 3월 29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원격수업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등록금 반환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올해 교육부가 내놓은 추경안에도 등록금 간접지원 관련 예산은 찾아볼 수 없고, ‘원격수업 질 개선’에 배정된 예산은 각 대학별로 2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3학기째 개선되지 않는 강의의 질 문제를 2억원이 안되는 예산으로 어떻게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수업권 침해, 취업난과 생활고까지. 현재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은 말 그대로 재난과도 같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등록금 부담 완화와 수업권 침해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결국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받아야 할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그에 따른 비용을 반환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유독 ‘등록금 반환하라’는 목소리만은 허공에 맴돈다.

2021년 1학기가 개강을 한 지도 어느덧 2달이 지났다. 대학생들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가득 안은 채 중간고사를 치러야 했다. 등록금 감면은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19의 여파에도 등록금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하는 부모들의 문제이며, 청년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대학의 자율에 맡겨둘 수만은 없다. 이제는 정말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이다.

 

[1] ‘대학 비대면교육 긴급지원사업 신청 대학별 특별장학금 현황’/교육부

[2] 대학 1년 등록금은 평균 약 620만원이다.

 

글. 김개똥(go.gaeddong@gmail.com)

특성이미지. ⓒ등록금반환운동본부

기획. [오늘도 무사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기획. 김개똥, 무지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