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년 차로 접어든 코로나 사태. 바뀌어 버린 세상에 어느 정도 적응한 듯하지만 도저히 적응 안 되는 것이 있다. 질이 보장되지 않은 비대면 강의, 불안정한 강의 서버, 굳게 닫힌 학교 건물까지, 캠퍼스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꿋꿋이 제 모습을 지키고 있는 등록금이 바로 그 것이다. 캠퍼스에 재난의 바람이 분 지도 벌써 3학기째, 대학생의 등록금 문제에는 아직 재난 문자도 마스크도 없다. 오늘도 등록금의 짐을 고스란히 진 채 말해본다.

 

“아… 오늘도 무사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대학 등록금 반환 특집기획 [오늘도 무사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는 4부에 걸쳐 연재됩니다.

** 실제 사례를 각색한 가상 인터뷰입니다.

 

 

4월 끝자락의 어느 날. 봄날의 설렘을 만끽하는 대학생 청춘들이 가득해야 했을 터였지만 비대면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기 된 지 어느덧 1년을 넘긴 지금,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진 캠퍼스는 어딘가 쓸쓸하기만 하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도 꿋꿋하게 한적한 캠퍼스를 누비고 다니는 이가 있었으니. 오늘의 대학생 A 씨는 서울 소재의 미술 대학에 재학 중인 4학년이다.

 

Q. 안녕하세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는데요, 지난 1년간의 학교생활은 어떠셨나요?

A. 저는 1년간의 휴학을 마치고 복학을 하던 해에 코로나가 발발했어요. 그래서 지난해에 한 학기 동안 학교 자체를 못 갔습니다. 저희 과는 순수예술 계통인 데다가 과 특성상 작업을 하려면 학교 실기실의 기자재 사용이 필수적인데 그걸 쓸 상황이 못 됐죠. 덕분에 집에서 작업하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굳이 학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디자인 계열 친구들을 부러워했는데요, 지난해 사단 겪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접게 되었어요. (웃음) 일터와 휴식 공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게 생각보다 스트레스받는 상황이더라고요. 

 

Q. 집에서 작업하게 되면서 특별히 겪었던 고충이 있었나요?

A. 제가 해당 학기에는 ‘목판화’[1]수업을 수강했습니다. 한창 학교를 못 가는 상황이니 목판화 또한 제 방 안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어요. 덕분에 목판 작업하다 나온 톱밥들이 온 사방에 퍼져 있었습니다. 분명히 매일 청소를 하는데도 꼭 구석 어딘가에서 (톱밥 조각들이) 나오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나무 합판을 조각도로 파내는 작업 대신 납땜용 전기인두로 표면을 지져보는 것으로 작업 방향을 변경하였습니다. 톱밥은 더 나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연기와 탄내 때문에 눈코가 시큰할 지경이었어요. 분명히 환기해놓은 상태에서 보안경이랑 마스크까지 착용했는데도 그랬죠.

 

미대생 A씨가 집에서 목판화 작업을 하다 질식할 뻔한 일화를 담아낸 일러스트이다.
당시 상황 재현 이미지 / ⓒ고함20 무지막지 그림

 

어느 날은 한창 집중을 하다가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고 머리도 깨질 듯이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방 안이 연기로 가득 차 있어 사방이 뿌옇더라고요. 재수 없었으면 진짜로 질식할 수도 있었던 거예요. 이 땐 정말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몸을 움직여 방에서 뛰쳐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저 때 이후로 며칠간은 작업을 쉬며 진지하게 작업 계획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었죠. 좋아하는 작업을 하면서도 회의감이 들었던 몇 안 되는 사건 중 하나였던 것 같네요.

 

Q. 꽤나 비대면 체계에 문제가 많아보이는데, 학교 측에서는 별다른 대응이 없었던 건가요?

A. 네, 사실상 아무런 대처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해보이네요. 많은 학생들이 학교 실기실 등을 이용하는 데에 크게 제약을 받기 시작하니 작업 여건이나 기타 학습권 등을 침해받고 있어요. 그런데도 학교는 그에 따른 보상이나 보완책들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는 실태입니다. 학기마다 납부하는 비싼 등록금은 단순히 수업료로만 책정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강의실이나 학내 도서관, 학생 휴게실 등의 교내 시설 등을 이용하고 학생 복지를 위한 여러 혜택을 받기 위함이기도 하죠. 이러한 이점들이 차단된 채, 화상 수업으로만 진행되었던 작년에도 일부 환급 절차 없이 기존 학비를 그대로 고지했던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봅니다.

특히나 저처럼 실기실을 사용하는 학과의 학생들은 ‘실기실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타과보다 등록금을 더 많이 납부합니다.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엔 100만 원 가량을 더 청구해요. 지난 1학기까지는 아예 실기실이 폐쇄되어 있었고 2학기가 돼서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평일 아침부터 오후까지만 개방하고 있습니다. 평일 오후까지 학교 수업을 듣고, 그 남는 시간대인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나 작업할 수 밖에 없는 일반적인 대학생들의 일과로는 실질적으로 거의 사용을 못 한다고 볼 수 있죠. 이러한 판국에도 실기실 비용을 그대로 청구하는 학교의 행정에 모두들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거예요.

 

Q. 그렇다면 학교에 바라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책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우선은 학교 측에서 미대생들에게 실기실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금 헤아려 주었으면 합니다. 실기실은 단순히 작업하는 장소만은 아니에요. 작업하다 말고 끼니를 잠깐 때우거나 철야 작업 이후 쪽잠을 청하는 것까지, 모두 실기실 안에서 행할 수 있죠. 먹고, 자고, 작업하는 장소다 보니 사실상 제2의 생활공간이라 봐도 무방해요. 무엇보다 같은 실기실을 사용하는 학우들끼리 각자의 작업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나누어 작품들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발전의 장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미대생들에겐 실기실의 존재 의미가 매우 커요. 그래서 여러 이점들이 차단된 현 사태는 저나 다른 학생들에게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그리고 좀 더 융통성 있고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주었으면 합니다. 현재 학교가 내놓고 있는 실기실 관련 대책은 그저 특정 시간대에만 일괄적으로 개방해두는 정도밖에 없어요. 이에 많은 학생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나 기자재를 사용하는 학과의 경우, 한정된 시간에 학생들이 몰리게 되니 자칫 작업이 정체될 여지가 있습니다. 차라리 각자에게 맞는 시간대에 실기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타임테이블을 구성하고 학생들을 배정하는 등의 방식이 더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아직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니 방역이나 안전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학생들의 사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의 실기실 비용 및 등록금을 일부라도 반환해주었으면 합니다. 코로나 이후로 실기실 사용이 막히게 되어 모두가 이전보다 훨씬 열악한 작업환경에 놓여있습니다. 그나마 옆에 베란다가 딸려 통풍이 잘되는 제 방도 한동안 환기 문제로 애를 먹을 정도였어요. 원룸, 고시원에 사는 친구들은 더 난처한 상황이었을 거에요. 실제로 많은 학생이 사비를 털어 개인 작업실을 구한다고 합니다. 물론 전반적인 시설은 학교만 못한 곳들이 대부분이죠. 등록금 환급은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한 학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학교는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그에 알맞은 대응책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어요.

 

[1] 목판화(woodcut) : 조각도 등을 이용해 판면을 파내어 만든 철부(凸部)에 잉크를 묻히고 종이를 대고서 압력을 주어 인쇄하는 방식의 판화 종류

 

글. 무지막지(mujimakji219@gmail.com)

특성이미지. ⓒ고함20 무지막지

기획. [오늘도 무사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기획. 김개똥, 무지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