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년 차로 접어든 코로나 사태. 바뀌어 버린 세상에 어느 정도 적응한 듯하지만 도저히 적응 안 되는 것이 있다. 질이 보장되지 않은 비대면 강의, 불안정한 강의 서버, 굳게 닫힌 학교 건물까지, 캠퍼스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꿋꿋이 제 모습을 지키고 있는 등록금이 바로 그 것이다. 캠퍼스에 재난의 바람이 분 지도 벌써 3학기째, 대학생의 등록금 문제에는 아직 재난 문자도 마스크도 없다. 오늘도 등록금의 짐을 고스란히 진 채 말해본다.

 

“아… 오늘도 무사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대학 등록금 반환 특집기획 [오늘도 무사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의 마지막 기사입니다.

 

설렘과 활기로 가득했어야 할 새 학기지만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대학의 풍경은 여전히 암울하다. 해결되지 않는 수업권 침해와 점점 심화되기만 하는 생활고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등록금 반환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썰렁해진 캠퍼스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 목소리로 가득 채워졌고, 많은 사람이 대학 등록금 문제를 지적하며 거리로 나왔다. 사실 등록금으로 인해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비단 코로나19 상황의 문제만이 아니다. 10년이 넘도록 등록금은 여러 문제로 대학생을 괴롭혀왔다. 대학 등록금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들을 보다 심층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올해 봄 등록금 반환 운동을 주도했던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의 활동가 두 분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수빈: 안녕하세요.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 본부장을 맡았던 서울여대 제 51대 총학생회 스탠다드 총학생회장 정수빈입니다.

정수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제 5기 임시의장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제 25대 총학생회장 정수인입니다.

 

ABOUT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

 

215인 대학생 릴레이 행진 당시 “등록금 반환은 대학이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대학생들이 행진하고 있다.
©등록금반환운동본부

 

정수빈: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2021년에 대한 등록금 반환뿐만 아니라 등록금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많은 대학생이 반값등록금 등 등록금 투쟁을 이어왔었으나, 본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등록금이 비단 교육 서비스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러 사회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많은 학생이 실감하게 되었어요. 등록금 문제가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임을 부각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반환운동본부가 올해 3월에 발족하였습니다.

정수인: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의 요구는 2021년 등록금 반환과 등록금 비용 완화입니다. 교육부와 관련해서 특별장학금이나 관련 추경 예산안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 측이 정부의 지원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 대학을 넘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요구하고자 했습니다.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 5가지 요구안 1. 2021년 등록금 반환 2. 적립금 용도 전환으로 등록금 반환 금액 확대 3. 2021년 대학 긴급 지원 사업 예산 확대 4. OECD 평균 수준 고등교육 예산 확충으로 대학생 교육권 보장 5. 2021년 국가장학금 예산 확충
©고함20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의 5가지 요구안은 정부의 추경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에 발표한 것이다. 이런 요구안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추경안에는 코로나 대학 긴급 지원금에 대한 언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 재정 구조의 문제가 단순히 대학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대학의 자율로만 맡겨놓고 있는 셈이다.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를 타깃으로 3보 1배, 215인 대학생 릴레이 행진, 코로나19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정부와 대학은 여전히 불통

 

한편, 대학에서는 문제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대학생들은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생들이 겪는 문제에 관해 묻자 정수인 임시의장은 주거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고 이야기했다. 작년 1학기에는 개강이 연기되면서 학교 주변에 자취방을 계약한 학생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올해는 대면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병행되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정수인 임시의장은 “주거 문제를 학교에서 해결하려면 기숙사 인원 확충 등의 방안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기숙사 수용인원은 줄고 있다”며 학교 측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정수빈 본부장은 “개인의 사정마다 보유 기기 수나 네트워크 환경이 다를 수 있는데 수업이나 시험은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업 영상의 질 문제 등 등록금은 오프라인 수업 때와 동일한데 온라인 강의의 장점을 제대로 못 누리고 있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3학기가 지나도록 개선된 점은 없다. 오히려 강의 재사용 문제가 추가되어 어려움이 더 심화하였다는 것이 학생들의 생각이다.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해 정부와 대학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나요.

정수빈: 학교에서 등록금 반환 의제를 가지고 피케팅을 진행할 때 교직원분들이 옆에서 감시한다든가 사진을 찍는 등 견제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대학들은 계속 ‘돈이 없다’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고. ‘학생들과 소통하겠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정수인: 제가 삼보일배를 하고 난 다음 주에 학교 본부 측과 회의가 있었는데 학생과장님께서 저한테 “무릎은 괜찮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런 걸 보면 확실히 학교가 저희의 행동에 관심이 있고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분명 알고 있다는 건데, 이에 맞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너무 괘씸한 거예요. 대학에서 계속 소통한다고 하지만 학생회에 적극적으로 면담을 청한 적도 전혀 없었고요.

정수빈: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수업의 질을 높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계속 냈었는데 정부에서는 계속 수업의 질을 높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정부와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정부와 대학이 과연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등록금 문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말씀해주셨듯, 코로나 이전에도 대학생들은 등록금 투쟁을 계속 이어왔습니다. 등록금 관련 의제로 투쟁하시는 입장에서 등록금의 고질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수인: 일단 대학의 재정명세를 보면 세부 명세도 없고 자세한 설명이 없어요. 그리고 ‘교수 교육 활동 연구비’라는 게 등록금의 상당한 파이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건 거의 없고 교수의 연구비로 쓰인다는 게 가장 문제점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불투명한 예산 사용과 학생들에게 등록금이 돌아가는 게 너무 없다는 게 제일 문제인 것 같아요.

정수빈:  저는 등록금 자체가 대체로 너무 높게 책정된 금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개인과 가정의 노력에만 치중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학금 제도가 완벽하게 구축이 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연간 국가장학금 예산은 줄어들고 소득분위 산정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이 늘고 있거든요. 이런 대학 재정 구조 자체가 문제인 것 같아요.

 

이런 등록금 문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할까요.

정수인: 정부와 대학이 제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계속해서 학생들의 피해사례를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에서는 ‘돈이 없다’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요.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학교 운영에만 더 힘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렇다면 정부가 이에 대해서 더 많은 관리 감독을 해야 하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말만 하고 있어요. 등록금 문제와 같은 복합적인 문제는 대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조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도 개입해서 적극적으로 해결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등록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에요. 실질적으로 쓰이는 금액만 책정해서 납부를 하도록 해 학생들에게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등록금반환운동본부 활동은 끝났지만 앞으로 관련한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정수인: 등록금반환운동본부에서 진행한 서명운동의 결과를 전달함으로써 공식적인 활동은 끝납니다. 하지만 등록금 반환 운동이 아예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에서 많이 활동해주실 것입니다. 저희 학교도 등심위를 다시 한번 개최해서 등록금 반환 논의를 깊이 있게 진행할 예정이에요. 학교와 많은 논의를 통해 작년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수빈: 등록금반환운동본부의 공식적인 활동은 끝났지만, 이 활동들이 각 단위에서 등록금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초석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반값등록금 투쟁이 10년 넘게 이어져 왔는데도 아직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등록금 문제가 워낙 청년 빈곤과 맞닿아 있고 학생들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문제이니까 이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꾸준히 투쟁을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수인: 등록금 반환에 대한 문제에 대한 많은 공감의 목소리가 정부와 학교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내는 목소리에 대해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고 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수빈: 등록금 문제가 단순히 그냥 한 대학교, 한 대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대학생이 겪는 문제이고 대부분의 청년이 느끼는 어려움입니다. 저는 목소리를 멈추는 순간 외면을 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목소리를 함께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 등록금 반값 실현을 위해 3보1배 중인 대학생들
©경향신문

 

10년 전, 많은 대학생이 삭발을 한 채 3보 1배를 하며 구호를 외쳤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서였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선 등록금반환운동본부의 모습은 왠지 10년 전 대학생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당시 해결되지 못했던 고질적인 등록금 문제가 여러 사회문제와 얽혀 지금까지 이어져 왔기 때문이리라. 많은 학생이 요구하고 있는 ‘코로나19 등록금 반환’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재 2021-1학기 등록금 반환을 제대로 논의하고 있는 학교는 한 곳도 없다. 계속되는 대학의 불통과 정부의 책임방기에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허공만 맴돌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는 말에 약속이라도 한 듯, 두 활동가분 모두 ‘등록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들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1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사슬을 끊겠다는 결연함이 돋보였다. 10년 전 시민들은 대학생들이 든 피켓 뒤에 메시지를 써주며 그들의 운동에 연대와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위에서 짚어준 바와 같이 등록금 문제는 비단 대학생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대학생이 짊어진 현실이 정부와 대학에 닿을 수 있도록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지금 당신의 연대로.

 

글. 김개똥(go.gaeddong@gmail.com)

특성이미지. ⓒ한겨레

기획. [오늘도 무사히 학교 다녀왔습니다]

기획. 김개똥, 무지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