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4년만에 역주행 신화를 이뤘다. 국방 TV ‘위문 열차’의 무대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재발굴 되면서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고 브레이브걸스는 각종 음악방송과 광고계를 휩쓸고 있다. 이 역주행을 만든 주역으로 군인들이 지목되며 일명 ‘밀보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고함20의 두두이끼는 궁금증이 생겼다. 브레이브걸스는 오직 군인의 응원 만으로 성공한걸까?

 

 

〈롤린〉의 시원한 역주행  

두두: 얼마 전까지 무명이던 팀이 이렇게 뜨니까 되게 신기하네. 이전에도 그룹 EXID가 역주행으로 크게 인기를 얻게 되었잖아. EXID 역주행의 킹메이커는 단연 하니의 직캠으로 꼽히는데, 브레이브걸스가 흥행하게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이끼: 우선 노래가 엄청 좋아. 이미 K-POP 골수팬끼리 〈롤린〉은 ‘다시 컴백해도 눈 감아주고 싶은 명곡’으로 유명했거든. 무엇보다 역주행 신화를 주도한 건 ‘댓글 모음’ 영상이야. 재치있는 댓글과 함께 역주행 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해져 대중의 관심이 커졌어.  

 

브레이브걸스의 킹메이커는 군인?

 

이 사진은 군복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와 응원 문구를 들고 있는 남성팬들의 모습이다.
ⓒJTBC 〈아는형님〉 화면 갈무리

 

두두: ‘밀보드’ 차트가 뭔지 알아? 밀리터리와 빌보드 차트를 합친 말인데 브레이브걸스의 흥행이 밀보드, 즉 군인들 덕분이라는 거야. 〈엠카운트다운〉, 〈아는 형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도 군인팬을 조명하는 연출이 많더라고. 방송에서 이렇게 팬덤을 주목해주는 건 처음 봤어. 빠순이라 불리는 여성팬들에 비해 남성팬의 호응은 킹메이커로 대우를 톡톡히 해주네.

이끼: 나도 그 방송을 봤어. 브레이브걸스가 국방 TV ‘위문열차’에 출연해서 큰 환호를 받았던 게 신드롬의 시초는 맞지만, 그게 역주행의 전부일까? 〈롤린〉의 성공 주역이 오직 ‘군인’뿐이라는 건 이해가 안 가.  3년 5개월의 공백기 동안 열심히 위문 공연을 다닐 때는 별 반응이 없었고 결국 해체 논의까지 갔거든. 그럼에도 군인이 브레이브걸스의 엄청난 ‘서포터’ 대우를 받는 건 모순적이야. 

 

‘빠순이’ 취급 받는 여성팬, 조명받는 남성팬 

두두: 나도 남성팬만 이렇게 각광받는게 이상해. 특히 방송에서 남성팬의 선택 덕분에 성공했다는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어. 이런 식으로 군인들의 호응만을 조명하는 건 오히려 브레이브걸스의 성공에 모순을 더하는 평가가 될 수 있다고! 흥행 뒤에 다양한 배경이 있을텐데 단편적으로 군인을 띄워주는 것 같아.  또 여성팬들의 존재는 이렇게 조명되지 못하잖아. 빠순이, 시녀 라는 멸칭에 가려져서 무시당하던 역사 위로 남성팬들이 얹어진 느낌이랄까. 여성 팬덤 문화는 너무나 쉽게 하대하던 반면에 남성들은 응원만으로 그 연예인에게 성공의 열쇠를 쥐어준 존재들로 그려진 거야. 

이끼: 남성팬의 ‘인정’은 예술에 있어서 진정성의 척도같아. 예술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잖아. 리스너가 많다고 반드시 그 음악이 명곡이거나 유명한 화가의 작품만이 좋다고 볼 수 없지. 그런데, 남성팬이 인정한 예술은 ‘진짜’ 예술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 여성팬의 뜨거운 열광으로 팝스타가 된 대표적인 케이스가 비틀즈야. 비틀즈가 점점 인기가 많아지면서 남성팬이 늘기 시작하였는데 그때부터 언론보도에서 ‘Real Music’으로 인정했대[1]. 마치 똑같이 연예인을 좋아해도 여성팬은 이유없이, 생각없이 좋아하는 거라면 남성팬은 합리적인 판단하에 그 연예인을 선택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어. 그에 비해 여성팬의 취향은 비합리적이고 ‘오빠’ 일이라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빠순이 취급을 받지. 하지만 여초 팬덤은 제 2의 소속사처럼 든든한 서포터야. 연예인의 이름으로 수 억원 가까이 기부를 하거나 최근에는 여성 연예인의 딥페이크 문제에도 목소리를 냈어. 성숙한 문화를 주도하지만 여전히 철없는 빠순이로 불리는 이유가 궁금해. 엄연히 여성팬은 K-POP의 ‘진짜’ 킹메이커야.  

 

브레이브걸스가 남긴 메시지

 

이 사진은 달라붙는 옷을 입고 의자 위에서 춤을 추는 2017년의 브레이브 걸스와 바닥에서 편안한 의상으로 춤을 추는 2021년의 브레이브 걸스를 비교한 사진이다.
ⓒBrave Entertainment 공식 유튜브 / ⓒMnet K-POP 공식 유튜브

 

이끼: 여성팬이 꾸준히 여성 연예인 성상품화, 딥페이크를 비판하면서 K-POP 문화는 점점 변화하고 있어. 브레이브 걸스도 〈롤린〉으로 재컴백하면서 성상품화 요소가 많았던 기존 컨셉을 과감히 없앴어. 이젠 위험하게 의자에 올라가서 춤추거나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지 않아. 요즘에는 여성 아이돌이 그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여자)아이들의 소연은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 ‘I burn’으로 전 세계 52개국 지역 아이튠즈 앨범 차트 정상을 기록했어. 선미도 직접 프로듀싱한 〈사이렌〉부터 〈꼬리(TAIL〉까지 연속 히트 행진을 펼치면서 ‘선미팝’이란 호칭을 얻었어. 여자 아이돌은 예쁘기만 하면 된다는 통념을 깨고 자신만의 커리어를 일구는 아티스트가 된 거야. 시대의 흐름이 변화한 만큼 브레이브 걸스도 군인에 의해 지켜진 걸그룹이 아니라 멋진 아티스트로 빛나길 바라.

두두: 역주행 신화의 영광은 그 기회를 잡은 브레이브걸스에게로! 짧은 관심에서 끝나지 않고 이렇게 대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룹의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는 것을 브레이브걸스를 보고 다시금 느꼈어. 오랫동안 무명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기에 역주행과 인기가 찾아온 건 당연한 게 아니었을까 싶네. 지금은 <롤린> 뿐만 아니라 <운전만해> 등 다른 노래들도 인정받으면서 여름을 책임져달라는 요청을 마구 받는 중이지. 나도 브레이브걸스의 청량한 여름 곡을 기대하고 있어. 준비된 자들에게 찾아온 성공인 만큼 앞으로도 멋있게 그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 주었으면 해.

 

[1] Sarah Wilson, “I love The Beatles. But they and their fans have a women problem”, Varsity, 2017

 

글. 두두(dudoogoham@gmail.com), 이끼(mossflower0@gmail.com)

ⓒ특성이미지. 브레이브 걸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