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 배경음악이 되고, 꿀색 햇볕이 내리쬐는 가정의 달 5월. 사랑스럽고 따뜻한 달에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 있습니다. 5월이 지난 후에야, 나의 가정에게 썼던 편지를 부칩니다. 당신께도, 5월에 보낼 수 없는 편지가 있나요?

 

That someday it would lead me back to you.

(언젠가 당신을 데려올 거예요.)

In darkness she is all I see.

(어둠 속에서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녀뿐이에요.)

Come and rest you bones with me.

(내게 와서 쉬어요.)

– 〈Sunday Morning〉, Maroon 5 

 

너는 평행우주를 믿어? 같은 지구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우주가 수없이 많다는 의미잖아. 나는 왠지 이 넓은 우주에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내가 동시에 살아가고 있을 거 같아. 그런데 언젠가 서로 다른 우주가 교차해서 과거의 네가 지금의 나를 찾아오면 어쩌지. 교복을 입고 상처투성이인 얼굴로 나를 쳐다볼까 봐, 솔직히 겁나.  

 

엄마랑 아침 반찬 때문에 싸웠다는 친구의 투정을 어색하게 듣던 나는 어른이 되어도 비슷해. 그만 술 마시고 들어오라는 친구 언니의 걱정에 짜증 내는 친구를 보면 여전히 삐거덕거려. 예나 지금이나 친구한테 차마 부럽다고 말 못 하겠더라. 그들은 나와 다른 세상에 사니까. 사랑의 무조건성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세상에 살아서 내가 사는 가난한 세상은 모를 테니까. 입을 열었다간 네 안의 불행이 튀어나올까 봐, 그게 꼬리표가 될까 봐, 사소한 비밀도 빠짐없이 말하는 사춘기에 너는 유독 말수가 적었잖아.

 

‘가족한테 사랑 많이 받고 자랐겠다’라는 말에 비웃던 너를 기억해. 가족은 선택할 수 없는데 사람들은 가족에게 받은 사랑만이 사람을 사랑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할까. 그 말은 너의 족쇄가 되어서 항상 결핍을 느끼게 했잖아. 선택할 수 없는 존재가 내게 느껴지는 사랑의 총량을 결정 짓는다는 건 불공평해. 너에겐 아직 어렵겠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고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붙잡고 사랑을 애원하던 날들은 지나갔어. 이젠 나를 온전히 사랑해서 완전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

 

세상에서 너를 가장 닮은 사람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라는 걸 싫어했지. 어쩌면 네 안에 그 사람과 닮은 게 있을까 봐 언제나 너 자신을 감시했잖아. 나도 그 사람처럼 누군가에게 매일같이 폭언을 쏟아붓고 화내고 괴롭히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혼자가 되기로 했지. 그런데 그 사람을 재앙으로 만든 건 타고난 본성도,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이야. 삶은 선택의 연속이잖아. 똑같은 사람이라도 한순간의 선택으로 누군가는 괴물이 되고 누군가는 겨우 어른이 되더라. 그러니까 너 자신을 의심하지 마. 너는 누군가에게 재난 같은 사람이 아니야.

 

매 순간마다 그 사람과 반대를 선택하던 너는 결국 나쁘지 않은 어른이 되었어. 꽤 괜찮은 사람이 되어도 여전히 마음에 그늘이 진 건 너를 또 다른 우주에 가둬서 그런 걸까. 네가 나를 찾아올 때마다 외면해서 그런가. 큰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너를, 사랑을 받으면 도망칠 생각부터 하는 너를, 미안하다는 말이 가장 괴로운 너를 숨겨서 그런 걸까. 네가 지하실 같은 우주에 갇혀서 우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해서 양심에 찔리나 봐.

 

내 안에 있는 어린이를 다독여야 어른이 된다는데 난 아직 먼 거 같아. 여전히 너를 다른 우주에 가둔 채 살아가고 싶어. 도와달라고 외치던 너를 모른 척한 어른들처럼 외면하고 싶어.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처럼 언젠가 너를 데려올 거야. 너를 데려와서 꼭 말해주고 싶어. ‘가족을 버린 건 네가 아니라 그 사람이야’라고. 언젠가 내가 만든 따뜻한 집을 보여줄게. 똑같은 지구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싸움에 귀를 막고 웅크린 너를 찾으러 갈게.

 

글. 이끼(mossflower0@gmail.com)

특성이미지. ⓒ고함20

기획[부치지 못한 편지]

기획. 당근야옹이, 이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