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 배경음악이 되고, 꿀색 햇볕이 내리쬐는 가정의 달 5월. 사랑스럽고 따뜻한 달에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 있습니다. 5월이 지난 후에야, 나의 가정에게 썼던 편지를 부칩니다. 당신께도, 5월에 보낼 수 없는 편지가 있나요?

 

구름이에게.

구름아 안녕. 누나야. 너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써. 고하미들과 함께 가족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는데 나는 바로 네 모습이 떠올랐어. 마르고 불안한 모습으로 네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엄마는 이 약한 강아지를 어떻게 키울지 막막했다고 해. 너는 그때보다 훨씬 명랑하고 자기감정도 잘 표현하는 강아지가 되었지만. 가끔 너에게서 그때의 불안함을 마주한단다. 네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어딘가로 가는 것 같거나 낯선 장소에 놓일 때 너의 눈에는 불안감이 어려 있어. 강아지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런 너의 모습은 나와 조금 닮아 있는 것 같아. 나도 가끔 곁에 있는 것들에 행복하면서도 언젠가 없어질 존재들을 애도하는 기분에 사로잡히거든.

엄마와 나는 너의 끝에 대해 종종 이야기하곤 해. 너를 사이에 두고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근데 구름이가 아주 늙어 죽으면 어떻게 하지”,”구름이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살까?” 하고 말하는 식이야. 새까만 코로 쌕쌕 숨을 쉬는 네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우리가 항상 너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건, 아주 오랜 시간 후에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 아닐까. 벌써 네가 그립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너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는 것 정도야.

 

강아지가 발을 내밀고 있는 사진
구름, 9세, 남 ⓒ고함20

 

구름아, 너와 함께 살면서 나는 누군가를 세심히 살피는 사랑을 배웠어. 너는 아무 말이 없지만, 너에게 조금만 집중하면 네가 지금 더운지, 배가 고픈지, 무서워하는지 알 수 있어. 네가 싫어하는 짓-예컨대 꼬리 만지기-을 하면 화내며 짖기 때문에 너의 불호는 더 쉽게 알 수 있고. 엄마는 세심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서, 너의 미묘한 변화도 금방 알아차려. 엄마가 “구름이 배고파? 간식 줄게!”라고 말하면 네가 뺑글 뺑글 돈다든지, 숨소리만 듣고 더운지 추운지 알아챈다든지 하는 세심한 사랑의 능력들.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너와 함께한다면 나의 세심한 사랑도 커질 수 있을까? 부끄럽게도, 너와 단둘이 있을 때의 나는 아직 미숙한 존재야. 중학생 때에는 너의 물그릇이 비어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해 외출을 끝낸 엄마가 급하게 물을 준 적도 있잖아. 지금도 생각나는 부끄러운 기억이지. 나는 간식을 배불리 먹고 있을 동안 네가 목말라 하는 것을 알지 못했구나. 알지 못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구나.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작은 동물의 물그릇을 살피지 못하는 사람으로 머물러 있겠지.

누군가 “강남에 가면 개가 사람보다 더 대접받으며 산다”고 말했어. 인간 세상의 모든 고통이 대접받는 개들의 탓이라는 듯이, 그 사람은 사랑받는 동물들을 향해 노골적인 불편함을 드러냈어. 맞아, 어떤 동물은 정말 사랑받지. 극진하게 관리받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동물들은 소수이기에 눈에 띄는 거야. 그보다 훨씬 많은 동물은 매일같이 버려지고, 학대받고, 이용당해. SNS 속에서 몇천 개의 ‘좋아요’를 받는 동물들 뒤에는 고통받는 동물들이 줄지어 있어. 나는 그런 뒷면의 동물들을 더 살피려고 해. 네가 다른 강아지와는 다른 ‘성격’(예컨대 사랑을 갈구하지 않으면서도 천부적인 끼가 있는 것.)과 ‘취향’(삶은 당근과 북어를 가장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있고, 나와 닮은 부분에서 불안과 외로움을 느끼고, 가끔 아픈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너와 함께 더 많은 동물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다른 존재의 아픔을 느끼는 것. 다른 존재에게 아픔을 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네가 나에게 준 귀한 의미야.

우리에게 와서 많은 몸짓과 고소한 향기와 귀여운 질투와 많은 의미를 주어서 고마워. 오래오래 함께하자. 너와 너의 친구들이 더 안전하고 안락하게 살 게 될 세상을 바라며, 누나가.

 

글.당근야옹이(carro3113@naver.com)

특성이미지. ⓒ고함20

기획. [부치지 못한 편지]

기획. 당근야옹이, 이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