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침구와 이케아 조명, 포근한 러그와 예쁜 식기류

청년주택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브이로거들은 체크무늬 잠옷을 입고선 토스트 위에 아보카도를 올려 먹는다. ‘바라만봐도 포근한 향이 올라오는 것 같은 침구를 정리하고 예쁜 머그에 커피를 내려 마시는 모습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가 마련이 먼 행성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부동산 대란 속, 청년주택 거주자들은 자신만의 안락하고 깨끗한 공간에서 누군가의 부러움이 되기도, 로망이 되기도 한다. 

 

(좌) 행복주택 입주자 브이로그에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로, 원두를 가는 입주자의 모습이 포근한 분위기로 연출되어 있다. (우) 서울시 청년주택 홍보영상 중 한 장면으로, 역세권을 강조하며 지하철 구조물 옆에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좌) 행복주택 입주자 브이로그 화면 갈무리 (우) 서울시 청년주택 홍보영상 화면 갈무리 ⓒLH행복주택, 뉴스톱

 

심지어 그들의 집은 ‘역세권’, 신청해서 뽑히기만 하면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청년주택을 검색하는 20대 A씨의 손가락은 빨라진다. 유튜브에 청년주택을 검색하면 수많은 “청년주택 브이로그”와 더불어 “청년주택 거주자의 인테리어 소품 하울”, “청년주택 쉽게 응모하기” 등 여러 정보와 마주할 수 있다. A씨는 곧 자신도 깔끔하고 안락한 공간에서 편안히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푼다.

 

이번 청년주택 로또의 당첨자는 …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청년주택의 풍경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썸네일들이다.
ⓒ유튜버 미닛Mini 영상 썸네일, 유튜버 jjeonglog쩡로그 영상 썸네일

 

수많은 청년들의 청년주택 도전기는 대다수의 실패와 극소수의 당첨으로 희비가 갈린다. 작년의 서울지역 청년주택 당첨자 경쟁률은 238:1, 한 해 동안 넣었던 모든 청약에 떨어진 A 씨는 생각한다. ‘대체 저기엔 누가 당첨되는 거지?’ A씨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옆옆동네 F씨의 사촌 Y씨는 다음 달부터 청년주택 거주자가 된다. Y씨에게도 안락하고 포근하며 안전한 생활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차오른다. 그의 청년주택 거주기 첫 장에서 우리는 우선 박수를 보내본다.

 

많은 이들의 축하와 부러움을 안고 입주한 Y씨는 아직 시원한 웃음을 짓기가 어렵다. 서울살이, 역 근처에 이 정도 가격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집이 어디 있을까 싶어 웃음이 났다가도, 빽빽하게 붙어있는 집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음에 미간 주름이 하나 더 늘었다. 5평 남짓의 드림하우스는 건조대에 널린 빨래들에게 점령당했다. 머리를 굴려봐도 자취요리를 시전할 공간 마련이 어렵다.   

 

워낙 경쟁률이 높으니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며 손가락질할지 모르지만, 어렵사리 마련하게 된 좋은 조건의 주거환경이 이렇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써내려 갈 주거 역사는 막막하고 씁쓸하다. 맘에 쏙 들지는 못해도 이곳을 나가야 할 때 더 괜찮은, 하물며 이만한 주거를 찾을 수 있을까. 여러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사실 생각보다 많이 나온 관리비에 당장 통장이 쓰리다. ‘하자보수신청도 해야 하는데…’

 

청년주택, 달면 삼키고 써도 삼킨다

 

(좌) 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로고 (우) 5평 청년주택에 입주한 유튜버의 브이로그 영상 썸네일로,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와 화창한 하늘 밑 시티뷰가 보이는 구도로 편집되어 있다.
ⓒ신아일보, 유튜버 무직자muzikja 영상 썸네일

 

여러 브이로그에서 비춰진 청년주택에서의 포근하고 안락한 삶은 내 것이 아닌 것만 같다. 본가로 내려보낸 반려동물 생각에 외로운 밤이다. Y씨는 더 구입할 가전용품은 없는지 고민하며 아직 낯선 이곳에서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린다. 운 좋게 옵션이 있는 곳에 입주한 사람들도 있던데, Y씨는 자신의 운이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필요한 살림살이들을 결제했다.

Y씨가 보낸 청년주택에서의 삶은 마냥 달콤하지만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지에 비하면 청년주택은 초콜릿이다. 카카오가 89% 함유된 다크 초콜릿… 수도권에서 살기로 결정했으면 이 정도 어려움은 감당해야 하는 걸까? 이른바 ‘당첨자’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가고,낙첨자’ 위로 드리운 좌절의 색은 더 짙어졌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문득 Y씨는 궁금해졌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아랫집 사람도, 매일 아침 7시면 스텝퍼를 밟는 윗집 사람도, 새벽 한시가 다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옆집 사람도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혹시라도 누구 하나쯤은 브이로거처럼 포근하고 안락하게 살고 있을까?

 

Y씨는 부럽다는 친구의 카톡을 받고는 아무래도 꽝인 것 같은 내 패를 다시 찬찬히 들여다봤다. 그래도 답이 무엇인지 몰라 이웃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청년주택, 미디어 속 우리의 로망과 얼마나 닮았나요?’

 

*  본 글은 청년주택에 대한 미디어 자료(유튜브 영상, 실거주자 후기, 기사 등)들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다음 편에서 실 거주자 인터뷰로 청년주택에 대한 장단점과 거주 후기 등이 이어집니다. 

 

글. 야망토끼(chateau_314@goham20.com), 총총(ech752@naver.com)

특성이미지. ⓒ고함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