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커튼 사이로 들어와 나무 바닥을 비추고 있다.
ⓒPixabay

 

따스한 햇볕이 비추는 아늑한 보금자리. 하늘하늘한 리넨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고 향긋한 커피 향이 은은하게 방안을 감싸는… 

값비싼 임대료와 열악한 주거환경에 매일 사투를 벌이는 청년들에게는 그저 꿈 같은 아늑한 집 풍경. 미디어에 비추어지는 청년주택의 모습이다. 일단 당첨되기만 하면 나도 저런 달달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청년주택 입주, 결코 쉽지 않다. 청년들에게 ‘로또주택’이 되어버린 것이다.

까다로운 관문을 앞세운 이곳은 어떤 공간일까? 고함20에서 청년주택 입주에 성공한 나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년 자취러, 나무의 입주기

안녕하세요. 여성, 대학생으로 서울의 청년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나무입니다. 저는 본가가 지방에 있어 대학교에 올라온 뒤 자취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방’이 아닌 ‘집’에 살고 싶어서 마음 맞는 친구와 투룸 오피스텔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변두리임에도 불구하고 월세가 높아 걱정하던 중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청년주택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은 퀄리티의 집이 믿어지지 않아 우선 부동산을 통해 집을 구경했는데 마음이 사로잡혀 빠르게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20년 6월에 입주하게 되었어요.  

 

청년들의 실낱같은 희망

저는 이곳에서 굉장히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고 헬스장은 월에 1만 원, 입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세세한 관리(여름 전 에어컨 점검, 살충, 각종 문제 해결 등)들이 잘 되고 관리비 사용 내역이 투명하게 입주민에게 공개되고 있어요. 집주인들과 부동산이 사회초년생들에게 교묘한 수법으로 힘들게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청년주택의 경우 국가와 연결되어 있어서 들어오기 까다로운 만큼 계약서가 확실하게 이행돼서 만족해요. 

두 방의 크기가 동일하다는 점도 좋았어요. 한국의 99.9% 집들이 안방이라고 불리는 큰방과 작은방으로 구성되어 있어 친구와 1/N으로 집을 구할 때 난감했거든요. 하지만 이곳은 방 크기가 동일해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청년주택 입주하기 vs 바늘구멍에 소 넣기

 

2020년 2월 처음으로 완공된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의 모습이다.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비즈한국

 

입주하기까지 계약 절차가 너무 복잡했어요. 나랏돈 타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겪을 때마다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가요. 서울주택공사, 은행, 효성, 이사에 필요한 준비까지 다 하면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고 직접 찾아가 제출해야 돼서 포기할까 몇 번은 생각했어요. 신청 절차가 까다로울 뿐 아니라 ‘당첨’되기도 어려워요. 청년주택의 입주 자격은 순위별 소득 및 자산 기준에 부합하는 만 19~39세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인데 기준 부합 여부 등 지원 자격을 검증하기 위해 갖가지 서류를 제출한 후 통과하고 나면, 집을 계약할 수 있어요. 이때 계약금을 마련하고, 은행의 대출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데 여간 복잡한 게 아닙니다. 관공서, 은행, 회사는 18시에 모두 퇴근하잖아요. 당시 저는 일을 하고 있어서 월차를 계약에 모두 반납해야 했어요. 

 

겨우 5평의 아늑함

저는 현재 투룸에 거주하고 있지만 청년주택 원룸의 경우 대부분 5평으로 만들고 있는데 사람이 살기에 너무나도 부족한 평수에요… 청년들이 방이 아닌 ‘집’에서 살았으면 해요. 최소한의 평수 기준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5평 정도면 살만하지’ 라고 생각하도록 집을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청년들 대부분의 주거 환경이 열악할 것으로 생각해요. 저는 많은 청년들이 보다 쾌적한 곳에서 삶을 보냈으면 하거든요. 

 

서울의 ‘방’ 곳곳을 전전하던 나무는 청년주택정책이 ‘실낱같은 희망’이라고 말한다. 서울에 몸 누일 곳 하나 구하기 힘든 청년들에게는 절실한 구원책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청년들에게 주어진 그 희망의 크기가 ‘실낱’이라는 것이다. 현재 공급되고 있는 청년주택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공급된 청년주택은 약 1만 4,579가구에 불과하다.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청년층의 수요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이다. 그마저도 5평 남짓, 편안한 삶을 누리기엔 너무 작은 공간이다. 그런데도 입주가 ‘당첨’처럼 여겨질 만큼 절차는 복잡하고 험난하다. 

높은 진입장벽에 밀려난 이들과 입주에 성공했지만 좁은 방을 마주한 이들 모두의 답답함이 한숨이 되어 쌓여간다. 청년들의 주거난과 생활난이 점점 가중되는 시점에서 청년주택정책은 청년들의 안전망이 아닌 거름망이 되어버렸다. 정책에 기대고 싶은 마음은 사치가 되어버린 걸까. 

 

해가 지고 어스름이 내린 전경. 인터뷰이가 집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인터뷰이 집에서 바라본 전경 ⓒ인터뷰이 제공

 

나무는 청년주택에 입주 후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투명한 내역 공개와 세세한 관리, 철저한 안전. 그리고 룸메이트와 함께 살 수 있는 쾌적한 공간까지. 하지만 이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청년들은 너무나 한정적이다. 청년의 주택 갈증을 해소하고자 시작한 정책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청년들이 주거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디어 속 로망처럼, 나무의 말처럼 닭장 같은 방이 아닌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는 미래가 오길 기대한다. 하루 빨리 청년들이 웅크린 어깨를 힘차게 필 수 있길. 

 

글. 김개똥(go.gaeddong@gmail.com), 두두(dudoogoham@gmail.com) 

특성이미지. ⓒ고함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