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의 달(Pride Month)’인 6월, 매해 이맘때는 ‘퀴어문화축제’로 전국 각지의 광장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물론 2020년 이전까지의 일이다. 코로나 19 팬더믹 이후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됐고 퀴어문화축제도 그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런 ‘코로나 시국’에도 무려 만 육천여 명의 행렬이 이어진 행사가 있다. 이곳에는 모든 제한이 없다. ‘탈 것’은 당연히 자유다. 바나나 모양 보드나 오토바이를 타도, 휠체어를 이용해도 하나의 거리에서 모두 행진한다. 놀랍게도 장소의 제한도 없다. 땅끝마을 해남에서도 경기도민과 함께 행진할 수 있다. 마스크는 당연히 착용하지 않았다. 당장 경찰이 출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다.

 

만 육천 명이 걷는 거리

 

좌측) 닷페이스 온라인퀴어퍼레이드 이미지. 캐릭터들이 다양한 옷을 입고 행진하는 모습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라와있다. 우측) 신촌역 지하통로에 전시된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디지털 광고의 사진.
좌측부터 닷페이스의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신촌역 지하통로 디지털 포스터 전시 ⓒ고함20

 

작년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구었던 ‘닷페이스’의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가 6월 24일 돌아왔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해시태그를 이용해 진행되는 이번 퍼레이드는 인스타그램과의 공식 협업으로 # 해시태그가 무지갯빛으로 빛난다. 현재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에는 7월 1일 기준 1만 6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웹페이지에 접속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취향대로 꾸미고, 내가 원하는 용품을 선택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든다. “차금법 GO” 깃발을 들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할 수도, 왓챠·국제앰네스티 등 협업 단체가 제공한 색다른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성된 캐릭터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하면 퍼레이드에 참여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나만의 ‘퀴퍼용 무지개 아이템’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다면, 온라인 퀴퍼에서도 당신의 개성을 표현해보자.

올해 닷페이스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는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 신촌의 지하통로, 홍대입구역 전광판, 삼성역 버스 정류장부터 대구 중앙로역과 부산 서면역 등에 디지털 포스터가 전시됐다.

 

“차별의 시대를 불태워라!”

서울퀴어문화축제 역시 온라인을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차별의 시대를 불태워라!”를 슬로건으로 6월 2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어디서나 무지개 라이브〉를 통해 행사의 막을 열었다. 해당 라이브에서는 북토크, 축하 공연, 퍼레이드를 송출했다. 이번 퍼레이드는 코로나 19 확산 예방을 위해 사전에 구성된 6명 6개 팀이 수백 미터의 간격을 두고 숭례문 인근에서 시작해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행진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퀴어부스on'의 이미지. 참여 단체들의 썸네일.
서울퀴어문화축제 〈퀴어부스 ON〉 페이지 갈무리 ⓒ서울퀴어문화축제

 

〈어디서나 무지개 라이브〉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웹사이트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부스 〈퀴어부스 ON〉은 7월 18일까지 22일간 진행된다. 이번 행사에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성소수자 부모모임, 각 대학의 퀴어 동아리 등 총 67개의 단체가 온라인 부스를 준비했다. 인천·전주·경남·대구·제주 등 지역 퀴어문화축제도 이번 행사에 참여해 다양성을 더했다.

퀴어 축제의 ‘부스’는 다채로운 체험형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퀴어문화축제의 대표적인 문화다. 온라인 부스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도 참여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각 참여단체의 사진을 클릭하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오프라인 퀴어문화축제에서 부스를 모조리 방문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체력이 부족해 좌절한 경험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ALL부스 참여’를 노려보자.

 

온라인 행사? 오히려 좋아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들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히려 ‘온라인’이기에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통상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되던 도심과 거리가 있는 곳에 살았거나, 아웃팅 위험 등의 이유로 오프라인 행사를 꺼렸던 사람의 경우 기존 오프라인 퀴어 행사 참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닷페이스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한 대학생 A씨(22)는 “본가가 프라이드 축제가 잘 열리지 않는 지방에 위치해 있어 평소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하려면 숙소를 잡아야만 해서 아쉬웠다”며 “직접 현장을 체험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온라인으로 더 편하게 우리가 ‘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직장인 B씨(26)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들에 오히려 마음 편하게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B씨는 “보수적인 직장에 다녀서 (퀴어 관련)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며 “온라인 행사에 참여하면서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내가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한다는 걸 밝힐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점이 있다”고 온라인 행사를 반겼다. 이어 “(퀴어 축제에서) 혐오 세력과의 대치가 어느 순간 당연한 모습처럼 보였는데, 이번에는 평화롭게 진행됐다는 점도 분명한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퀴어 축제들이 작은 모니터 속으로 장소를 옮겨야 했지만, 연대의 목소리는 오히려 몸집을 키웠다. 코로나로 사람 간의 연대를 느끼기 힘든 요즘, 온라인 퀴어축제에서 울려 퍼지는 사랑과 화합의 목소리는 유난히 반갑게 느껴진다. 프라이드 먼스에 온·오프라인 동시 축제가 열리는 그날까지, 오늘도 팔도의 퀴어는 어디서든 길을 연다.

 

글. 구아바(guava.shim@gmail.com)

특성이미지.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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