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은 지난 4월 [세월의 기억, 기억의 세월]을 통해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을 기록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되새겼고, 사람들의 기억이나 말을 옮겨적었다. 안산과 인천, 서울의 공간들을 다녀왔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통보했다.

철거가 예정되어 있었던 7월 26일, 고함20은 다시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으로 향했다. 세월호 7주기에 기억공간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사라지지 말아야 할 기억들을 지키는 이들이 있었다. 그 단단한 마음들을 모아 다시 기획을 잇는다.

 

일방적으로 ‘철거’ 통보한 서울시, 철거 막으려 피켓 든 시민들

지난 7월 5일, 서울시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측에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통보했다. 요청사항은 소름 돋게 단순 명료했다. “7월 22일~25일 동안 기억공간 내부 물품 등을 철수할 것.” 그러고 나면 서울시가 26일에 기억공간을 철거한다고 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광화문 광장 공사 기간에는 임시 이전할 수 있으며, 완공 후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취지에 맞게 위치는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라며 서울시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를 거부하고 ‘시민들이 철거를 반대해도 진행 예정’이라며 입장을 고수했다.

 

대안도, 협의도 없는 일방적 통보에 사람들은 행동에 나섰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면담을 요구하는 한편 7월 13일부터 서울시청 주변과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연대하는 단체들도 입장을 내고 1인 시위에 동참했다.

24일부터 26일까지는 긴급 집중 행동이 시작됐다.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릴레이 1인 시위가 진행되었고, 시민들은 피켓과 함께 거리에 섰다. 철거가 예고되었던 26일에도 시민들은 피켓을 들었다. 결국, 당일 기억공간 철거는 무산됐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서울시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기억공간 내부 물품들을 서울시의회에 임시 보관하기로 했다.

 

마스크 쓰고 거리에 선 사람들 “세월호 기억공간은 시민들의 공간”

26일 오후 2시, 열기를 뚫고 도착한 광화문 광장 근처는 혼잡했다.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지지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카메라를 들고 광장 근처를 에워쌌고, 태극기를 든 사람들은 광장 안을 향해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충돌을 막기 위해 많은 인원의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 노란 피켓을 든 사람들이 띄엄띄엄 서 있었다.

피켓에는 “세월호 기억관 철거를 중단하라!”고 쓰여있었고, 사람들의 결연함이 마스크 너머로도 느껴졌다. 기억공간 앞에서 피켓을 받으면서 사람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방문명부를 작성했다. 1인 시위를 진행할 때는 다른 사람과 일정 거리를 두고 섰다. 기억공간 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마스크를 턱이나 코에 걸친 채 고성을 지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두 장의 사진. 왼쪽. 현수막. "세월호 광화문 기억공간 철거를 중단하라!"고 써있다. 오른쪽. 피켓.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관"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만든 기억, 추모의 장소입니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세월호 기억관 철거를 중단하라!"라고 써있다.
(좌) 광화문 광장 주변을 둘러싼 펜스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우) 1인 시위에 사용된 피켓 ⓒ고함20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차원에서의 연대도 이어졌다. 서울청년유니온의 장지혜 위원장은 이틀 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그날(이틀 전) 태극기 들고 계시는 분들도 그렇고 위협적인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며 “가능한 한 연대를 해야겠다 싶어서 오늘도 다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세월호 기억공간이 광화문에 있는 것이 유가족들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공간이기도 하다”며 “재난들이 세월호 이후에 또 반복되지 않으려면 (기억공간이) 시민들이 기억할 수 있는 곳에,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에 존치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잠시 이전을 하더라도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서울시가) 어떤 대화나 협의체에 응하지 않는 것이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음료수 드시면서 하세요” 1인 시위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도

기자도 1인 시위에 동참했다. 그늘에 자리를 잡아 더위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기억공간 철거를 외치며 모여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서게 된 탓에 때때로 걸려오는 시비를 피할 수는 없었다. 한 남성은 마스크를 벗고 다가와 ‘어느 단체에서 나왔냐’며 훈계를 시작했다. 극우 유튜버들 근처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다른 참가자는 단체로 몰려드는 그들을 피해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곁을 지나는 많은 시민은 피켓을 든 사람들을 향해 따뜻한 응원을 전했다.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돌아다니며 음료수를 나눠주던 대학생 김민지 씨는 “최대한 누구도 다치지 않는 선에서 다른 분들을 많이 응원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밝혔다. 김 씨는 “광화문을 새롭게 만든다는 건 알겠지만 기본적인 합의를 거친 다음에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이 상황이 민주적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 외에도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응원하고 연대했다. 철거 찬성 측 사람들이 기자에게 다가오자 한 시민은 무섭지 않냐며 뒤에 서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위협적인 상황이 끝났다고 판단될 때까지 뒤에서 자리를 지켰다. 길을 지나다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묻는 이도 있었다. 참여 방법을 공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피켓을 들고 돌아왔고, 멀찍이 자리를 잡아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평일 낮, 세 시간도 안 되는 시간을 서 있었지만 오가는 시민들에게서 받은 음료수는 5개나 됐다. 음료수를 건네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몸짓은 따뜻하고도 단단했다. 인사를 하고 가는 이들도 있었고, 눈으로 피켓을 읽으며 지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음료수와 인사와 눈짓들은 내가 혼자 서있지 않다고 느끼게 했다.

 

펜스에 노란 리본이 묶여 있고, 펜스 사이로 세월호 기억공간 벽면에 부착된 노란 리본 간판이 보인다.
공사 중인 광화문 광장 펜스 너머로 보이는 세월호 기억공간 ⓒ고함20

 

‘보행광장’ 조성 위해 기억공간 안 된다는 서울시, 보행은 방해받은 적이 없다

2018년, 서울에서 의경으로 복무하던 때에 광화문 광장에서 근무를 서는 날이 많았다. 혹시 발생할지 모를 충돌을 막기 위해 세월호 천막도 근무지에 포함되어 있었다. 천막 옆에 서 있으면서 많은 사람과 장면들을 보게 됐다. 걸어가는 사람들은 천막 옆을 지나갔고, 가끔은 멈춰서서 희생자들을 얼굴을 쳐다보기도 했다. 밤이 되면 노란 리본에는 불이 켜졌다.

여름이 되면 천막 근처에는 분수가 나왔다. 가족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방문한 아이들은 물을 가르며 뛰어놀았다. 어느 날, 세월호 천막에서 아이들에게 호루라기를 나눠줬다. 분수대에는 삑- 삑-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세월호 천막은 투쟁과 추모의 공간임과 동시에 일상의 공간이었다. 천막이 있어도 사람들은 보행했고, 아이들은 뛰놀았다.

 

유가족들이 천막을 자진 철거하고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이 들어섰을 때도 보행이 방해받는 일은 없었다. 세월호 기억공간의 크기는 약 80㎡로, 광화문 광장(1만 8,840㎡)보다 235배 작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드넓은 광화문 광장을 걸어 다녔고, 기억공간을 들여다봤다. 진상규명을 위해 수많은 사람이 싸워왔던 광화문 광장이었기에 기억공간의 의미는 더욱 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철거 통보에 분노했다. 시민들은 마음을 모았고 결국 ‘철거’를 막아냈다. 하지만 여전히 ‘임시 이동’한 세월호 기억공간이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재조성에 관한 서울시와의 협의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

 

서울시는 7월 26일 발표했던 입장문에서 광화문 광장을 “보행 광장으로 조성해 온전히 시민들에게 돌려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이 말하는 ‘온전함’ 안에는 세월호의 자리가 없다. 광화문 광장을 돌려받을 ‘시민들’에는 많은 이들이 배제되어 있다. 서울시는 기억공간 철거에 맞서 시민들이 보여준 마음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라지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키는 그 단단한 마음들을 말이다.

 

글. 나로나옴(naronaom@gmail.com)

특성이미지. ⓒ고함20

기획[세월의 기억, 기억의 세월]

기획. 나로나옴, 로움, 야망토끼,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