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 이 모 씨가 사망했다. 2019년 8월, 에어컨 없는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지 2년도 채 안 된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유족들과 노조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업무량에도 이 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 한 동을 오롯이 혼자 청소해야 했다. 여기에 제초작업까지 지시받으면서 이 씨는 격무에 시달렸다. 학교 측에서 이전에 없던 청소 상태 검열을 예고하자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졌고, 많은 청소노동자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결국,  이 씨는 일을 마치고도 퇴근하지 못했다.

 

빨간 조끼를 입은 노조원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서있다. 현수막 내용. 또 다시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죽었다!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
7월 7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의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 ⓒ고함20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 팀장이 청소노동자들을 군대식으로 ‘관리’했다고 밝혔다. 업무 특성상 편한 옷을 입고 출퇴근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회의 시 정장 등의 복장을 요구했고, 필기시험을 쳐서 점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리팀장의 ‘갑질’은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됐고, 학교는 그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학교 측 관련자들은 언론과 노조가 안전관리 팀장을 “악독한 특정 관리자”로 몰아가며 “마녀사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결정한 이후에야 사과했다. 청소노동자 이 모 씨의 사망 후 38일 만이었다.

 

‘갑질’만 내세우는 일부 언론, 학교는 그 뒤에 숨었다

사건이 공론화된 초기 〈민주언론시민연합〉이 7월 7일부터 12일까지 8개 일간지 지면 보도와 7개 방송사 저녁 종합 뉴스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보도 중 ‘과로’나 ‘노동환경’에 대해 다룬 보도는 전체의 24%에 그쳤다. 특히 ‘노동환경’에 대한 언급은 2회로, ‘갑질’에 대한 언급(20회)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언론 보도들이 ‘갑질’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기울면서, 학교의 ‘꼬리 자르기’는 훨씬 용이해졌다. 중앙일보는 안전관리 팀장의 인터뷰를 단독 보도하며 “청소노동자 시험 스스로 만든 것”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윗선의 암묵적인 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당시의 회의록을 통해 드러났지만, 해당 기사에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갑질에 치중된 보도에 청소노동자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까지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국회 긴급 토론회에서 ‘차별적 고용구조’가 문제의 본질임을 꼬집었다.

서울대는 총장이 직접 발령하는 법인 직원, 각 기관장이 발령하는 자체 직원으로 고용이 이원화되어 있다.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은 관악학생생활관 관장이 발령한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이들의 인건비 문제는 대학본부가 아닌 관장이 다룬다.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나 노동환경 문제에 대학본부가 쉽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갑질’ 만의 문제 아니야

‘서울대’가 아니더라도, 과거부터 대학 내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고용 및 노동환경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청소 이외의 업무를 하면서도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건물 한 채를 혼자 청소하면서도 눅눅하고 좁은 공간에서 숨을 돌려야 했다. 집단 해고를 겪었고, 사람이 죽었다.

용역 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이 이뤄지면서 문제가 생겨도, 학교는 우리 직원이 아니라며 문제를 회피했다. 재정이 어려워지면, 대학들은 쌓아놓은 적립금을 푸는 대신 청소노동자를 해고했다. 학교에서 이들은 학내 구성원이 아니라 소모품이었다.

해고는 손쉽게 일어났다. 2020년, 한동대 청소노동자들은 “미화원분들께서는 교내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학교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 2019년, 목원대 청소노동자들은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이를 ‘부당 해고’로 판정했지만, 목원대는 이들이 간접 고용되어 있어 학교의 구성원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복직을 위해 농성하고 있다.

 

사진 두 장. 왼쪽 사진. 도로 위를 막은 바리케이트 위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수막 내용. "학교 청소 용역 계약이 2020년 9월 1일부로 종료됨에 따라 미화원 분들께서는 교내 출입을 금지합니다". 오른쪽 사진. 빨간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서있다. 현수막 내용. "대학경영 악화의 책음을 구성원에게 떠넘기지 마십시오. 청소노동자 계약해지 통보를 철회하고 학교가 직접고용 하십시오. 총장님께 전하는 신라대학생 천 명의 목소리".
(좌) 한동대학교 미화원 출입 금지 현수막 (우)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신라대학생 모임 기자회견 ⓒ노동과 세계, 부산일반노조 페이스북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두 번의 집단 해고를 겪었다. 2014년, 학교가 용역 업체를 바꾸면서 기존에 체결했던 단체협약을 무효화 했고, 청소노동자들은 집단 해고를 통보받았다. 고공농성, 단식 투쟁 등 꼬박 79일 동안 농성을 이어간 이들은 고용 및 근로조건 승계를 약속하는 합의서를 받아냈다. 그리고 7년이 지나 2021년, 총장이 바뀌면서 이들은 한 번 더 집단 해고를 통보받았다. 이번에는 51명의 청소노동자 전원에 대한 해고 통보였다.

돈을 아끼려고 대학이 인력을 줄이면, 남은 청소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업무에 시달리기도 했다. 2018년, 홍익대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이 해고당했고 연세대, 고려대, 동국대, 숭실대 등은 은퇴한 청소노동자의 빈자리에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다. 이화여대에서는 7층 건물 한 채를 청소노동자 한 명이 청소해야 했고, 인천대에서도 한 건물에 1~2명의 청소노동자만이 배정됐다.

 

그럼에도 나아가는 청소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연대

열악한 노동환경과 고용 불안정의 상황 속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과 시민들의 연대였다. 2018년에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과 함께 노동환경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화여대, 홍익대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인력과 휴게 환경 등이 개선되기도 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올해 6월, 114일의 농성 끝에 학교로부터 직접 고용을 약속받았다. 집단 해고가 있었던 한동대(2020년), 홍익대(2011, 2018년)에서도 투쟁 끝에 전원 복직을 쟁취해냈다.

노동자와 학생 간의 연대인 ‘노학연대’도 빛났다. 경비, 청소 등에 종사하는 학내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함께 투쟁했다.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등 노학연대의 활동들은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2021년 다시 청소노동을 말하다

하지만 2021년 청소노동자의 죽음은, 그럼에도 여전히 무책임한 대학들의 단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3년, 〈고함20〉에서는 [청소노동자] 기획을 통해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해당 기획에서는 열악한 휴게공간, 간접고용, 급여 문제, 집단 해고 등 청소노동자들이 놓인 문제적 현실을 다뤘다. 이후 흘러간 8년의 세월을 담아 다시 쓰게 된 기획 기사에서도 결국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참담한 일이다.

그래서 〈고함20〉은 2021년, 다시 청소노동자 투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연대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처우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에는 청소노동자와 노조의 투쟁이 있었고, 대학생과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다. 그 현장에 서 있던 사람들이 내디뎠던 걸음들을 따라 [다시 청소노동을 말하다] 기획의 문을 연다.

 

글. 나로나옴(naronaom@gmail.com)

특성이미지. ⓒ고함20

기획[다시 청소노동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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