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더 나은 캠퍼스 노동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고함20은 지난 2일 홍익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청소노동자와 노조, 그리고 노학연대 학생들에게서 캠퍼스 노동의 열악한 실태를 자세히 들어봤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대와 홍익대 청소노동 관계자분들을 만났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분회 조직부장 박완식, 홍익대 모닥불 운영위원장 김민석,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공동행동 학생대표 이재현,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분회 분회장 박진국, 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분회 분회장 정성훈, 홍익대 미화노동자 이명순·김금옥·박현리님이 참여해주셨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분회 조직부장 박완식, 홍익대 모닥불 운영위원장 김민석,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공동행동 학생대표 이재현,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분회 분회장 박진국, 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분회 분회장 정성훈, 홍익대 미화노동자 이명순·김금옥·박현리 ⓒ고함20

 

Q. 현재 청소노동자분들 업무 환경을 듣고 싶어요.

서울대 시설분회 분회장 정성훈: 서울대에서는 청소 노동자 두 분이 돌아가셨어요. 2년 전에는 더운 여름철에 한 분이 돌아가셨고 이번에는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업무 강도와 관리팀장의 갑질에 시달리던 분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공동행동(비서공) 학생대표 이재현: 최근 사망하신 노동자분은 정원이 196명인 동을 혼자 청소하셨어요. 저희는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 반영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본부에서는 ‘기숙사라든가 각 기관에서 할 일이지, 우리 책임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홍익대 분회장 박진국: 홍대 청소노동자 중에서도 두 분이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노조 활성화 이전이라 이슈가 되지 못했어요. 경비노동자분들은 일곱 분 사망하셨어요. 다수가 새벽에 출근하다 발견됐고, 근무 중에 쓰러져 며칠 내로 돌아가신 경우도 있어요.

 

업무환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동자의 사망 경위에 대한 답변이 돌아왔다. 열악한 환경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다. 사망 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안전하지 않은 휴식처와 직장 내 괴롭힘이 모두 작용했다. 많은 노동자가 여전히 ‘이중 하청’의 구조와 열악한 휴게시설로 인해 고통받고 있었다.

 

홍대 모닥불 운영위원장 김민석: 청소도 경비도 간접 고용 구조로 되어 있는데요, (경비의 경우) 2019년부터 학교가 무인 경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2차 하청 구조가 됐어요. 중간에서 떼어가는 노무비용이나 수수료가 생기다 보니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홍문관 지하 6층에 휴게실이 하나 있는데, 5분만 있어도 눈이 따갑고 코가 매워요. 노동부가 2018년에 휴게실을 지상으로 올리라고 권고했지만, 학교가 안 하고 있습니다.

 

지하 6층에 위치한 홍익대 홍문관 미화노동자 휴게실 사진이다. 유일하게 마련된 환풍구가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되어 있어 청소노동자들은 휴게시간에도 매연냄새와 악취에 시달린다.
지하 6층에 위치한 홍익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유일한 환풍구가 지하주차장과 연결되어 있어 청소노동자들은 매연과 약품 냄새, 소음에 시달린다. ⓒ홍익대 ‘모닥불’ 제공

 

2018년 고용노동부는 ‘청소근로자 환경시설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시행률이 낮다. 미화노동자 이명순 씨는 “너무 땀이 흐르는데 샤워를 못 하고 그냥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게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샤워실은 이미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위해 오늘도 노동자들은 수년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노조’라는 연합체 덕분에 작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Q. 어떤 계기로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나요?

홍익대 미화노동자 김금옥: 2008년도 5월 23일 날 입사를 해서 일을 하다가, 근처 서강대학교에 여성 노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은 똑같은데 우리는 월급 75만원, 서강대 노동자들은 95만원을 타더라고요. ‘우리도 노조를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생각하고 있었던 와중에, 노동실태를 조사하러 온 학생의 제안을 계기로 노조를 만들게 됐어요. 노조를 만들고 나서 지금은 개선이 많이 됐어요.

 

홍익대 미화노동자 이명순: 저는 근무한 지 12년 됐는데, 처음엔 대기실이 계단 밑에 있었고 창문도 없어서 여름엔 더워서 숨이 막혔어요. 재작년에 노조에서 에어컨을 놔주어 지금은 좀 살맛이 나요. 그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노조가 보건 휴가도 찾아주고 연차 휴가비도 받아줘서 너무 좋아졌습니다.

 

Q. 이 자리에 학생 두 분이 계시는데, 어떤 계기로 학내 노동자분들과 함께 노동 운동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이재현: 서울대가 18년 초에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서울대에 여전히 비정규직이 있었어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도 안 되고 있고, 전환되어봤자 기관장 발령으로 돼 있으면 사실상 간접 고용이나 마찬가지예요. 언론 보도와 실상이 다르다는 걸 알고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민석: 어느 순간 학교에 ‘무인 경비 반대한다’ 는 포스터가 붙었어요. 학교가 무인 경비를 도입하고 지금 경비원 수를 줄이려고 한다더라고요. 제가 근로 장학생으로 경비실 일을 했었을 때 정말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난 걸 알았기 때문에 무인 경비 전환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반대 집회도 나가봤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많이 없더라고요. (학교 경비가)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이 주도해야 하는 투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운동권 동아리마다 연락을 돌려가며 ‘모닥불’을 만들었습니다.

 

Q. 학내 노동자들에게 학생들의 연대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박진국: 2011년 홍대 청소노동자 176명이 집단 해고되었을 때도 학생들이 없었다면 (투쟁이) 어려웠을 거예요. 선희남[1] 동지가 고인이 됐을 때도 학생들 한 1천여 명이 추모의 글을 남겨줬고, 임금 투쟁으로 법적 다툼이 벌어졌을 때도 학생들이 탄원서를 제출해 줬어요.

 

정성훈: 어느 대학이든지 다 똑같을 거예요. 학생들의 도움 없이 저희 청소 노동자만의 힘만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마 전국 대학에서 한 군데도 없을 겁니다.

 

김민석: 잘난 학생들이 불쌍한 노동자들을 도와준다는 것보다,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동등한 구성원끼리 힘을 모아 학교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관점이 필요해요. 노조 파업이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평상시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건 청소·경비 노동자분들이에요. 이분들 없이 저희가 어떻게 공부를 하겠어요.

 

청소노동자와 노조는 후배들의 업무 환경을 위해서라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박완식: 2010년도 12월 조합 설립 이후 10여 년간 선배님들께서 투쟁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그 덕을 저희가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서 보면 ‘아직 여기서 쉬는 것을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계속 투쟁과 노력을 할 겁니다.

 

이명순: 우리들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으니 이만하면 됐다’ 하고 하는데, 앞으로 또 젊은 세대들이 뒤를 이을 거잖아요.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학생들과 교수님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청소노동자들은 오늘도 ‘사람답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까지 노동자와 학생들의 투쟁은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은 여전히 문제를 외면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노동 없이는 학교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당연한 권리를 말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학교가 답을 할 차례다.

 

[1] 선희남: 홍익대 비정규직 경비노동자로 19년간 일한 고 선희남 선생은 2년 전인 2019년 4월 27일 출근 도중 학교 정문에서 쓰러져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학생들은 당시 무책임과 회피로 일관한 학교를 규탄했으며 2020년 선희남 선생의 사망은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글. 온정(onjung9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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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다시 청소노동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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