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는 본인의 주짓수 승급 소식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많은 친구가 스토리를 조회했고, 승원도 그중 하나였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화면. 스토리 이름, 덕짓수. 26주 전. 텍스트. 승급했다. 내가 매던 흰띠가 맞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블루벨트 되고 싶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주짓수 띠를 들고 있는 정윤호 씨의 손.
정윤호 씨의 주짓수 승급을 알리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정윤호 씨 제공

 

어느 날 윤호가 승원을 만나 본인의 주짓수 승급에 관해 이야기하자, 승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스토리를 조회는 했지만 내용은 모른다니. 의아해하는 윤호에게 승원은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시각장애인들이 볼 수 없어”

 

시각장애인들은 스마트폰을 쓸 때 화면낭독 기능[1]을 활용한다. 화면 속 다양한 요소들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다. 텍스트를 터치하면 해당 내용이 낭독되고, 이미지를 터치하면 사진을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2]가 낭독된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게시물을 올릴 때도 대체 텍스트를 입력하면 음성을 통해 사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물론 당신이 대체 텍스트를 입력하지 않으면 시각장애인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누가 이 사진을 올렸는지’ 밖에는 없다)

 

우당탕 프렌즈 영상, 두 개의 갈무리. 인스타그램 대체텍스트 입력 화면 위에 자막. 좌측 내용. 일반 포스팅은. 우측 내용. 자막 내용. 아예 대체 텍스트를 달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인스타그램 일반 포스팅 내 대체 텍스트 기능. 스토리에는 제공되지 않는 기능이다. ⓒ우당탕 프렌즈

 

하지만 인스타그램 스토리 안에서 화면낭독 기능은 무용지물이 된다. 스토리에는 대체 텍스트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자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이하 ‘장대넷’) 위원장인 정승원 씨는 “스토리에 사진이나 텍스트가 있는 부분을 터치하면 오류 나듯 ‘틱틱틱틱틱’하는 소리만 나고 아무것도 인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시자가 스토리 위에 쓴 텍스트들도 화면낭독 기능으로 읽을 수 없는 상태다. 화면낭독 기능을 통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게시자와 게시 시간, ‘메시지 보내기’ 등의 버튼들뿐이다.

 

“저만 친구들 소식을 모르는 겁니다. 소외감을 많이 느꼈죠”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많은 이들이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가벼움, 친구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메시지 기능 등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승원 씨는 이러한 스토리의 일상성이 ‘소외감’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제가 새내기 시절에 ‘나 여기 있으니 같이 술 마실 사람 여기로 와라’하는 스토리들이 굉장히 많이 올라왔었어요. 그리고 친구들이 일상을 스토리로 공유해도, 저만 그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겁니다. 그 당시에 소외감을 되게 많이 느꼈죠.”

억울함이 켜켜이 쌓인 이야기를 듣고 정윤호 씨는 “이거 문제다”라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에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개선해달라는 고객 의견을 접수했지만 답장이 없었다. 친구들에게 부탁해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가면서까지 재차 시도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초국적 기업을 상대로 ‘우당탕’거리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접근성 개선을 위한 유튜브 채널, 〈우당탕 프렌즈〉의 시작이었다. 영상을 본 친구들이 하나둘 함께하면서 팀은 5명이 됐다.

 

우당탕프렌즈 영상 두 장의 갈무리. 정윤호 씨의 모습 위로 자막. 좌측 내용. 내 친구도 스토리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우측 내용. 직원. 없어요, 안돼요.
(좌) 채널 시작 계기를 설명하는 정윤호 씨 (우) 페이스북 코리아 본사 방문 당시 출입을 거절당하는 정윤호 씨 ⓒ우당탕 프렌즈

 

〈우당탕 프렌즈〉는 무작정 부딪히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몇 번의 고객 의견에도 답이 없자,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페이스북 코리아 사무실에 직접 방문을 시도했다. 1층 로비부터 출입이 막혔다.

막막함에 접근성 전문가들과 국회의원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들을 인터뷰하며 조언을 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국가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도 진정을 넣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게 아닌데, 왜 해결이 되지 않을까?”

정윤호 씨가 인스타그램에 고객 의견을 처음 넣은 날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스토리 접근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가진 기술적인 한계 때문일까? 접근성 분야에서 10년 넘게 활동해온 전문가 A씨에게 물어봤다. “개선이 안 될 이유가 전혀 없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7월, 인스타그램은 스토리에 번역기능을 추가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입력된 텍스트를 인식한 뒤, 다른 언어로 번역한 내용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화면 두 장의 갈무리. 좌측. 번역 기능 도입 관련 기사 사진 위에 텍스트. 테스트 해봐야지. Let's try. 우측. 번역 기능 적용 후 스토리 화면. 하단에 텍스트. Let's try. 원본 영어. 시도해 보자. 번역.
인스타그램 스토리 번역기능 ⓒ고함20

 

접근성 전문가 A씨는 “번역이 가능하다는 것은 텍스트 정보를 서버에서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라며 “그 정보를 보이스오버(화면낭독 기능)가 음성으로 읽을 수 있도록 세팅만 해주면 되는데, 그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A씨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접근성 준수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 못 했거나, 개발자들의 작업 우선순위를 바꿀 만큼 이 문제를 중요하게 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모든 인프라를 일단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고 나서 나중에 고치려니까 당연히 예산이 부족하죠”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법률이 국내에 없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인의 전자정보 접근에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나 법무부, 법원을 통해 차별행위의 시정과 처벌도 가능하다.

하지만 처벌 조항의 실효성은 거의 없다. 인권위의 시정 권고에는 강제력이 없고, 그나마 강제력을 가지는 법무부의 시정 명령이나 법원의 처벌은 거의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13년 동안 내려진 법무부 시정명령은 단 2개다.

장대넷의 정승원 씨는 “모든 인프라를 일단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 놓는” 현실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나중에 접근성을 개선하려니까 그때 돼서 ‘새로운 기기로 교체를 해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 등의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접근성을 고려한 배리어 프리[3]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맨날 실패해도 뭔가 해왔으니까, 끝까지 #가보자고

변화를 위한 〈우당탕 프렌즈〉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접근성 개선을 촉구하며 인권위와 권익위에 제기한 진정도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페이스북이 조사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됐다.

그럼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장애 인권 단체들과의 연대다.

정윤호 씨는 “저희가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정말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장애 인권을 위해서 활동을 하고 있고,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현재 〈우당탕 프렌즈〉는 장대넷과 함께 TF(태스크포스)를 구상하는 중이다.

#가보자고. 〈우당탕 프렌즈〉의 김영빈 씨는 이렇게 적어 보였다. “맨날 실패해도 항상 뭔가 해왔으니까 한번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여전히 이들은 모든 친구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윤호의 주짓수 승급 소식을 알 수 있을 날을 꿈꾼다.

사회와 기업이 차별로 쌓아 올린 벽은 굳건하지만, 〈우당탕 프렌즈〉는 당연한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1] 화면낭독 기능 : 애플 아이폰에서는 ‘보이스오버’, 삼성 안드로이드에서는 ‘톡백’ 또는 ‘보이스 어시스턴트’ 등으로 불리는 접근성 기능
[2] 대체 텍스트 : 시각장애인 등 화면낭독 기능 사용자가 이미지에 관한 설명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입력된 텍스트
[3]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 고령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사회생활에 방해가 되는 물리적·제도적 “장벽(Barrier)이 없는(Free)” 상태

 

글. 나로나옴(naronaom@gmail.com)

특성이미지.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