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미대의 A교수가 2018년부터 4년간 학생들에게 성희롱 및 폭언, 무임금 착취 등의 인권유린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A교수에 의해 발생한 피해사례를 폭로하고 파면을 요구했다.

 

건물 앞에 사람들이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피해 학생들 보호하라', 'A교수를 파면하라' 등의 문구.
8일, 홍익대학교에서 열린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의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 요구 기자회견’에서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이 파면 요구서를 들고 있다 ⓒ고함20

 

공동행동은 성명에서 “교수라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하여 학생들을 착취하고 군림해왔다”며 A교수 영구 파면을 요구했다. ‘즉각적인 피해자 보호조치 시행’, ‘철저한 진상조사’, ‘징계 과정 공개’ 등의 요구사항도 성명에 담겼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 학생은 10여 명에 달한다. 학생들은 A교수가 성관계를 갖자며 압박을 가하는 등 성희롱을 일삼았고, 교수 개인의 일에 참석을 강요하는 등 권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한 달간 추가로 피해사례를 신고받고 10월 중에 A교수를 형사고발 할 예정이다.

 

“오늘 기자회견이 개최될 수 있는 것은, 피해자분들의 크나큰 용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동행동은 A교수가 ‘수업 시간에 생기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외부 발설할 시 추후 작가 생활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학생들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동행동은 A교수를 향해 “당신은 스승이라는 탈을 쓴 폭력의 가해자일 뿐이다”라며 “우리는 더 이상 당신이 두렵지 않다”고 선언했다. “당신의 부당한 폭력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공동행동은 “당신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임을 밝혔다.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장 양희도 씨는 “피해자분들의 당당하고 용기 있는 외침으로 변화는 시작되었다”며 이에 대학 공동체가 “함성으로 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홍익대 학생, 교수, 강사들의 연대와 관심을 요청한 그는 A교수에게 “우리 모두가 피해 학우를 보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벽 위에 대자보. 제목,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자격없는 A교수에게 고한다.
홍익대학교 캠퍼스 내에 부착된 대자보 ⓒ고함20

 

학생-교수 간의 ‘수직적 권력 구조’ 속에 “아직도 대학에는 수많은 A교수들이 있다”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는 인권침해와 권력형 성폭력을 생산하는 수직적인 권력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다. 성적처리나 졸업에 있어 교수들에게 막대한 권력이 부여되는 한편, 권력 남용이 발생할 시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홍익대 A교수는 마음에 드는 학생에게는 기말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도 A+를 부여하고, 오히려 학점 요건을 모두 달성한 학생에게 F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에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B교수와 C교수 각각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이 폭로됐다. 하지만 서울대 측의 징계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대 측은 코로나19로 연기된 두 교수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 대표 권소원 씨는 홍익대 측에 “수많은 알파벳 교수들을 배출한 대학들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촉구했다.

홍익대 학생이자 〈모두의페미니즘〉 대표인 김예은 씨는 “중앙대 영문과 A교수, 연세대 A교수, 서울대 서문과 A교수, 인천대 A교수, 성신여대 A교수 등 수많은 A교수가 있었다”며 대학 내에서 권력형 성범죄가 반복되고 있음을 꼬집었다.

 

성비위 후에도 교단에 복귀하는 교수들, 대학과 정치권이 대책 마련 나서야

2020년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성비위를 저지른 대학 교원 중 절반가량(49%)은 대학에서 파면, 해임 등의 배제 징계를 내리지 않아 교단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15년에서 2020년 7월까지 전문대를 포함하는 대학 교원 성비위 징계현황 표, 단위는 '건'. 가로축은 성비위 종류로 성희롱, 성추행, 성매매, 성폭력, 기타, 세로축은 징계의 종류로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견책, 기타, 총합. 파면된 경우는 성희롱 3, 성추행 19, 성폭력 7, 총 29건. 해임된 경우는 성희롱 22, 성추행 60, 성폭력 12, 기타 7, 총 101건. 정직된 경우는 성희롱 38, 성추행 23, 성매매 2, 성폭력 2, 기타 7, 총 72건. 감봉된 경우는 성희롱 11, 성추행 11, 기타 2, 총 24건. 견책된 경우는 성희롱 9, 성추행 6, 성매매 4, 기타 3, 총 22건. 기타 처분된 경우는 성희롱 4, 성폭력3, 총 7건. 전체 총합은 255건이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도자료

 

학교에서 배제 징계를 받았더라도 교육부에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해 징계를 감경받는 사례도 있다. 교원소청심사는 교원이 징계 등의 처분을 받았을 때, 심사를 통해 처분 취소 또는 변경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본디 교원소청심사는 부당한 처분을 받은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지만,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수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성비위와 폭행으로 해임 처리됐던 인천대 A교수는 교육부의 감경으로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고 학교에 복직했다.

파면과 해임 다음으로 높은 징계인 ‘정직’이 최대 3개월까지만 가능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에 관해 규정하면서 정직을 최대 3개월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피해를 폭로한 학생이, 정직 3개월 이후 복직한 가해 교수를 학교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 상황. 최대 정직 기간을 12개월로 늘리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지난 2020년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학생과 교수, 우리 사회는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가

결국 인권침해 교수들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모두의페미니즘〉 김예은 씨는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면서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지적해왔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보복과 2차 가해를 걱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왜 피해자가 걱정하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다녀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날카로운 물음은 A교수와 홍익대를 넘어서, ‘알파벳 교수’를 만들어내는 대학들과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반복되는 대학 내 인권 유린과 권력형 성폭력을 멈출 수 있는 응답이 이제는 제시되어야 한다. 

 

글. 나로나옴(naronaom@gmail.com), 무지막지(mujimakji219@gmail.com)

특성이미지. ⓒ고함20